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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여우짓 하는 여자

  • ‘뭐? 내 딸이 몹쓸 짓을 당했다고?’
  • 그 말에 반정운은 화난 나머지 주방에서 칼을 들고 뛰쳐나왔다. 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정체를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
  • “윤찬우? 너 죽은 거 아니었어?”
  • 못난 사위가 3년 전에 실종되어 죽은 거 아니었나?
  • “장인어른, 저 안 죽었어요...”
  • 윤찬우가 설명했다.
  • “죽은 것도 아니면서 대체 3년 동안 어디서 뭘 한 거야!”
  • 반정운의 안색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도 처음부터 윤찬우가 아무 재주도 없는 못난 놈이라 성에 차지 않아 했다. 3년 동안 소식이 없어 죽은 줄로 생각하여 자기 딸이 다시 재벌 2세랑 결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이 갑자기 돌아왔다!
  • “장인어른, 3년 동안 저...”
  • 윤찬우가 입을 열려는데 소현주가 또다시 가로챘다.
  • “여보, 얼른 이놈을 죽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뭐 해요? 이놈이 우리 딸한테 몹쓸 짓을 한 것도 모자라 나까지 때렸다니까요!”
  • “뭐? 쌍놈 자식이 얘야?”
  • 반정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윤찬우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 몽둥이로 맞아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평소에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한 윤찬우가 그의 딸에게 그런 짓을 했다고?
  •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 비록 윤찬우를 미워했지만 윤찬우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 “왜 그래요? 당신 지금 날 못 믿어요?”
  • 소현주는 분노를 터뜨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우리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데도 내 말을 못 믿어요? 더는 당신이랑 못 살겠어요. 내일 당장 가서 이혼해요!”
  • 지금의 소현주는 눈에 뵈는 게 없는 막돼먹은 여자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반정운은 그런 그녀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평소에도 소현주를 무서워했는데 지금 난리를 피우니 꼼짝도 하질 못했다.
  • “여보, 일단 내 말 들어봐...”
  • “듣긴 뭘 들어요.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데도 가만히 있기만 하고. 당신도 정말 못났네요...”
  • 소현주가 손가락질하며 욕해도 반정운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거실에 있던 반예린이 갑자기 다가왔다.
  •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 “예린아, 드디어 왔구나!”
  • 딸의 목소리에 소현주는 반예린의 품에 와락 안기며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 “얼른, 얼른 신고해. 윤찬우 저놈이 네 동생에게 몹쓸 짓을 했대. 절대 이대로 도망치게 해서는 안 돼! 빨리 경찰 불러. 저놈을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할 거야!”
  • “네? 찬우 씨가 예원이한테...”
  • 그 말에 반예린은 문 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오후에 만났던 윤찬우가 그녀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 “예린아, 내 말 들어봐...”
  • 윤찬우가 설명했다.
  • “내가 술집에서 처제가 양아치들이랑 술 마시는 거 봤는데 그 양아치들이 처제 술잔에 약을 타더라고! 그래서 내가 구해왔어!”
  • “헛소리 그만 지껄여!”
  • 윤찬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현주가 소리를 질렀다.
  • “우리 예원이는 절대 술집 같은 데 안 가!”
  • “예원아, 사실이야?”
  • 반예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동생을 쳐다보았다. 단 1초라도 보기 싫을 정도로 윤찬우가 미웠지만 그가 동생에게 그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 “그게 아니라 언니!”
  • 반예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치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 “언니, 저 사람 말 믿지 마. 날이 어두우니까 몰래 쫓아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날 추행하려고 했어. 하도 내가 빨리 도망쳤길래 아무 일 없었지. 이것 봐, 이 멍도 윤찬우가 그런 거라니까!”
  • 반예원은 팔목에 생긴 멍을 가리키며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증명하려 했다.
  • 하지만 윤찬우는 연약하고 가련한 척 우는 반예원의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어린 나이에 배워야 하는 건 배우지 않고 거짓말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함하는 건 참 빨리도 배웠다.
  • 이 점이 그녀의 엄마와 참 많이도 닮았다. 헛소리하고 여우짓만 골라서 하는 그런 점 말이다!
  • “찬우 씨, 아직도 더할 얘기 남았어요?”
  • 반예린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윤찬우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때 왜 저런 짐승만도 못한 놈을 좋아했는지 너무도 후회되었다. 자기 처제마저 가만두지 못하는 그런 몹쓸 놈을!
  • “할 얘기 없어!”
  • 반예린의 눈빛을 보니 반예원의 말을 믿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사람은 이미 구해왔으니까 날 믿든 처제를 믿든 마음대로 해. 갈게!”
  •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설명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가려고 하자 소현주가 펄쩍 뛰었다.
  • “간다고? 가긴 어딜 가! 예원이한테 몹쓸 짓을 하려 했으면서 그냥 가겠다고?”
  • “그럼 대체 뭘 어쩌겠다는 말씀이세요?”
  • 윤찬우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흥, 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내가 지금 신고해서 널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거나 내일 아침 당장 법원에 가서 예린이랑 이혼하는 거. 둘 중 하나 선택해!”
  • 소현주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 “저랑 예린이 이혼하는 걸 원하시나 봐요!”
  • 윤찬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온 가족이 연합하여 무슨 수를 쓰든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바로 그와 반예린을 이혼하게 만드는 것!
  • “너같이 처제도 가만두지 못하는 파렴치한 놈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예린이랑 계속 같이 있으려는 건데?”
  • 소현주가 계속하여 쏘아붙였다.
  • “전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니까 신고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 윤찬우도 절대 지지 않았다.
  • “이참에 경찰더러 그 술집 CCTV 확인하라고 하죠 뭐. 제가 처제를 미행했는지 아니면 처제가 술집에서 놀다가 누군가 약을 탔는지!”
  • “안 돼요!”
  • 경찰더러 CCTV를 확인하게 하겠다는 말에 반예원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왜 그래? 무서워?”
  • 윤찬우가 코웃음을 쳤다.
  • “웃기고 있네. 우리 예원이가 왜 널 무서워해.”
  • 소현주는 윤찬우를 노려보았다.
  • “확인하면 되지. 예린아, 경찰 불러!”
  • “안 돼요. 신고하면 안 돼요!”
  • 반예원은 황급히 엄마를 말렸다.
  • “엄마, 일 크게 만들지 말아요. 일이 커지면 저 나중에 어떻게 시집가고 무슨 낯으로 밖에 다녀요.”
  • “그럼 저놈을 그냥 내버려 두겠단 말이야?”
  • 반예원의 얘기에 소현주도 잠깐 멈칫했다. 윤찬우가 얼굴을 들고 다니든 말든 상관없지만 딸은 달랐다.
  • 누군가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나중에 어떻게 시집가고 누가 그녀를 원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