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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처제의 모함

  • 문을 연 사람은 반예원의 어머니 소현주였다!
  • 장모에 대한 윤찬우의 인상은 앙칼지고 까칠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이었다. 그가 반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그 날부터 장모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맨날 모욕을 주지 않으면 이런저런 잡일을 시켰다.
  • 전구가 고장 나면 그에게 고치라 명하였고 온 가족이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 청소 그리고 변기를 수리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 아무튼 모든 궂은일과 힘든 일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입었던 속옷마저 윤찬우에게 던지며 씻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 그래도 윤찬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매일 반예린에게 이혼하라면서 더 잘 사는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라고 다그쳤다.
  • “장모님!”
  • 윤찬우는 장모를 무척이나 미워했지만 어쨌거나 반예린의 남편이니 이혼하지 않은 이상 참는 수밖에 없었다.
  • “장모님이라고 부르지도 마! 난 너 같은 사위 둔 적 없어!”
  • 소현주는 그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 “3년 동안 집을 나가서 아무런 연락이 없더니, 대체 우리 반씨 가문을 뭐라 생각하는 거야? 여기가 호텔이야?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게?”
  • “장모님, 3년 동안...”
  • 윤찬우는 자신이 3년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설명하고 싶었지만 소현주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
  • “됐어, 지어내지 마. 네가 3년 동안 뭘 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아. 차라리 그냥 죽지 그래.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면서 밥이나 축내는 주제에! 윤찬우, 내 말 잘 들어! 너 집에 3년이나 안 들어왔잖아. 법적으로 볼 때 너랑 예린이는 이 결혼 생활이 끝난 거랑 다를 바 없어. 다시 말해 이혼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이미 이혼했으니 앞으로는 우리 반씨 가문에 올 필요 없어! 널 반가워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 소현주는 윤찬우에게 한마디 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내쫓아버렸다. 단 1초라도 이렇게 못나고 쓸모없는 사위를 보고 싶지 않았다.
  • LS 그룹 회장의 외동아들과 윤찬우를 비교하면 할수록 윤찬우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제가 3년 동안 집에 오지 않아서 예린이랑 이혼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 윤찬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까지 장모가 뭐라 하든 몇 번이고 참았지만 장모는 멈추기는커녕 점점 더 모진 말만 했다.
  • 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과는 발도 들이지 못 하게 했다.
  •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윤찬우, 내 말 잘 들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일 아침 당장 법원 가서 이혼 신청해.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예린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또 귀찮게 굴었다간 다리몽뎅이를 확 분질러 버릴 줄 알아!”
  • 소현주는 윤찬우에게 손가락질하며 위협했다.
  • “예린이를 유지민한테 시집 보내려고 저와의 이혼을 이렇게 급히 서두르는 거죠?”
  • 소현주의 태도에 윤찬우도 더는 뜸 들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어떻게 알았어?”
  • 소현주의 얼굴에 의아함이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다시 감추었다.
  • “그렇다면 또 뭐? 네가 3년이나 집에 안 들어오는 바람에 예린이 혼자 생과부로 지냈어. 지금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는 게 뭐 어때? 너같이 못난 놈이랑 같이 지내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어?”
  • “그건 꿈도 꾸지 마세요. 유지민은 예린이랑 감히 결혼 못 해요!”
  • 윤찬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오늘 오후 일을 겪고도 유지민이 반예린이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살 생각이 없다는 뜻과 같다.
  • “감히 못 한다고? 왜? 유지민이 널 무서워하기라도 할까 봐?”
  • 윤찬우의 말에 소현주는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쳤다.
  • “3년 못 본 사이에 다른 재주는 몰라도 허풍떠는 재주는 늘었네. 됐어, 윤찬우! 허세 그만 부려. 네가 어떤 놈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앞으로는 예린이 옆에서 떨어져. 안 그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테니까!”
  • 더는 윤찬우와 왈가왈부하기 귀찮았던 소현주는 반예원의 팔을 잡아당겨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고는 문을 쾅 닫고 윤찬우를 문전 박대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반예원을 잡아당기는 순간 반예원의 팔에 생긴 시퍼런 멍을 발견했다.
  • 그녀의 안색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 “어떻게 된 거야?”
  • “엄마, 저...”
  • 반예원도 무척이나 긴장한 눈치였다.
  • “찬우 저 자식이 그랬어?”
  • 소현주는 사나운 얼굴로 윤찬우를 노려보았다.
  • “윤찬우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감히 예원이를 건드려? 오늘 너 이 자식을 절대 가만 안 둬!”
  • 그러면서 손을 들고 윤찬우의 따귀를 내려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채 들리기도 전에 윤찬우가 덥석 잡아버렸다.
  • “장모님 딸이 혼자 술집에서 술 마시다가 다른 사람이 약을 타는 걸 제가 보고 구해온 거예요!”
  • “윤찬우! 이거 놔! 너 많이 컸다. 감히 나한테 손을 대?”
  • 소현주는 너무도 화가 나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 “우리 예원이가 어떤 애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얘는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얼마나 철이 들었는데. 그런 어지러운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고! 그런데 술집을 갔다고?”
  • 그녀는 윤찬우의 말을 아예 믿지 않았다. 분명 이 짐승만도 못한 놈이 자기 딸을 괴롭혔으면서 거짓말까지 지어내어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 “믿지 못하겠으면 장모님 딸한테 물어보세요!”
  • 윤찬우는 소현주의 손을 뿌리치며 반예원에게 말했다.
  • “처제, 처제가 직접 얘기해 봐!”
  • “저... 저 술집 가지 않았어요. 윤찬우가 지금 절 모함하고 있어요...”
  • 반예원이 눈물까지 글썽이니 정말로 윤찬우가 그녀를 모함한 것처럼 보였다.
  • “제 몸에 상처는 윤찬우가 그런 거예요. 제가 혼자인 걸 보고 밤도 어두웠겠다 그 참에 저한테 몹쓸 짓을 하려 했어요. 하도 제가 빨리 도망쳤길래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어요! 그리고 이 일을 얘기하지 말라고 협박까지 했어요. 만약 얘기하면...”
  • 반예원은 입술을 꽉 깨물며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몹쓸 짓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윤찬우, 이래도 발뺌할 거야?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 딸의 말에 소현주는 너무도 화가 나 다시 한번 윤찬우의 따귀를 내려치려 했다.
  • “예원이는 너의 처제야. 아무리 우리 반씨 가문이 미워도 그렇지 처제한테 어떻게 그런 못된 짓을 할 수 있어! 이 파렴치한 놈아! 절대 용서치 않을 거다!”
  • 소현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때 방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소현주의 남편이자 윤찬우의 장인어른인 반정운이 문 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며 이렇게 물었다.
  • “무슨 일이야?”
  • 그리고 그의 뒤로 오후에 금방 만났던 반예린이 따라 나왔다.
  • “여보, 당신 딸이 몹쓸 짓을 당했어요. 당장 이 쌍놈 자식을 죽여버려요!”
  • 반정운의 목소리에 소현주는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마치 엄청난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말이다.
  • “이놈이 당신 딸한테 몹쓸 짓을 한 것도 모자라 날 때리기까지 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