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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악독하다

  • 임봉은 격분하여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그가 이렇게 공손히 머리를 굽히며 사정하는데도 강녕은 이런 태도를 보였다.
  • 자신이 한 발 양보하는데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주책을 떨었다.
  • “너… 너 두고 보자!“
  • 임봉은 욕을 한마디 하고는 강녕이 행여 또 손찌검 할까봐 무서워 부랴부랴 도망갔다.
  • 방에서, 소매와 임문은 서로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임우진을 바라보았다.
  • “이러다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 임봉이 가기 전 한 말은 그들을 협박하는 게 분명했다.
  • 임우진도 걱정이 다소 컸다.
  • 임강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 그는 종래로 임문을 자신의 동생으로 여긴 적이 없었기에 자연히 임문 일가도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다.
  • 그를 화나게 했다간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 “아니.”
  • 강녕은 담담히 말했다.
  • “우리더러 두고 보자니깐 두고 봐야지.”
  • 이윽고 강녕은 밥그릇과 수저를 치웠다. 소매는 황급히 달려가 뺏었다.
  • “내가 할게.”
  • 사위가 생각보다 성질이 좀 거칠었다.
  • 그녀가 전에는 생각 못했지만 지금 보아하니 강녕이 임강부자의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그들 일가를 보호하는 것이 분명했다.
  • ‘이 사람 정말 떠돌이였나?’
  • “어머님 수고하셨어요.”
  • 강녕은 웃으며 말했다.
  • 그는 사위역할에 참 빨리도 몰입했다.
  • 임문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집에서 그는 결정권이 없었다.
  • 그는 가슴이 벌렁거려 어쩔 수 없이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 “당신 이제 정말 그 사람들의 비위를 건들었어요.”
  • 임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 임봉이 사과하러 왔을 때 태도는 괜찮았다. 임우진은 처음으로 임봉이 머리를 굽히는 모습을 보았다.
  • 그녀는 심지어 문제가 더 크게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게 얼른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강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임강이 직접 찾아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 까칠하고 이기적이며 체면을 중히 여기는 큰아버지는 절대 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 “네 말이 틀렸어.“
  • 강녕의 눈동자는 맑고 빛났다.
  • “그들이 내 비위를 건드린 거야.”
  • “내가 말했잖아. 그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한다고.”
  • 말하는 그의 눈빛이, 임우진을 당황케 했다.
  • ……
  • 한 시간이 지났다.
  • 설거지를 마친 소매는 강녕이 샤워하러 가는 것을 보고 다급히 임우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 “어머니?”
  • “우진아, 이 강녕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소매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나는 왠지 그가 너한테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 임우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는 사이 아니에요.”
  •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강녕을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이 사람은 줄곧 임강 부자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보호했다.
  • “너 저녁에 진짜 그를 네 방에서 자게 할 셈이야?”
  • 소매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 비록 강녕은 현재 명의상 임우진의 남편이지만 그들 일가족은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 “그는 정신질환이 있어!”
  • 그녀는 강녕이 임우진을 다치게 할까봐 걱정되었다.
  • 임우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강녕의 맑은 눈빛을 떠올렸다.
  • “그는 저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 삐걱―
  • 욕실 문이 열리자 소매는 급히 나가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 “집에 쇠파이프가 있으니 혹시 일이 있으면 나를 불러!”
  • 임우진은 얼굴이 달아오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 ‘정말 강녕을 자신의 방에서 자게 해야 하나?’
  • “쿵쿵쿵!”
  • 밖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 임문은 놀란 나머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소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왔다!
  • 임강이 왔다!
  • 그의 성질로는 절대 참지 못할 것이다.
  • 끝장이다!
  • 임우진조차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객실로 가서 문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문 뒤에 몽둥이를 든 수십 명의 불량배들이 서있는 것 같았다.
  • 가족 모두 경계태세를 높였다.
  • “문 열어.”
  • 강녕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 “손님이 왔네.”
  • 그의 태연한 모습에 임우진은 어이가 없었다.
  • ‘이 사람은 정말로 무섭지 않은 거야 아니면 겁이 없는 거야?’
  • 그녀는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임강과 뒤에 서있는 임봉이 보였다.
  • “우진아.”
  • 임강의 얼굴색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 하지만 여전히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 “큰아버지가 특별히 찾아와서 너한테 사과하마!”
  • 임우진은 놀라 멍해졌다.
  • 방안에서 대화를 엿듣던 소매와 임강도 어안이 벙벙했다.
  • 임강이 정말 집까지 찾아와 사과를 했다.
  • “널 해고한 건 다 오해야. 다 임봉 이 녀석의 잘못이야. 내가 이미 훈계를 했어.”
  • 임강이 임봉을 가리키자 그는 곧 고개를 숙였다.
  • “미안하다, 우진아, 잘못했어, 부디 용서해 줘.”
  • “이번 일, 큰아버지도 잘못이 있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너를 해고한건 내 잘못이다.”
  • 임강은 말했다.
  • “네가 부디 이 큰아버지를 용서하길 바란다. 회사는 네가 필요해.”
  • 너무나 진심 어린 말투였다.
  • 임우진이 응낙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 “내일, 내가 회사 앞에서 널 마중 나올게. 너를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고 직접 사람들에게 해석을 할게.”
  • 이렇게까지 말하는 임강의 사과는 충분히 진심이 어렸고 태도는 극도로 공손했다.
  • 임강의 살짝 굽혀든 허리를 보면서 임우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그녀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강녕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대답했다.
  • “큰아버지, 알겠어요. 내일 갈게요.”
  • “그래. 그럼 내일, 임씨 그룹 대문 앞에서 기다릴게. 얼른 쉬어라.”
  • 말을 마친 임강 부자는 그제야 집을 떠났다.
  • 문이 닫혔다.
  • 임우진은 여전히 믿겨지지 않았다.
  • 임강이 친히 찾아와 사과를 했다.
  • 그것도 무척 간절한 태도로 말이다.
  • 그녀는 본 적이 없었다.
  • “형님께서 정말 사과했어?”
  • 임문은 문을 열어젖혔다. 그의 입술은 부르르 떨렸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 이때까지 그의 일가족은 항상 임강에게서 괴롭힘을 당해왔었다.
  • 하지만 그는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 그의 눈에 자신은 임가에게 웃음거리만 되었을 뿐, 혈연관계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 자신의 일가족을 임가에서 쫓아냈을 것이다.
  • “사과 했어!”
  • “그 사람이 와서!”
  • 소매도 격동되어 오랫동안 쌓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며 소리쳤다.
  • 임가에서 며느리 노릇을 하면서 아버님의 눈치뿐만 아니라 아주버님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 그녀는 속으로 몇 십 년을 괴로워했다.
  • 방금 임강이 머리를 굽히며 사과하는 것을 듣고 소매는 더더욱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
  • “이 망할 놈의 자식, 우리한테 머리를 숙일 때도 있네.”
  • 소매는 격동되어 울기 직전이었다.
  •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임우진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 그녀는 부모님이 큰아버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갖은 냉대와 억울함을 당한 것을 줄곧 알고 있다.
  • 그러나 오늘, 단 한번이라도 임강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충분했다.
  • “이제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예요.”
  • 강녕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았다.
  • “내 아내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장인어른과 장모님도요.”
  • 말이 끝나자 임우진의 일가족은 모두 멍하니 강녕을 바라보았다.
  • 이 데릴사위는, 진짜 남달랐다.
  • 그 시각.
  • 임우진의 집을 떠난 임강의 낯빛은 무섭게 어두워졌다.
  • 뒤따라오는 임봉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강녕은 임강이 직접 찾아가 공손히 사과할 것을 강요했다. 그에게 이것은 너무나 굴욕적인 일이었다.
  • “내일, 모든 직원에게, 한 시간 일찍 회사 대문에서 임우진을 마중하라고 통지해.”
  • 임강은 냉소를 띠며 악독한 표정을 지었다.
  • “두고 보자, 임우진. 네가 과연 임씨 그룹에서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