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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조건이 다르다

  • “너!”
  • 임봉은 대노했지만 감히 반격하지 못했다.
  • 그의 손이 바로 강녕 이 미친놈에 의해 부러졌기 때문이었다.
  • 임봉은 이 싸이코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 임강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감히 자신 앞에서 임봉을 때리다니 자신이 임우진에게 찾아준 데릴사위가 진짜로 이런 미친놈일 줄은 몰랐다.
  • “난 아직 너와 결판을 내지도 않았어!”
  • 임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오만스런 태도를 취했다.
  • 하지만 강녕의 두 눈동자를 보는 순간 그는 마치 끝없는 심연에 빠진 것 같았다.
  • 두 다리가 저절로 가볍게 떨렸다.
  • 마치 무서운 야수 한마리가 피가 흥건한 입을 벌리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 정말 무서운 눈빛이었다.
  • “결판을 내자고?”
  • 강녕은 담담하게 말했다.
  • “보아하니, 당신들 오늘 우진이의 복귀를 부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란 피우기 위해 온것 같은데.”
  • 그러자 임강은 순식간에 냉정해지면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 그는 이 미친놈 하나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일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 이 계약을 체결한 후에, 그때 가서 그들을 처리하면 된다.
  • “흥, 우진아, 임가는 네가 필요하다, 돌아와 주렴.”
  • 임우진을 보며 말하는 그의 말투에는 조금의 성의도 없었다.
  • 임우진은 한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소매도 어안이 벙벙했다.
  • 그녀는 임강이 몸소 찾아와 임우진이 다시 출근하기를 부탁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다만, 조금 전 그들의 태도는 해도 너무 했다.
  • “당신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
  • 강녕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하는 임우진 대신 말했다.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는데, 부탁을 하겠으면 공손히 머리를 굽히라고, 오늘은 태도가 썩 좋지 못하니깐 내일 와서 빌어. 근데 내일 오면 요구가 달라질 거야.”
  • 이윽고 임강의 낯빛은 끝내 변했다.
  • 그의 눈꺼풀은 푸르르 떨렸다. 강녕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 “너, 임우진이 없다면 정말 우리가 계약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 “믿지 못하겠으면, 당신이 해봐.”
  • 강녕은 여전히 차분했고, 너무 차분한 나머지 보고 있던 소매와 임우진 두 사람은 넋을 잃었다.
  • ‘이는…이는 정말 그들이 고심 끝에 고른 병신 사위가 맞는가?’
  • “임우진, 아버지께서는 너에게 기회를 주셨어. 후회하지 마라!”
  • 임봉이 노호하며 말했다.
  • 임우진은 가슴을 쭉 펴고 꿋꿋하게 말했다.
  • “난 개의치 않아!“
  • “잘하는 짓이다! 잘하네!”
  • 임강은 연신 잘한다는 말을 반복 하면서 강녕을 비롯한 세 사람을 훑어보더니 헛웃음을 치며 안방을 향해 소리쳤다.
  • “임문, 너 가장 노릇, 아주 잘 하고 있네!”
  • 말하고 나며 그는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임봉을 데리고 뒤돌아 나갔다.
  • 그제야 안방의 문이 열렸고, 임문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 임강이 가지 않아 그는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형님께서 화가 많이 났어?”
  • 임문은 겁이 났다.
  • “이걸 어떡하지?”
  • 소매는 그를 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 ‘딸이 괴롭힘을 당할 땐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 와서 우리한테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거야?!’
  • “그저 일자린데요 뭐, 저는 상관없어요.”
  • 임우진은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 “아버지,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우리 집 먹여 살릴 수 있어요!”
  • 소매는 이런 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 집안의 책임이 모두 그녀의 어깨에 떨어졌다.
  • 그녀는 임문을 돌보아야 했기 때문에 임우진을 도와주고 싶어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 “그리고 저도요.”
  • 강녕이 입을 열었다.
  • “저도 어머님 아버님을 챙겨드릴 거예요.“
  • 순간, 임문과 소매 두 사람 모두 강녕을 바라보았다.
  • 방금 강녕이 임봉에게 손찌검을 한 것도, 그가 소매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소매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강녕을 싫어해도 지금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 “나는 가서 밥 하고 있을게.”
  • 소매는 뒤돌아 부엌으로 들어갔다.
  • 임문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시 안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 임우진은 강녕을 끌고 방안에 들어왔다, 아직 조금 이해가 안 갔다.
  • “당신,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요?”
  • “너와 함께 어머님, 아버님을 돌볼게.”
  • “네?”
  • 임우진은 멍하니 강녕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강녕이 자신의 남편임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
  • 그녀는 심지어, 언젠간 강녕한테 그들이 함께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명백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강녕의 출신배경 뿐만이 아니더라도, 그의 나이도 자신보다 10살 많았다.
  • “아저씨…”
  • 임우진은 망설였다.
  • “넌 준비하고 있어. 언제든지 계약하러 갈수 있으니깐, 컨디션 조절도 잘 하고.”
  • 강녕의 말을 들은 임우진은 방금 하려던 말을 깜박 잊었다.
  • “큰아버지께서 정말 다시 와서 부탁할까요?”
  • 황사장님과의 그 프로젝트는 비록 자신이 줄곧 진행한건 맞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거의 다 얘기가 끝났고, 이제 형식적인 계약만 남았을 뿐이다.
  • 아무나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는데, 반드시 자신이 가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 두말할 것 없이, 임강 부자는 동해시에서 인맥이 아주 넓기에 사람을 찾아 주선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이 간단했다.
  • “응, 너 아니면 안 돼.”
  • 강녕은 아주 간단하게 말했다.
  • ……
  • 임강 부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 “펑!”
  • 임봉은 바로 탁자 위의 찻잔을 깨뜨렸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 임봉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 “아버지, 왜 저를 막으셨어요? 제가 그 미친놈을 죽여 버리겠어요!”
  • ‘강녕에게 연달아 두 번이나 손찌검을 당했는데 만약 소문나면 임봉은 어떻게 동해에서 살아간단 말인가!’
  • 그가 미친놈에게 맞았다고 사람들이 놀릴게 뻔했다.
  • “미친놈 신경 건드리지 마라. 그들은 사람을 죽여도 법을 어기지 않으니깐.”
  • 임강은 콧방귀를 뀌었다.
  • 본래 임우진에게 가장 쓸모없는 남편을 골라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미친놈을 골랐다는 걸 그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
  • 이런 사람은 만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그는 전혀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 다만, 왜 강녕의 눈빛은 그토록 무서웠을까, 오래 동안 상업에 종사한 자신이 봐도 조금 두려웠다.
  • 그는 미친놈이기에 자신이 그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 “아버지, 그럼 이제 어떡해요? 임우진 그 계집은 우리가 머리를 굽히며 그녀에게 빌기를 바래요, 나 참 어림도 없지!”
  • 그는 임우진이 없으면 이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 임강은 실눈을 뜨더니 핸드폰을 꺼내 전화 몇 통을 걸었다.
  • “그럼 너한테 좀 부탁할게. 내가 나중에 밥 살게!”
  • 그는 황사장을 알고 있던 사람을 찾아 주선해 주기를 부탁했다.
  • 세부적인 사항은 다 얘기가 끝났고, 계약은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황사장이 그 계집을 위해서 이렇게 큰 이익을 희생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 “걱정 말거라. 이사장이 황사장 회사와 자주 협력하기에, 그가 우릴 도와주는 데 문제가 없을 거다.”
  • 비록 조금은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어쨌든 임우진 그 집안사람에게 비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 이 말을 들은 임봉은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 “아버지, 이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임우진 일가를 동해시에서 내쫓고 싶어요!“
  • 임봉의 마음속에 사념이 일었다.
  • “걔가 내 여동생만 아니었다면, 저…”
  • “임봉아, 일을 너무 지나치게 처리하면 안 돼.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시면 넌 끝이다.”
  • 임봉은 즉시 이성을 되찾았다.
  • 그는 그냥 생각만 해봤을 뿐이었다. 비록 임우진은 예쁘지만 그는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여자는 널렸다.
  • “따르릉…”
  • 부자간에 아직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임강의 휴대폰이 울렸다.
  • 임강은 폰을 들었다. 이 사장한테서 온 것으로 보아하니 일이 이미 해결된 것 같았다.
  • “이사장, 어떻게 되었나?”
  • “임강, 너 대체 무슨 꿍꿍이야! 네가 황사장에게 미움을 샀다고 해서 나도 같이 재수 없어지라고? 이제 우리 회사와의 협력도 너 땜에 끝났어! 씨발!”
  • “제기랄, 너 일부러 나 골탕 먹이려고 그랬지! 두고 보자 너!”
  • 이사장은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 임강은 갑자기 어안이 벙벙했다.
  • ‘무슨 말이야?
  • 이사장이 가서 좋게 말해도 해결이 안 된다고?
  • 심지어 이사장의 프로젝트까지 망쳐?
  • 황사장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 “아버지, 설마… 설마 진짜로 임우진에게 가서 빌어야 하는건 아니겠죠?”
  • 임봉은 꿀꺽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