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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형님의 형님

  • 강녕은 그런 우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 ‘임봉 이 자식이 죽음을 자초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빨리 우진에게 복수하다니.’
  • “그 놈은 내가 때린 거야, 이 일은 너와 상관없어.”
  • 강녕은 말했다.
  • “내가 해결할거야.”
  • “안돼요.”
  • 임우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 “그를 찾아가지 마세요. 그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할 거예요.”
  • 임봉은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여 절대 강녕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부모님한테 이 사실을 알려서는 안돼요.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께서 분명히 당신을 쫓아내실 거예요.”
  • 강녕이 자신의 집에 있다면 적어도 임봉이 집에 찾아와 그를 다치게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쫓겨난다면 임봉은 절대 강녕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그냥 일자리 하나를 잃은 것뿐이에요. 임씨 그룹 말고 다른 직장을 찾아보면 되죠.”
  • 임우진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
  • 말을 끝내고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키며 자신의 이력서를 정리했다.
  • 강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착한 이 여자애한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었다.
  • 강녕은 휴대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아주 짧지만 살기를 띠는 내용이었다.
  • ……
  • 임봉은 지금 아주 득의양양했다.
  •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만 하면 임가에서의 그의 지위는 자연스레 또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 미래에 정당한 명분으로 임가의 후계자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 그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 계약서를 가지고 곧바로 황씨 그룹으로 갔다.
  • “계약 체결 문제로 황사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 프런트에 다가선 임봉은 고개를 약간 쳐든 채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
  • “안녕하세요. 혹시 예약하셨나요?”
  • “저는 임씨 그룹의 대표 임봉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황사장님과 이미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었고 오늘은 계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
  • 고작 프런트 직원이 뭘 이렇게 물어보는 건지, 임봉은 조금 못마땅했다.
  • “죄송합니다. 예약을 하지 않으시면 황사장님을 만나실 수 없습니다.”
  • 프런트 직원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임씨 그룹 대표라고!”
  • “죄송합니다, 저는 임씨 그룹의 임우진 씨만 알고 있습니다. 황사장님께서 임우진 씨가 오시면 바로 올라갈 수 있지만 다른 분은 일절 뵙지 않는다고 당부하셨습니다.”
  • “너!”
  • 임봉은 순간 화가 났다.
  • ‘이건 무슨 말이야? 임우진이 이렇게 대단 했었나? 걔가 오면 바로 올라갈 수 있고 나는 황사장님을 뵐 자격도 없다고? 대체 왜!’
  • “이거 아주 큰 프로젝트야. 만약 조금이라도 지체될 경우 너 책임 질 수 있어?”
  • 임봉은 말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 “됐다 됐어. 그냥 내가 혼자 올라갈게.”
  • 그가 금방 발걸음을 떼자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겨우 작은 프로젝트일 뿐, 그 정도 손실 나 황모 감당할 수 있어!”
  • 황사장님이 오셨다!
  • 임봉은 즉시 웃는 얼굴로 바꿔 겸연쩍게 말했다.
  • “황사장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그냥 농담한 것뿐입니다!“
  • “이 프로젝트, 사장님에게는 작은 프로젝트지만 저희 임가에겐 큰 프로젝트입니다!”
  • 그는 서둘러 뛰어가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다.
  • “계약서는 제가 이미 갖고 왔습니다. 황사장님께서 어떻게…“
  • “내가 언제 임씨 그룹과 계약한다고 했지?”
  • 황사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임봉은 어리둥절해 하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 “임우진이 사장님과 이미 계약을 맺기로 얘기를 끝낸 게 아닙니까?”
  • “맞아. 임우진 씨와 계약을 맺기로 했어. 그러니깐 계약을 맺어도 임우진 씨와 맺아. 넌 누구야?”
  • 임봉은 더욱 기가 찼다.
  • 임가의 장손이자 임씨 그룹의 대표인 그를 황사장이 모르고 있다.
  • “저는…”
  • “네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번 프로젝트는 오직 임우진 씨와 할 거야.”
  • 황사장의 표정이 굳어지자 곧바로 열 몇 명의 경비원들이 달려왔다.
  • “다른 사람은 나와 계약 맺을 자격이 없어. 얼른 보내!”
  • “황사장님, 황사장님!”
  • 임봉은 조급해났다.
  • 만약 이 프로젝트를 계약 체결하지 못하면 그는 분명히 집에서 쫓겨날 것이다.
  • 황사장한테는 작은 프로젝트지만 임가한테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큰 프로젝트였다.
  • “왜, 소란 피우려고?”
  • 황사장은 고개를 돌려 임봉을 한 번 쳐다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 “내쫓아!”
  • 임봉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열 몇 명의 경비원들이 그를 잡고 문밖으로 던져버렸다.
  • “으악!”
  • 임봉은 아직 채 낫지도 않은 손이 아파와 소리를 질렀다.
  • 그가 언제 이런 억울함을 당한 적이 있었던가, 무참하게 바로 쫓겨나다니.
  • “임우진! 두고 보자 임우진! “
  • 임봉은 가뜩이나 화가 나는데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 “그래 임우진 너 역시 황씨랑 한패였구나!”
  • ‘그렇지 않고서야 황씨가 어떻게 임우진과만 계약을 하려하고 자신과는 하지 않는단 말인가.’
  • 지금 임우진은 이미 그들에게 해고를 당해서 이 일을 맡을 수가 없었다.
  • ‘그런데 일이 잘 해결 안 되면 어쩌지?’
  • 분에 못 이긴 임봉은 계약서를 들고 곧바로 임강을 찾아갔다.
  • 그 시각, 꼭대기 층에서는 황사장이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 “비형, 이미 부탁하신 대로 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기에 비형을 움직이신 것입니까?”
  • 그의 얼굴에는 공손함이 가득했고 심지어 경건함까지 띠고 있었다. 임봉을 대할 때와는 전혀 딴 사람이었다.
  • “그는 나의 형님이야. 나에게 부탁한 게 아니라 내가 그를 위해 일한 것뿐이야, 알겠어?”
  • 황사장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 비형은 이미 그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이 강한데 형님의 형님, 그러니까 비형의 형님의 실력은 무섭도록 강할 것이다.
  • 그는 감히 상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 “황옥명, 너 설마 이 5년간 네가 동해시에서 얻은 모든 것들이 다 내가 너한테 준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 비가 한마디 물었다.
  • 황옥명은 서둘러 대답했다.
  • “만약 비형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저 황옥명은 그저 길거리의 백수건달이었을 뿐입니다. 비형이 아니면 어찌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 “다시 생각해봐라.”
  • 비가 말을 이었다.
  • 황옥명이 순간 어리둥절했다.
  • ‘이게 답이 아니라고?’
  • 그러나 확실히 도움을 준건 비였다. 자신에게 몇 마디 조언을 해준 덕분에 비로소 황옥명은 관건적인 타이밍에서 전승을 거두어 단번에 기초를 닦아 오늘의 이 자리에 설수 있었다.
  • 황옥명은 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순간,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혹시, 형님의 형님? “
  • “그래도 똑똑한 편이네.”
  • “그분은 말 한 마디면 너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마찬가지로 말 한 마디면 모든 것을 빼앗아 갈수도 있지.”
  • “알겠습니다!”
  • 황옥명은 즉시 대답했다.
  • “비형의 조언 감사합니다, 저 황옥명은 무조건 제 할일들을 잘 처리할 겁니다!”
  • 비는 말없이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 황옥명은 다리가 나른해져 소파 앞으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은 후 긴 숨을 내쉬었다.
  • 긴장 탓에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 알고 보니 배후에 있던 사람이 바로 그 형님이고 심지어 그의 한 마디 말 때문에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되었다니 실로 무서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 한참을 지나 그는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지만 내심 놀라운 마음도 있었다.
  • 그의 머릿속에 비 형님의 형님은 아직 그림자에 불과하지만, 바로 이 그림자 앞에서는 충분히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
  • “보아하니, 임우진이 형님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임강 부자는 정말 분수를 모르는 모양이구나!”
  • 황사장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