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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도대체 뭐야!

  • ‘황씨?’
  • 황옥명같은 대단하신 분이 황씨라고 자칭했다.
  • 어이없는 소리였다.
  • 임강은 자신의 귀가 웽웽 울리는 것 같았다. 잘못 들은 것이 분명했다.
  • 임원들도 얼굴이 경직되어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 마주보며, 혹시 환청이 들린 건 아닌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 모든 사람들이 환각상태에 빠진 것 마냥 표정들이 저마다 똑같았다.
  • “아버지….”
  • “황사장이 방금 자신을 뭐라고 했지?”
  • 임봉은 침 한번 꿀꺽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 “황씨요!”
  • 임봉은 즉시 답하고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 만약 황옥명이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 걸 듣게 되는 순간 어쩌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
  • 그는 같이 들어가고 싶었지만 황옥명은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 쾅!
  • 밖에 있던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 황씨라는 말 한마디에 전체 회사 직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들은 바에 의하면 임우진의 미색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황옥명의 이런 공손한 태도는 전혀 애인을 만나러 온 태도가 아니었다. 이건 분명 친어머니를 만난 것보다 더 깍듯해 보였다.
  • 사람들은 무언가에 한방 맞은 듯이 얼빠진 사람처럼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 사무실 안.
  • 임우진은 몸을 일으켜 빠르게 걸어갔다.
  • “황사장님, 어떻게 직접 오셨어요?”
  • 그녀는 진짜 모르고 있었다. 왜냐면 임강이 아예 귀띔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직까지도 이 여자는 임강이 그녀를 망신을 주려고 한다는 걸 바보같이 눈치 채지 못했다.
  • 황옥명은 그녀가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 “아이고! 임우진 씨, 이러지 마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 황옥명은 급히 말을 이어갔다.
  • “제가 직접 찾아뵙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 예전에 임우진의 신분을 잘 모르고 있었을 때는 건방진 태도와 심지어 나쁜 생각까지 가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담이 죽어도 없었다.
  • 무슨 일이 일어 난지도 모르는 임우진은 황옥명이 이렇게도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조금 의아해했다.
  • 그녀는 어쩌면 또 강녕과 연관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 그녀가 머리를 돌리자 황옥명도 강녕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낯선 남자에게로 갔다.
  • “임우진의 남편입니다.”
  • 강녕은 자기소개를 마치고 한동안 또 말이 없었다.
  • 황옥명은 비형의 형님의 여자가 임우진이라고 생각했는데 강녕이 그 임우진의 남편이라는 순간 심장이 철컹 내려앉았다.
  • 우선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판단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
  •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그가 내려 받은 지시는 오로지 임우진을 도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 “임우진 씨, 제가 오늘 온 목적은 계약을 하기 위해서예요. 만약 수정하려는 세부사항이 있으시다면 말씀만 하세요. 바로 수정해 드리겠습니다.”
  • 설령 모든 이윤을 다 빼앗긴다 해도 황옥명은 할 말이 없었다.
  • “황사장님, 감사드려요. 이미 모두 얘기가 끝난 상황인데 예전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 임우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 그녀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거에 대해 누구보다도 기뻤다.
  • “깜빡할 뻔했네요. 계약서가 아직 법무부에 있어요. 제가 금방 가져올게요.”
  • 임우진은 황옥명더러 잠시만 기다리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나왔다.
  • “임우진 씨?”
  • 황옥명은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 “혹시 비형을 아시나요?”
  • 임우진은 비라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다가 대뜸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모르는 사람인데요.”
  • 황옥명은 “아하”라고 짧게 대답을 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괜찮아요. 그럼 저는 여기서 임우진 씨가 계약서를 가져다주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임우진은 재빠르게 문을 열고 나갔다. 밖에는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임우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굴 표정들은 저마다 달랐다.
  • 임우진이 문을 열고 나오는 걸 본 임강의 얼굴은 마치 그녀가 너무 빨리 나와서 당황한 듯 했다.
  • 임우진은 물었다.
  • “사장님, 프로젝트 계약서는요? 황사장님이 계약하신대요.”
  • “계약서? 진부장, 빨리 계약서 가져와요.”
  • 임강은 멈칫하다가 즉시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 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 법무부의 부장은 이내 계약서를 가져왔다.
  • “우진아, 너랑 황사장은 대체 무슨 사이냐?”
  • 임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 그 황씨라는 부름은 아직까지도 그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했다.
  • 임우진은 뭇사람들의 눈빛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남들이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 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임강도 더 물을 수 없었다.
  • 사무실에서 강녕은 여전히 여유 있는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 황옥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조금 떨어져 앉았다.
  • 아무리 그래도 임우진의 남편이라고 했으니 예의는 좀 차려야 할 것 같았다.
  • “비 이놈은 언제 비사장이 됐지?”
  • 갑작스러운 강녕의 이 한마디에 황옥명은 엉덩이가 못에 찔린 것 마냥 벌떡 일어났다.
  • 그리곤 온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 비!
  • 그는 당연히 비형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직접 비라고 부르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 눈앞의 이놈은 들어보니 임우진의 데릴남편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비형을 알고 또 비라고 직접 부를 정도로 친한지 의문이 들었다.
  • “혹시… 비형을 아시나요?”
  • 물어보는 순간 황옥명은 자신이 엄청 바보처럼 느껴졌다.
  • 그는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앞에 있는 이 강녕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 바로 비형의 형님이었다.
  • 그는 임우진의 남편이기 때문에 임우진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한 여자 때문에 비형이 직접 자기한테 전화까지 할 필요가 없다.
  • 황옥명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고 온몸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 “저기…”
  • 그는 비형의 형이면 강녕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 “내 신분을 눈치 챘다면 혼자만 알고 있어.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 강녕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비가 나한테 알려줬어. 동해 쪽은 당신이 잘 알기에 부탁할 일들이 많을 거라고.”
  • 황옥명은 듣자마자 깃대마냥 꼿꼿하게 몸을 세웠다.
  • “네!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주시면 잘하겠습니다.”
  • 진짜 이 사람이 비형의 형님이었던 것이다.
  • 비형은 이미 놀랄 만하게 불과 5년 안에 동해시의 수장 중 하나로 됐는데 하물며 이런 형의 형이라니 그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 도대체 얼마큼 대단한 사람일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 “내 아내는 착한 사람이야. 착한 사람은 괴롭힘 당하기 마련이지. 자꾸만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려고 해. 저 파렴치한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 “형,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작은 일마저 형님께서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황씨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황옥명은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형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돌아가서 비형께는 무조건 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비형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 철컥!
  •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 강녕은 여전히 여유 있는 모습인데 황옥명은 어쩐지 그의 앞에서 안절부절 해보이기도 하고 몸을 조금 굽히니 공손해 보이기도 했다.
  • “황사장님, 계약서를 가져왔습니다.”
  • 임우진은 이 관경을 보고 나니 조금 의아했다. 황사장이 왠지 강녕을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황옥명은 곧 평정심을 되찾고 웃으면서 말했다.
  • “임우진 씨, 나랑 강선생이 오늘 처음 만났는데 마치 옛 친구처럼 느껴져서 대화를 좀 나눴어요.”
  • 말을 마치고 이내 앞으로 나가 임우진의 손에 있던 계약서를 가져와서는 보지도 않고 바로 서명했다.
  • 서명을 마친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 “이 사업은 아직 임우진 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만약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 말을 끝내고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강녕에게 인사를 마치고 물러나갔지만 강녕은 그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았다.
  • 황옥명은 임우진의 사무실에서 나와 긴 한숨을 내뱉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한 홀가분한 느낌이었는데 이 감정을 임강 무리들이 놓칠 일이 없다.
  • “황사장님….”
  • “임사장, 프로젝트는 이미 계약을 끝냈어요. 하지만 이건 분명히 해야 해요. 이 사업은 임우진 씨가 무조건 책임져야 돼요. 아니면 언제든지 계약 해지할 수도 있을 테니깐!”
  • 황옥명은 본연의 난폭함을 되찾은듯해 보였다.
  • “그리고!”
  • 그는 아까 문을 열어줄 때 임우진을 비웃던 고위 임원을 향해 말했다.
  • “이런 예의없는 놈은 임씨 그룹에서 내쫓는 게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