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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남에게 부탁할 때는 머리를 굽혀야 한다!

  • 임강네 집.
  • 임소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특별히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온 것이다.
  • 옆에 있는 침향이 매혹적인 향기를 풍겼다.
  • “아버지, 이번 황사장과의 협력은 저희 임가한테 정말 중요해요.”
  • 임강은 차를 우려내면서 말했다.
  • “그건 당연한 일이지. 우리 임가는 곧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다.”
  • 임소는 기뻐했다.
  • “지금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가나?”
  • “문제없어요. 임봉이 오늘 사인을 받으러 갔어요.”
  • “아버지의 손자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 임소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임가의 남자들은 모두 우수했다.
  • “아버지!”
  • 허겁지겁 달려온 임봉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 하지만 임소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일시에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 “마침 네 얘기 중이었다.”
  • 임강은 손짓을 했다.
  • “할아버지께서 황사장과 협력한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돼 가는지 물어보신다. 계약은 했느냐?”
  • 임봉은 임소를 힐끔 쳐다보고는 더욱 긴장한 나머지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 “이 프로젝트는…”
  • 그가 우물쭈물 말하려다 멈추는 것을 보고 임강은 나쁜 예감이 들어 삽시에 안색이 굳어졌다.
  • “제가 갔는데 오늘 황사장님이 일이 있어서 안 계셨어요. 저한테 내일 다시 찾아오라고 했어요.”
  • 임봉은 눈을 꼭 감고 말했다.
  • ‘만약 할아버지께서 내가 프로젝트를 망쳤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무조건 나를 끝장내려 할 것이다!’
  • “황사장이 평민 출신인데 줄곧 콧대가 높아. 하루 더 기다리라면 너는 그냥 잠자코 기다려면 돼.”
  • 임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 임봉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 임강은 틀림없이 무슨 문제가 생겼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아버님이 집에 돌아가신 후 임봉을 서재로 불러냈다. 그의 얼굴빛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그는 노하여 말했다.
  • “너 한번만 더 사실을 숨기면, 절대 가만 안 둬!”
  • “아버지!”
  • “이번 일은 저와 상관없어요!”
  • 임봉은 억울해하며 말했다.
  • “임우진이에요!”
  •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 “글쎄 황사장이 임우진과만 계약을 맺고 다른 사람은 그를 볼 자격도 없다며 바로 저를 쫓아냈어요!”
  • 그 말을 들은 임강의 안색이 나빠졌다.
  • ‘나 임강의 아들이 쫓겨났다고?’
  • “임우진이 무조건 황씨와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겠어요?”
  • 임봉은 불만을 터뜨렸다.
  • “그 황씨가 임우진이 가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는 무효처리한다고 했어요. 황씨는 개의치 않아 했어요.”
  • “너, 임가에서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알아?”
  • 잔뜩 화가 오른 임강은 얼굴을 흐렸다. 당장이라도 아들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께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 임봉은 삽시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럼 어떡해요?”
  • 그는 다급히 물었다.
  • 가만히 앉아서 어부지리를 얻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이 든 성배였다.
  • “뭘 어떡해?”
  • 임강은 욕을 퍼부었다.
  • “그래 누가 너더러 지금 당장 임우진을 해고하라고 했어! 지금 이 프로젝트 망하면 우리 둘 다 끝장이야!”
  • 임봉은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 임우진을 해고한건 분명 회장인 아버지셨다.
  • “임우진을 다시 복귀시켜서 이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해라고 해!”
  • 임강은 호통을 쳤다.
  • “계약 체결하면 다시 꺼지라고 해!”
  • “걔가 하려고 할까요?”
  • 임봉은 조심스레 물었다.
  • “지금 당장 걔한테 전화 해!”
  • 임봉은 침만 삼키면서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 그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임우진한테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 임우진은 현재 그들의 전화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아버지, 걔가 안 받아요. 이제 어떡해요?”
  • “뭘 어떡해?”
  • 임강은 냉소를 지었다.
  • “보아하니 이 계집애가 아주 비싸게 구는 모양인데 아마도 우리가 직접 찾아가 부탁해야 할 것 같구나.”
  • 극히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그는 임문 일가네 세 식구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미친 데릴사위까지 모두 네 식구였다.
  • 이제 임우진은 임가 산업을 쟁탈할 자격이 없으니 그는 더 이상 쓸모없는 이 인간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 그러나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 임강은 즉시 임봉을 데리고 차를 몰아 임우진의 집으로 향했다.
  • 곧 두 사람은 허름한 화성아파트에 도착하였다.
  • 주위환경을 살펴본 임강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면서 행여나 바지를 더럽힐까봐 조심스레 길을 걸었다.
  • “이 집이에요.”
  • 임봉은 문 하나를 가리켰다.
  • 그들은 이런 곳에 거의 오지 않는다.
  • 임가는 돈이 많지만 모두 아버지 임소 손에 있었고 그의 아들들은 임씨 그룹에서 일해도 월급과 배당금을 받는 게 다였다.
  • 그러나 임문이 불구로 되여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경제형편이 날로 나빠졌다. 하물며 살고 있는 집도 임소가 그를 불쌍히 여겨 마련한 것이었다.
  • “쾅쾅쾅!”
  • 임봉은 힘껏 문을 두드렸다.
  • “와요, 와! 누가 이렇게 문을 세게 두드려요!”
  • 집안에서 소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녀가 문을 열자 임강 부자가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 이윽고 얼굴빛이 흐려졌다.
  • “당신들, 뭐 하러 오셨어요?”
  • “우린 우진이를 찾아 왔어.”
  • 임강은 담담히 말하며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우진이는 어디 있지?”
  • “여기 없어요.”
  • 소매도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 “당신이 우진이를 만나서 뭐 하려고?“
  • “임우진!”
  • 임강은 소매를 무시하고 소리쳤다.
  • “큰아버지가 왔는데 밖에 나와 보지도 않냐!”
  • 한편 집에 있던 임우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집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몇 년 동안 심지어 아버지께서 불구로 되시고 나서도 임강은 한 번도 집에 보러오지 않았는데 오늘 와서 뭘 하려는지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가자, 우리 나가자.”
  • 강녕은 임우진을 끌고 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임우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임강은 피식 웃었다.
  • “우진아, 아직도 이 큰아버지한테 화가 나 있니?”
  • 임우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 “회사에서 널 해고한건 다 오해야.”
  • 임강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 “지금 회사는 네가 필요해. 돌아와서 황사장과의 계약을 체결했으면 하는데, 정말 회사를 떠나고 싶다면 계약을 체결한 후 떠나면 돼.”
  • 이 말을 들은 임우진은 너무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자신이 필요 없을 때에는 바로 해고하고, 지금은 자신이 필요니깐 지체 없이 집까지 찾아왔다.
  • 그들은 아주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 ‘내가 도구야! 쓰고 나면 버리게!’
  • 옆에 서있던 소매도 알아들었다.
  • 이 임강 부자가 임우진을 해고했다는 것을 그녀는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
  • “아주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진이를 대체 뭐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우리 가족을 뭐로 보는 거예요?”
  • 그녀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 “작은 어머니, 고마운 줄 아셔야죠.”
  • 임봉은 하찮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 “지금은 우진이가 아직 좀 쓸모가 있어 그렇지. 안 그러면 너덜너덜한 이 집, 저 들어오기도 귀찮아요.”
  • “너…”
  • 소매는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윽고 손을 들어 임봉의 뺨을 한 대 때리려 했다.
  • “어디 한번 때려 봐!”
  • 임강은 위엄에 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 “임가 사람은 너 같은 늙은 여편네가 감히 때릴 수 있는 게 아니야!”
  • 소매는 늙은 여편네라고 욕먹은 모욕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순간 퍽 하고 뺨을 갈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임봉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강녕이 또 자신한테 손을 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 “감히 나의 장모님을 헐뜯다니, 당신들 간땡이가 부었구나?”
  • 강녕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 “남에게 부탁을 하고 싶으면 머리를 숙이라고 네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않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