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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하늘과 땅 차이

  • 사실 임민정은 졸업을 한 것이 아니다. 임 씨 가문에서 큰돈을 들여 그녀를 학교에서 나오게 했을 뿐이다.
  • 임 씨 가문과 남 씨 가문은 대대로 교분이 있었다. 임민정은 어려서부터 남서진을 좋아했고 임 씨 가문에서도 그녀를 남 씨 가문 사모님으로 생각하고 길렀다.
  • 그런데 윤청아라는 작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 시골에서 온 못생긴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남 씨 가문의 다섯 도련님 사이에서 약혼자를 고르는가?
  • 임민정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윤청아는 남서진을 제외한 그들 모두를 건드려도 상관없다.
  • 자동차는 천천히 남 씨 가문에 들어섰다. 별장에 도착하자 남 씨 가문의 다섯 도련님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 모두들 오랜만에 만난 임민정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임민정도 해외에서 준비해 온 선물을 그들에게 주었다.
  • 잠시 멈칫한 그녀는 윤청아를 바라보며 미안한 듯 말했다.
  • “미안해, 청아야. 귀국해서야 네가 남 씨 가문에 왔다는 걸 알아서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
  • 윤청아는 임민정이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 많은 남주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민정 누나, 누나가 쟤랑 친한 것도 아닌데 뭘 미안해해.”
  • 옆에서 선물을 뜯던 그는 감탄했다.
  • “와, 신상 게임기. 게다가 한정판이네. 민정 누나, 완전 짱이야.”
  • 그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윤청아는 알아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 하지만 잠시 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윤청아는 문을 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서진을 바라보았다.
  • “임 씨 가문에서 오늘 밤에 파티를 할 거야. 임민정의 귀국을 축하하는 파티. 할아버지가 너를 데리고 같이 참석하래.”
  • 오늘 윤청아를 픽업하는 건 남서진이었고 윤청아도 모든 일을 남서진에게 맡겼다.
  • 윤청아도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남 씨 어르신이 남서진에게 같이 갈 것을 요구해서 안 가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았다.
  •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남서진을 따라나섰다. 임민정도 그들과 함께 드레스숍에 갔다.
  • 남서진은 드레스숍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렸다.
  • 임민정은 큰언니처럼 윤청아를 끌고 다녔다.
  • “청아야, 이따가 파티에서 긴장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찾아와. 걱정 마.”
  • 윤청아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여자의 모습이 정말 거슬렸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괜찮아요. 남 씨 할아버지께서 오늘 남서진 씨한테 절 데리고 다니면서 챙기라고 하셨어요. 남서진 씨만 있으면 저는 안심이 돼요.”
  • 역시나 임민정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었다. 윤청아를 잡고 있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 “그렇긴 하지. 그럼 우리 드레스 고르자. 서진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말고.”
  •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내가 드레스에 대해서 자주 연구하는데 대신 골라줄까.”
  • “좋아요.”
  • “이거 어때?”
  • 윤청아는 임민정이 들고 있는 옷을 힐끔 보았다. 딥 그린 색의 튜브톱 이브닝드레스였다. 그런 드레스는 보통 3,40대의 여자들이 입는 것으로 그녀의 나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이 여자는 역시 불여우였다.
  • “왜? 마음에 안 들어?”
  • 임민정은 시골에서 올라온 윤청아가 그런 사실을 모를 거라고 단정 지었다. 역시나 윤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요, 이걸로 하죠.”
  • 윤청아는 얼굴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그깟 옷을 신경 쓸까.
  • 임민정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 “그럼 메이크업 받으러 가자.”
  • “저는 안 받을게요. 요즘 피부에 트러블이 생겨서요.”
  • 임민정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윤청아가 못생길수록 그녀는 기분이 좋았으니까.
  • 다 차려입은 두 사람이 분장실에서 나왔다. 연파랑 드레스를 입은 임민정은 부드럽고 아름다웠는데 윤청아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 남서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파티는 임 씨 가문의 별장에서 진행되었다. 초대된 손님들은 전부 임민정의 친구와 친척들이었다.
  • 임 씨 가문에 도착한 임민정은 손님을 맞으러 갔다.
  • “언니, 저 여자가 윤청아야? 저렇게 못생긴 여자가 왜 서진 오빠 옆에 서 있어.”
  • 그 말을 한 사람은 임민정의 사촌 여동생 이주영이었다.
  • 어르신의 요구대로 남서진은 파티에 온 후에도 윤청아와 함께 다녔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 임민정의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 무슨 자격으로. 그녀 자신도 남서진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가한 적이 없는데.
  • “언니, 쟤가 이런 파티에 온 이상 매운맛을 보여줘야겠어.”
  • 이주영은 표독스럽게 말했다.
  • 임민정은 미간을 살짝 모았다.
  • “주영아, 함부로 행동하지 마.”
  • “걱정 마, 언니. 나도 분수가 있어.”
  • 남서진은 파티장에서 비즈니스 업계에 있는 친구 몇 명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윤청아는 혼자 정원의 수영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정말 심심해. 이따가 하정운을 찾아가서 놀까?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심하게 부딪쳤다. 평형을 잃은 그녀는 바로 옆에 있던 수영장에 떨어졌다.
  • 하늘도 땅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녀는 물을 무서워했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힘껏 발버둥 치고 있었다.
  • 파티의 메인 스테이지가 바로 정원이었다. 모두들 수군거리자 임민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남서진이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그녀의 웃음기는 그대로 굳어졌다.
  • 구조된 윤청아와 남서진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위층에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 방 안, 샤워가운을 입고 있는 윤청아의 표정이 어두웠다.
  • 방금 일부러 부딪친 그 사람, 끝장낼 거야!
  •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남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윤청아 씨, 옷 주러 왔어요. 괜찮아요?”
  • 정신을 차린 윤청아는 방문을 열었다. 남혁의 손에서 옷을 받아든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 “당신…”
  • 남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그 얼굴은 전에 봤던 윤청아와 하늘과 땅 차이였는데 남주하가 그들에게 보여줬던 사진 속 얼굴과 똑같았다…
  • 윤청아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물에서 구조되었을 때 화장이 조금 번진 것이었다. 그리고 아까 조금 불편해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었다.
  • 가발은 벗겨지지 않았지만 얼굴은…
  •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어떻게 이 일을 잊어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