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2화 어떤 요괴와 마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모두의 표정을 본 윤청아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고 억울한 척 그들을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
  • 메이드는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방은 남 씨 어르신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준 것이다. 소녀들이 좋아하는 베이비 블루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드레스룸에는 명품 가방과 주얼리가 가득한 것으로 보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 아래층에 앉아있던 네 도련님은 또다시 감탄에 찬 윤청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 “와, 방이 너무 크고 예쁘다.”
  • “이 옷들과 가방과 액세서리가 다 내 거야?”
  • 네 사람은 멘붕이었다. 남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우리 넷 중에 내가 제일 잘생겼는데 설마 날 마음에 들어 하진 않겠지? 오늘에서야 잘생긴 게 잘못된 일인 걸 알았어.”
  • “제일 잘생긴 게 너라고? 염치 좀 챙길래?”
  • 저녁을 먹을 때도 여전히 네 사람과 윤청아가 함께였다.
  • 남 씨 가문 네 형제의 부모님과 어르신은 수시로 해외여행을 가는 걸 좋아했다. 큰형은 남 씨 가문의 권력을 장악한 NC 그룹의 대표였다. 그들은 평소에는 회사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 지냈지만 어르신은 윤청아가 왔으니 다섯 명이 모두 집에 돌아와 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윤청아가 여전히 꽃무늬 자수가 놓인 빨간 옷을 입고 내려오자 그들은 눈꼴이 사나웠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남유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 “윤청아 씨, 위층에 옷이 그렇게 많은데 갈아입을 수 없나요?”
  • 윤청아는 자신의 옷을 보며 어리둥절한 듯 입을 열었다.
  • “저는 이 옷이 예쁜 것 같은데요.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셨어요.”
  • 네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 요즘 세상에 직접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니. 처음 알았네.
  • “그만해, 촌뜨기야.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넷은 너랑 약혼하지 않을 거야. 큰형은 더욱더 네가 마음에 안 들 거고. 눈치껏 알아서 나가는 게 좋을걸.”
  • 남주하가 입을 열었다. 남 씨 가문에서 제일가는 독설가가 바로 그였다.
  • 그 말을 들은 윤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 “그럼 할아버지한테 드릴 말씀이 없는데…”
  • “네가 우리 집 돈에 눈독 들인 것 같은데, 분명히 말할게. 우리 집에 빌붙어도 좋은 결과 없을 거야.”
  • 윤청아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퍼먹었다. 못생긴 얼굴에 억울한 표정까지 짓고 있어서 남 씨 가문 네 사람은 식욕이 떨어졌다. 저 여자랑 어떻게 대화하지?
  • 그들이 나가자 윤청아는 오히려 즐겁게 식사를 했다. 남 씨 가문의 음식은 맛이 제법 괜찮아서 그녀의 입에 맞았다.
  • 그녀가 원하던 효과도 얻어냈다. 남 씨 가문의 누구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 년 뒤에 다시는 얼굴 볼일 없을 것이다.
  • 식사를 마친 윤청아는 방으로 들어왔다.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 “보스, A 시에 도착했어? 어때? 남 씨 가문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았지?”
  • 윤청아는 그 문자를 보고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 “고작 남 씨 가문 그 몇몇이 날 괴롭히겠어?”
  • 상대방은 곧 답장을 보냈다.
  • “보스, 쩐다. 남 씨 가문 사람들은 만만하지 않아. 특히 남서진, 그 사람은 꿍꿍이가 보통 깊은 게 아니야. 보스, 꼭 그 사람을 조심해야 해.”
  • 윤청아는 멈칫했다. 남서진, 회사에 미팅하러 간 남 씨 가문의 큰형이겠지! 그를 보진 못했지만 윤청아는 어려서부터 어떤 요괴와 마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핸드폰을 끈 윤청아는 곧 잠이 들었다.
  • 어려서부터 잠자리에 예민한 윤청아는 어렴풋이 얕은 잠만 자다가 새벽 네시가 넘어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 그녀는 그때 메이크업을 지우고 있었다. 한밤중이니까 아무도 없겠지! 윤청아는 슬리퍼를 신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비몽사몽간에 계단을 올라 침대에 누웠다.
  • 그녀는 불을 켜지 않았다. 왠지 침대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이불을 젖히는 것 같았다. 얕은 잠을 자던 윤청아는 인기척을 느끼고 몽롱하게 눈을 떴다.
  •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낮고 섹시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야?”
  • 윤청아는 제대로 멍해졌다. 감히 한밤중에 그녀의 방을 쳐들어온 남 씨 가문 사람이 있다니.
  • “너는 누군데? 이 밤에 남의 방에 쳐들어와?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냐?”
  • 불을 켜지 않아서 윤청아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 “네가 바로 윤청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