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표정을 본 윤청아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고 억울한 척 그들을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
메이드는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 방은 남 씨 어르신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준 것이다. 소녀들이 좋아하는 베이비 블루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드레스룸에는 명품 가방과 주얼리가 가득한 것으로 보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아래층에 앉아있던 네 도련님은 또다시 감탄에 찬 윤청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와, 방이 너무 크고 예쁘다.”
“이 옷들과 가방과 액세서리가 다 내 거야?”
…
네 사람은 멘붕이었다. 남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넷 중에 내가 제일 잘생겼는데 설마 날 마음에 들어 하진 않겠지? 오늘에서야 잘생긴 게 잘못된 일인 걸 알았어.”
“제일 잘생긴 게 너라고? 염치 좀 챙길래?”
저녁을 먹을 때도 여전히 네 사람과 윤청아가 함께였다.
남 씨 가문 네 형제의 부모님과 어르신은 수시로 해외여행을 가는 걸 좋아했다. 큰형은 남 씨 가문의 권력을 장악한 NC 그룹의 대표였다. 그들은 평소에는 회사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 지냈지만 어르신은 윤청아가 왔으니 다섯 명이 모두 집에 돌아와 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청아가 여전히 꽃무늬 자수가 놓인 빨간 옷을 입고 내려오자 그들은 눈꼴이 사나웠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남유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윤청아 씨, 위층에 옷이 그렇게 많은데 갈아입을 수 없나요?”
윤청아는 자신의 옷을 보며 어리둥절한 듯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옷이 예쁜 것 같은데요.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셨어요.”
네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요즘 세상에 직접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니. 처음 알았네.
“그만해, 촌뜨기야.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넷은 너랑 약혼하지 않을 거야. 큰형은 더욱더 네가 마음에 안 들 거고. 눈치껏 알아서 나가는 게 좋을걸.”
남주하가 입을 열었다. 남 씨 가문에서 제일가는 독설가가 바로 그였다.
그 말을 들은 윤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할아버지한테 드릴 말씀이 없는데…”
“네가 우리 집 돈에 눈독 들인 것 같은데, 분명히 말할게. 우리 집에 빌붙어도 좋은 결과 없을 거야.”
윤청아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퍼먹었다. 못생긴 얼굴에 억울한 표정까지 짓고 있어서 남 씨 가문 네 사람은 식욕이 떨어졌다. 저 여자랑 어떻게 대화하지?
그들이 나가자 윤청아는 오히려 즐겁게 식사를 했다. 남 씨 가문의 음식은 맛이 제법 괜찮아서 그녀의 입에 맞았다.
그녀가 원하던 효과도 얻어냈다. 남 씨 가문의 누구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 년 뒤에 다시는 얼굴 볼일 없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윤청아는 방으로 들어왔다.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보스, A 시에 도착했어? 어때? 남 씨 가문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았지?”
윤청아는 그 문자를 보고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고작 남 씨 가문 그 몇몇이 날 괴롭히겠어?”
상대방은 곧 답장을 보냈다.
“보스, 쩐다. 남 씨 가문 사람들은 만만하지 않아. 특히 남서진, 그 사람은 꿍꿍이가 보통 깊은 게 아니야. 보스, 꼭 그 사람을 조심해야 해.”
윤청아는 멈칫했다. 남서진, 회사에 미팅하러 간 남 씨 가문의 큰형이겠지! 그를 보진 못했지만 윤청아는 어려서부터 어떤 요괴와 마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끈 윤청아는 곧 잠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잠자리에 예민한 윤청아는 어렴풋이 얕은 잠만 자다가 새벽 네시가 넘어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그녀는 그때 메이크업을 지우고 있었다. 한밤중이니까 아무도 없겠지! 윤청아는 슬리퍼를 신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비몽사몽간에 계단을 올라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불을 켜지 않았다. 왠지 침대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이불을 젖히는 것 같았다. 얕은 잠을 자던 윤청아는 인기척을 느끼고 몽롱하게 눈을 떴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낮고 섹시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윤청아는 제대로 멍해졌다. 감히 한밤중에 그녀의 방을 쳐들어온 남 씨 가문 사람이 있다니.
“너는 누군데? 이 밤에 남의 방에 쳐들어와?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냐?”
불을 켜지 않아서 윤청아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