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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우리 두고 보자!

  • 그 말에 주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 “그러게, 본인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 “본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 씨 가문 사람들이 응석을 받아준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필요는 없지.”
  • 처음 수모를 당한 이주영은 노발대발하며 윤청아를 밀어버리려고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먼저 몸을 피했다. 그 결과 이주영은 “풀썩” 바닥에 넘어졌다.
  • 윤청아는 손을 흔들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모두들 보셨죠. 저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말투로 협박했다.
  • “이주영, 아까 너 때문에 내가 물에 빠졌다는 거 알아. 네가 다시 한번 날 건드린다면 너의 남혁 오빠가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될 거라고 장담해.”
  •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이주영 씨, 제가 부축해 줄까요?”
  • 그 말을 들은 이주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황급히 일어나 도망쳤다.
  • 남서진은 멀리서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윤청아가 실험용 토끼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살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청아는 그가 상상하는 것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재밌는 사냥감을 발견한 듯 무의식적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 해프닝이 끝나자 방금 전까지 달아올랐던 윤청아의 흥미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임민정을 보며 말했다.
  • “임민정 아가씨, 죄송하지만 그만 가봐야겠어요.”
  • “미안해, 부끄럽네, 내가.”
  • 임민정은 겉으로는 다정했지만 속으로는 이주영이 일을 망친 것을 원망했다.
  • 윤청아가 고개를 돌린 순간, “찌직” 소리가 들렸다. 설마 지퍼가 망가진 거야?
  • 역시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렸다!
  • 그녀는 드레스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지퍼 부분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임민정을 등지고 있었지만 그 여자가 깨고소해하는 모습이 상상이 갔다.
  •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남혁은 내친김에 외투를 벗어 윤청아에게 주려고 했다. 그런데 남서진이 한발 먼저 윤청아의 몸에 외투를 걸쳐주었다.
  • “옷이 왜 그래?”
  •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뒤에 지퍼가 열렸어요.”
  • 임민정을 힐끔 쳐다본 남서진은 무언가 짐작한 것 같았다.
  • “그럼 우리는 먼저 갈게.”
  • 임민정은 싸늘한 남서진의 목소리에 바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언제 온 거지?
  • 그녀는 입꼬리를 삐죽이며 달갑지 않은 듯 말했다.
  • “서진아, 나 방금 귀국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청아 바래다주라고 하면 안 돼? 나 오늘 너랑 춤도 안 췄잖아!”
  • “됐어.”
  • 남서진은 임민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윤청아를 쳐다봤다.
  • “내가 바래다줄게.”
  • “네.”
  • 윤청아는 남서진이 나서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 남주하는 남서진이 먼저 퇴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 “큰형, 가는 거야!”
  •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남서진의 외투를 걸치고 있는 윤청아가 보였다. 그는 이내 큰소리로 꾸짖었다.
  • “야, 못난이, 주제도 모르고 우리 큰형 꼬시지 마.”
  • 윤청아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녀도 혼자 가고 싶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게 얼마나 민망한데. 특히 이글거리는 임민정의 눈빛에 구워질 것 같았다.
  • 하지만 남서진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난처하게 정장 외투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 남혁의 손에는 건네지 못한 외투가 남아있었다. 그는 멀어지는 윤청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름 모를 감정을 느꼈다.
  • 남서진이 왜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그저 할아버지가 시켜서 그러는 걸까?
  • 임민정은 실망한 눈빛으로 남서진이 윤청아와 함께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녀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 그녀의 마음은 질투로 가득 찼다.
  • 말괄량이가, 못생기고 교양 없는 애가 나랑 남서진을 뺏을 자격이 있어?
  • 윤청아, 널 괴롭혀줄 거야, 우리 두고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