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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못생기기 짝이 없다

  • 윤청아는 어렴풋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이 남자가 남 씨 가문의 큰 도련님 남서진일 것이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말을 이었다.
  • “이게 누구 방인지 똑똑히 확인했어?”
  • 그녀는 멈칫했다. 희미한 달빛을 통해 방안을 둘러본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방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 어쩐지 침대의 느낌이 다르더라니.
  • 자신이 방을 잘못 찾은 것인가?!
  • 윤청아는 민망한 듯 침대에서 일어나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 “죄송해요. 제가 방을 잘못 들어왔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 “나가.”
  •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했고 윤청아는 멋쩍게 자리를 떠났다.
  • 다음날, 윤청아가 잠이 덜 깬 채로 아래층에 내려가는데 남주하가 웃으면서 하는 말이 들렸다.
  • “큰형, 그 여자 너무 못생겼지. 메이드한테서 들었는데 어제 그 여자가 형 방에 들어갔다면서. 깜짝 놀라진 않았어?”
  • 그 말을 들은 윤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어젯밤 그 사람은 남서진이 맞았다.
  • 남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못생겼다고? 어젯밤에 불을 켜지 않아서 윤청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잠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그녀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하얗고 깨끗했다.
  • 그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윤청아를 발견했다.
  • 옷을 갈아입었지만 얼굴은 연탄처럼 까맸고 점이 몇 개 더해져 못생기기 짝이 없었다.
  • 남서진은 입술을 오므렸다. 어젯밤에는 잘못 본 거겠지.
  • 윤청아도 남서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블랙 슈트 차림의 남자는 마치 신이 정성껏 조각한 듯 이목구비가 정교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그는 온몸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어서 주변 사람을 무섭게 했다.
  • 자성 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 회사 갈게.”
  • 말을 마친 남서진은 윤청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떠났다.
  • 남주하는 윤청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비꼬듯 말했다.
  • “어쩐지 어제 우리 네 형제한테 평범하게 행동하더니. 큰형한테 관심 뒀었구나! 쯧쯧, 윤청아, 네 속셈이 그렇게 깊을 줄 몰랐네!”
  • 그 말을 들은 윤청아는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방을 잘못 들어간 것뿐인데 이런 사람이 됐단 말이야?
  •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해명 없이 다이닝룸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 무시당한 남주하는 약이 바싹 올라서 다가왔다.
  • “윤청아, 분명히 말하는데 큰형은 네가 눈에 차지 않을 거야. 큰형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꿈 깨.”
  • “응.”
  • “날 좋아해 보는 건 어때?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남 씨 가문에서 며칠 더 지내게 해줄지도 모르잖아?”
  • 윤청아는 덤덤한 눈빛으로 남주하를 쳐다보고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 “고작 너? 털도 안 자란 애송이를?”
  • 그 말을 들은 남주하는 노발대발했다.
  • “너처럼 못생긴 여자가 감히 날 싫어해?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 날 좋아하지는 마. 네가 나랑 약혼하겠다고 하면 바로 자살할 거야.”
  • 옆에 있던 둘째 형 남혁은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는 아침을 먹는 윤청아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우아했고 명문가 아가씨의 기품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착각인 건가?
  • 그녀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남 씨 어르신은 윤청아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남주하와 동갑이어서 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 “못난아, 학교에서 나랑 아는 사이라고 말하지 마!”
  • 윤청아는 하찮다는 듯 남주하를 힐끔 쳐다보았다.
  • 식사를 마친 윤청아는 남혁의 차에 앉았다. 남혁의 성격은 남서진과 비슷했는데 별로 말이 없었다.
  • 윤청아는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 “제가 남주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왜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하지 않나요?”
  • 왜 남혁이 그녀를 바래다주는 거지?
  • 남혁도 어쩔 수 없었다.
  • “할아버지께서 우리랑 윤청아 씨가 감정을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면서 바래다주라고 하셨어요. 주말에도 번갈아가면서 놀아주라고 하셨고요. 오늘에는 원래 큰형이 바래다줘야 하는데 아침에 미팅이 있어서 저랑 순서를 바꿨어요.”
  • 남 씨 가문의 다섯 형제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누가 이 촌뜨기를 바래다주고 주말에 놀아줄 시간이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도 어르신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 윤청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그녀도 다섯 도련님이 얼마나 내키지 않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도 이런 걸 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