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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부잣집 큰아가씨

  • 윤청아가 입꼬리를 말아올리자 요염한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 “죄송해요, 저는 당신을 상대해 줄 시간이 없어요.”
  • 말을 마친 윤청아는 헬멧을 던져두고 돌아섰다.
  • 하정운은 고소해하며 남주하를 바라보았다.
  • “히히히, 네가 졌어. 어때, 아까 누굴 깔본 거야!”
  • 남주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 윤청아가 하정운에게 다가갔다.
  • “바래다줘.”
  • “네, 보스.”
  • 하정운은 앞잡이처럼 윤청아를 따라갔다.
  • 안색이 좋지 않은 큰형을 본 남주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
  • “형, 저분이 예뻐서 봐준 거 아니야?”
  • 남서진은 불쾌한 눈빛으로 남주하를 힐끗 보았다.
  • 그러고는 떠나가는 윤청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실루엣이 낯익었지만 어디서 본 것인지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 윤청아는 10억을 받고 단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또다시 촌스러운 메이크업을 하고 가발을 썼다. 아래층은 유난히 시끌벅적했다.
  • 남서진을 제외한 네 명이 모두 자리에 있었다.
  • “내가 이 사진을 보여줄게. 이 누나 정말 예뻐. 레이싱 하는 모습은 더 멋있고. 큰형이 이 분한테 진 게 전혀 억울하지 않다니까.”
  • 다른 세 사람은 사진을 보았다. 그건 어젯밤에 남주하가 찍은 것이었다. 다들 남서진이 왜 졌는지 흥미진진하게 토론했다.
  • “하하하,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큰형이 졌다는 게 신기하네.”
  • “예쁘긴 정말 예뻐. 우리 회사에 캐스팅해서 모델을 시키고 싶을 정도로.”
  • 패션 회사 수장인 셋째 남유안이 입을 열었다.
  • “이 미모에 연예계에 진출하지 않으면 아쉽지.”
  • 남우 주연상 수상자에 빛나는 넷째 남지훈도 감탄했다.
  • “어휴, 어젯밤에 이름을 물어보는 걸 깜빡했어. 근데 큰형이 사람을 보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소식이 있을 거야.”
  • 윤청아가 내려와서야 그들은 의론을 끝냈다.
  • 그들은 윤청아를 힐끔 쳐다보며 아까 그 여자의 얼굴과 윤청아의 얼굴이 천지차이라고 생각했다.
  • 윤청아는 자신의 화장 실력이 충분히 뛰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럼 그들이 모두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 아침식사를 마치자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울려댔다. 연신 투덜거리는 하정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보스, 그거 알아? 남주하가 정말 염치도 없이 돈으로 보스의 연락처를 사겠다고 했어.”
  • “쯧쯧쯧, 걔가 찾는 사람이 자신과 같이 사는 줄은 꿈에도 모를 거야.”
  • “맞다, 남서진도 조사하고 있으니까 보스도 조심해.”
  • 윤청아는 하찮다는 듯 웃었다. 그것도 남서진이 자신을 조사해낼 능력이 있어야지.
  • 금요일이 되었다. 남유안부터 남지훈, 오늘은 남서진이 자신을 바래다주는 날이다.
  • 두 사람은 아침에 가는 길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교할 때가 되자 남주하는 윤청아를 따라나왔다.
  • “왜 따라와?”
  • 남주하는 입을 삐죽거리며 하찮다는 듯 대꾸했다.
  • “누가 따라가고 싶대? 민정 누나가 돌아왔어. 큰형이랑 같이 왔다고 해서 난 누나를 찾아가는 중이야.”
  • 민정 누나? 누구지?
  • 의문스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눈치챈 남주하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 “민정 누나는 어려서부터 우리랑 같이 자란 임 씨 가문의 큰아가씨야. 우리랑 사이도 엄청 좋아. 2년 동안 해외에서 유학하다가 드디어 돌아왔어!”
  • 남주하는 그 누나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윤청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임 씨 가문의 큰아가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 그녀는 입속에 막대사탕을 물고 느릿느릿 교문을 나섰다.
  • 남주하가 말한 민정 누나는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온몸을 명품으로 두르고 굵은 웨이브 머리를 목뒤에 넘기고 있었다.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였다.
  • 임민정은 남주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윤청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네가 윤청아지. 나는 임민정이야. 주하 얘들이랑은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자랐어. 앞으로 우린 친구니까 A 시에 별로 아는 사람 없으면 나랑 놀아도 돼.”
  • 윤청아는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
  • “알겠어요.”
  • “민정 누나, 얘랑 뭘 놀아.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이번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 거지.”
  • 임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 “안 가, 나 이제 졸업해서 NC 그룹에 인턴하러 갈 거야.”
  • “그래? 형, 민정 누나 잘 부탁해.”
  • 남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동을 걸어 학교 앞을 떠났다.
  • 임민정의 눈빛에 한줄기 실망이 스쳤다. 그녀는 백미러로 윤청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 그녀가 어떻게 다시 갈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