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새로운 짝꿍이 오다
- 그래서 그날, 윤청아의 반에 새로운 친구가 왔다.
- “안녕, 난 새로 온 친구야. 남주하라고 해.”
- 앞에 서 있는 남주하는 세상 무해하게 웃어서 적지 않은 여학생들을 매료시켰다.
- “와, A 반의 그 남주하잖아!”
- 여학생들은 발칵 뒤집혔고 심지어 전교 1등인 심은영조차 잘생겼다고 소리를 질렀다.
- 원래 엎드려 자려던 윤청아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짜증이 가득했다.
- “재수 없어. 꼬랑지처럼 떨어뜨릴 수가 없네.”
- “선생님, 전 저기 앉으면 돼요.”
- 말을 마친 남주하는 앞으로 걸어갔고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윤청아의 옆자리에 머무를 때까지.
- 왜 쟤야? 설마 남주하가 쟤 때문에 반을 옮긴 거야?
- 모두들 믿을 수 없었다.
- “안녕, 새 짝꿍.”
- 남주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 윤청아는 손에 들고 있는 펜을 종이에 문질렀는데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 “야, 윤청아! 너 벙어리 됐어!”
- 윤청아가 대꾸하지 않자 그는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아서 무척 화가 났다.
- 그 뒤로 윤청아는 한시도 조용히 지내지 못했다.
- “야,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 다 알아들었어?”
- “윤청아, 너 왜 말을 안 해!”
- 윤청아는 그녀의 앞에서 알짱거리는 남주하를 지켜볼 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약이 오른 남주하는 펄쩍펄쩍 뛰었다.
- 그러다가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 “이번 수업이 끝나고 수학 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 지원할 사람 있어?”
- 남주하는 펜을 돌리더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윤청아, 너 올림피아드 수학 해봤어?”
- 윤청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 “그냥 조금 알아.”
- “아, 그래?”
- 눈을 데구루루 굴리던 남주하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 갑자기, 그가 큰소리로 말했다.
- “선생님, 윤청아가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대요!”
- 그 말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 “쟤가? 시골에서 왔는데 올림피아드 수학을 배운 적이 있어?”
- “그러게, 그러게. 주제 파악을 못하네.”
- “조용!”
- 선생님은 학생들이 의론이 분분한 것을 보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윤청아에게 완곡하게 말했다.
- “학교에서 공부한 지 얼마 안 돼서 학교 경시대회의 난이도를 모를 수 있어. 그러니까 공부를 좀 더 하고 내년에 참가하는 건 어때?”
- 윤청아는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원래 참가할 마음이 없었다. 올림피아드 수학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서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저렇게 말하니 참가해야만 할 이유가 생겼다.
- “아니요, 선생님. 저는 올해에 참가할래요.”
- “더 고민해 보지 않을래?”
- “걱정 마세요, 선생님. 저희 그쪽에서 제 수학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어요.”
- 시골이 아무리 좋아도 고급 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 윤청아의 자신감에 깜짝 놀란 선생님은 속으로 그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수업이 끝난 뒤, 남주하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 “올림피아드 수학을 못하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쎔한테 말하면 되잖아! 창피한 일도 아니고!”
- 주머니에 넣었던 핸드폰이 두어 번 진동했다. 윤청아는 의자를 뒤로 밀고 교실 밖으로 나가더니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냈다.
- “보스, 비상계단에서 만나.”
- 윤청아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계단 쪽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하정운이 계단 코너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들고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
- “보스.”
- 윤청아는 그의 뒤통수를 누르고 비상계단으로 밀어 넣었다.
- “살살해!”
-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
- “무슨 일 있어?”
- 하정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청아에게 파일을 건넸다.
- “수학 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 나간다고 들어서 족보를 준비했어.”
- 벌써 소문이 났나?
- 방금 신청하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또 남주하의 걸작일 테였다.
- 윤청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정운이 물었다.
- “보스, 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거야? 그렇게 많은 학위를 땄으니까 이런 작은 상에는 연연하지 않잖아.”
- 그녀는 원래 모범생 기질을 잘 숨기려고 했지만 남주하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윤청아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 “아무튼, 일이 복잡하게 됐어. 근데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무슨 일이야?”
- 하정운은 자신이 힘을 쓸 곳이 있다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 “어제 남서진의 서재에서 내 사진을 봤어.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알아보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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