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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기회를 주면 벗어나

  • 별장으로 돌아온 윤청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이 너무 많아서 그녀는 너무 얼떨떨했다.
  • 그녀는 방금 차에 탔을 때 전면 거울을 통해 남서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차 안이 어두컴컴해서 그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별장으로 오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지만 남서진이 왜 갑자기 나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옆에서 그저 구경을 해야 하지 않나? 설마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좋은 사람인 건가?
  •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드레스룸으로 돌아와 드레스를 벗고 일부러 촌스러운 잠옷을 입은 채 남서진의 서재로 들어섰다.
  • 서재의 책상 위에는 서류 뭉치가 높게 쌓여있었고 사진 몇 장이 흐트러져 있었다.
  • “외투 돌려줄게요. 아까는 고마웠어요.”
  • 남서진은 책상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 “돌려주지 않아도 돼.”
  • 윤청아가 대꾸했다.
  •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면 세탁소에 맡길까요?”
  • 남서진은 윤청아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필요 없어.”
  • 윤청아는 일초 동안 숨을 죽이고 있다가 차갑게 말했다.
  • “알아서 처리하라고요? 그럼 내가 대신 버려줄게요.”
  • 말을 마친 그녀는 정장 외투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 그러고는 남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소파에 앉아 수중에 있는 서류를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윤청아는 찬물을 맞은 것 같았다. 원래는 옷을 깨끗이 세탁해 돌려주면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혼자 친절을 베푼 거였다.
  • 윤청아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남주하가 꼼짝도 하지 않고 문 앞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 “비켜줄래.”
  • 윤청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 쓰레기통에 버려진 정장 외투를 본 남주하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윤청아를 보았다.
  • “네가 버렸어?”
  • 밑도 끝도 없는 질타에 윤청아는 얼굴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 “응.”
  • 남주하는 갑자기 격분하기 시작했다.
  • “역시 너는 시골에서 온 촌뜨기야. 너 따위가 민정 누나의 스타일을 흉내 내? 하하하, 웃겨 죽겠네. 네 몸무게도 가늠해야지 않아? 아무리 좋은 옷도 네가 입으면 소용없어. 다행히 우리 형이 오늘 너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했는데 넌 형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어? 너 그 옷이 얼마인지 알아? 당장 배상해.”
  • 피곤한 하루를 보낸 윤청아는 그와 싸울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끝마다 촌뜨기라고 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주하를 밀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수표 한 뭉치를 꺼냈다. 그러고는 한 장을 찢어 남주하에게 건넸다.
  • “자, 됐지.”
  • 남주하는 수표를 반복적으로 살펴보았다.
  • “설마 가짜 수표는 아니지?”
  • 윤청아는 할 말을 잃었다.
  • 그러자 남주하는 꼬투리를 잡은 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 “시골에서 올라온 너한테 그렇게 큰 액수를 배상하라고 하지 않을게. 이렇게 하자. 네가 우리 형한테 사과하면 마무리 짓는 걸로.”
  • 누군가가 그녀에게 평소에 이렇게 말했다면 수표를 얼굴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신분은 시골에서 온 일반인이다. 윤청아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해?”
  • 남주하는 큰소리로 호통쳤다.
  • “윤청아, 기회를 주면 벗어나!”
  • 그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 씨 어르신은 남주하의 고함에 깜짝 놀라 방에서 나왔다.
  • “사과? 뭘 사과해!”
  • 윤청아는 남 씨 어르신과 할아버지가 대대로 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남 씨 어르신, 별일 아니에요. 오해예요!”
  • 남주하는 윤청아가 겁을 먹은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 “할아버지, 이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가 큰형이 빌려준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제가 그래도 체면을 세워주려고 사과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나오잖아요.”
  • “이 녀석, 말을 제대로 해.”
  • 남 씨 어르신은 그를 아프게 때렸다.
  • 남주하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는 고개를 돌려 윤청아를 노려보았다.
  • “청아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남 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상냥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