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으로 돌아온 윤청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이 너무 많아서 그녀는 너무 얼떨떨했다.
그녀는 방금 차에 탔을 때 전면 거울을 통해 남서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차 안이 어두컴컴해서 그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별장으로 오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지만 남서진이 왜 갑자기 나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옆에서 그저 구경을 해야 하지 않나? 설마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좋은 사람인 건가?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드레스룸으로 돌아와 드레스를 벗고 일부러 촌스러운 잠옷을 입은 채 남서진의 서재로 들어섰다.
서재의 책상 위에는 서류 뭉치가 높게 쌓여있었고 사진 몇 장이 흐트러져 있었다.
“외투 돌려줄게요. 아까는 고마웠어요.”
남서진은 책상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돌려주지 않아도 돼.”
윤청아가 대꾸했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거면 세탁소에 맡길까요?”
남서진은 윤청아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필요 없어.”
윤청아는 일초 동안 숨을 죽이고 있다가 차갑게 말했다.
“알아서 처리하라고요? 그럼 내가 대신 버려줄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정장 외투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러고는 남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소파에 앉아 수중에 있는 서류를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청아는 찬물을 맞은 것 같았다. 원래는 옷을 깨끗이 세탁해 돌려주면서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혼자 친절을 베푼 거였다.
윤청아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남주하가 꼼짝도 하지 않고 문 앞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비켜줄래.”
윤청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정장 외투를 본 남주하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윤청아를 보았다.
“네가 버렸어?”
밑도 끝도 없는 질타에 윤청아는 얼굴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응.”
남주하는 갑자기 격분하기 시작했다.
“역시 너는 시골에서 온 촌뜨기야. 너 따위가 민정 누나의 스타일을 흉내 내? 하하하, 웃겨 죽겠네. 네 몸무게도 가늠해야지 않아? 아무리 좋은 옷도 네가 입으면 소용없어. 다행히 우리 형이 오늘 너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했는데 넌 형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어? 너 그 옷이 얼마인지 알아? 당장 배상해.”
피곤한 하루를 보낸 윤청아는 그와 싸울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말끝마다 촌뜨기라고 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주하를 밀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수표 한 뭉치를 꺼냈다. 그러고는 한 장을 찢어 남주하에게 건넸다.
“자, 됐지.”
남주하는 수표를 반복적으로 살펴보았다.
“설마 가짜 수표는 아니지?”
윤청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남주하는 꼬투리를 잡은 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너한테 그렇게 큰 액수를 배상하라고 하지 않을게. 이렇게 하자. 네가 우리 형한테 사과하면 마무리 짓는 걸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평소에 이렇게 말했다면 수표를 얼굴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신분은 시골에서 온 일반인이다. 윤청아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사과해야 해?”
남주하는 큰소리로 호통쳤다.
“윤청아, 기회를 주면 벗어나!”
…
그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 씨 어르신은 남주하의 고함에 깜짝 놀라 방에서 나왔다.
“사과? 뭘 사과해!”
윤청아는 남 씨 어르신과 할아버지가 대대로 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남 씨 어르신, 별일 아니에요. 오해예요!”
남주하는 윤청아가 겁을 먹은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가 큰형이 빌려준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제가 그래도 체면을 세워주려고 사과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나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