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커다란 별장 한 채가 마치 성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무릉도원 같은 이곳에 왔던 모두가 아름답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별장안에서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A 시에 가서 약혼을 하라고요? 전 안 할 거예요.”
“청아야, 이 일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 혼약은 나와 남 씨 가문이 몇 년 전에 이미 정했어. 남 씨 가문의 다섯 도련님은 모두 매우 훌륭해. 너는 그중 한 명을 골라서 약혼하면 되고. 걱정 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을 거니까.”
웨이브 머리를 아무렇게나 목뒤로 늘어뜨린 윤청아는 소파에 기댔다. 그녀는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아리따웠으며 온몸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그녀는 이 일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윤청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저한테 몇 가지 요구가 있어요. 남 씨 가문 사람들에게 제 신분을 알리면 안 돼요. 다들 그렇게 훌륭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일 년 안에 제가 그들 중 한 명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하는 거로요.”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
“문제없어.”
…
며칠 후, A 시, 기차역에는 정교하게 생긴 네 명의 남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시크한 남자, 밝은 남자… 행인들의 시선이 여러 가지 타입의 그들에게 쏠렸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막지 않았다면 진작에 많은 사람들이 연락처를 달라고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 어르신은 꼭 우리 넷이 이 계집애를 데리러 가라고 해야겠어? 우리가 한가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남 씨 가문에서 가장 어린 막내 도련님 남주하가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기차를 타고 오는 걸 보니 정말 촌뜨기겠네.”
대스타, 신흥 국민 남신인 넷째 남지훈이 모자와 마스크를 하고 입을 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 우리 다섯 형제 가운데서 약혼자를 고르다니. 어르신이 어제 우리한테 그 말을 할 때 농담하는 줄 알았다니까!”
셋째 남유안도 맞장구를 쳤다.
“큰형 부럽다. 회사 미팅 때문에 안 와도 되고.”
둘째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때, 기차역 출구에서 꽃무늬를 수놓은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걸어 나왔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옷차림에 어중간한 기장의 머리까지 더해져 극도로 못생겼다.
남주하는 남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거 봐. 요즘에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 쯧쯧, 난 TV에서만 봤어. 하하하…”
하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온 그 소녀가 그들의 앞에 멈춰 설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남 씨 가문의 도련님들 맞죠. 전 윤청아라고 합니다.”
네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특히 남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당신이 윤청아예요?”
어르신이 말한 예쁘게 생긴 미인은?
앞에 서 있는 윤청아는 촌스럽게 입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까무잡잡한 피부에 여러 개의 점이 있었다. 그리고 입술에 바른 진분홍색 립스틱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윤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할아버지가 역시 절 속이지 않으셨네요. 다들 잘생기셨어요.”
그녀의 속마음은 달랐다.
평범해, 평범해. 아무리 잘생겨도 나 같은 미녀와는 어울리지 않지.
남주하는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시골에서 왔다고 해도 이 정도는 심하지 않았나.
“윤청아 씨, 일단 돌아가시죠.”
“네?”
윤청아는 조금 어리둥절해져서 눈을 깜빡였다.
결국 둘째 형, NC 그룹의 부대표, 남혁이 입을 열었다.
“차를 타고 가자고요!”
다섯 사람은 차에 올랐다. 윤청아와 남혁이 가운뎃줄에 앉았다.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와, 대도시의 건물은 엄청 높네요!”
차에 탄 나머지 네 사람은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촌뜨기의 상경인가?
윤청아는 무의식중에 남혁이 손목에 찬 시계를 흘끗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와! 이 시계 정말 예뻐요! 이거 몇 백만 원은 하죠?”
몇 백만 원? 둘째 형의 시계는 50억이었다!!!
네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윤청아가 자신을 골라서 약혼자로 삼겠다고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차는 남 씨 가문에 도착했다. 별장을 바라보던 윤청아의 표정이 또다시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와, 집도 너무 크네요.”
이 별장은 그녀의 정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윤청아가 속으로 하찮게 여기고 있을 때, 남주하가 옆에서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