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2천억 원을 줘도 안 팔아
- “내가 직접 만든 거야.”
- 사람들의 야유에도 윤찬우는 꿋꿋하게 말했다. 그는 오히려 뭇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삼천 원, 오천 원이라니, 수십억을 줘도 지금 이 목걸이를 살 수 없을 텐데.
- 이 목걸이는 한때 그가 서역에서 전장을 치를 때 서역의 최고 대가문에서 얻은 귀한 물건이다. 이 에메랄드 한 조각에 이백억 원은 할 텐데 심지어 그걸 윤찬우가 손수 제작했으니, 일 년이란 시간을 공들여 만들었으니 가치가 이천억 원은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 “직접 만들어요? 그럼 더 저렴하겠네.”
- 반예린의 친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누가 알아요? 찬우 씨가 여느 쓰레기통에서 맥주병을 주어와 산산조각내서 목걸이로 만들었을지.”
- 윤찬우가 선뜻 에메랄드를 선물할 거라곤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마땅한 직업도 없이 반씨 집안에서 일 년이나 빈둥거린 폐인 따위가 몇천만 원 대의 에메랄드를 선물할 수 있을까?
- “그러게요. 예린이가 어떤 신분인지 좀 고려해주시면 안 될까요?”
- 반예린의 다른 한 친구도 입을 나불거렸다.
- “지민 씨는 28억 원의 퓨어 스타를 선물했다고 하지만, 친구인 저희도 이백만 원대 아래는 선물하지 않는다고요.”
- “이 목걸이 뭐에요 정말? 2만 원도 아까워. 대체 이런 것도 선물이라고 건네는 거예요?”
- “왜 선물이 아니야?”
- 윤찬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 “28억 원의 퓨어 스타가 뭐? 이 목걸이랑 비기면 쓰레기에 불과해! 이 목걸이 하나로 퓨어 스타 열 개는 살 수 있을걸.”
- ‘미쳤어, 진짜 미쳤나 봐!’
- 윤찬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듯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 퓨어 스타 열 개를 살 수 있다니, 그럼 저 목걸이 하나가 이백억 원을 넘는다는 건가?
- “찬우 씨, 그만 해요.”
- 반예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전에 그녀는 윤찬우가 그저 마땅한 직업도 없고 종일 빈둥거리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여겼었는데 인제 보니 그뿐만 아니라 허영심에 가득 찬,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새어 나오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 목걸이 하나에 이백억 원이 넘는다니?!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 반예린이 윤찬우에게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 “잘난 척하고 거짓말만 하는 나쁜 버릇을 다 고치기 전엔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 그녀는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3년 만에 나타난 윤찬우가 예전의 나쁜 모습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할 거로 여겼지만 한심하게도 그는 전보다 더 심각했다!
- “너도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 윤찬우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 “너에게 수백억 대의 선물을 줄 능력이 못 되니까 일부러 거짓말하는 거라고?”
- “아니면 뭔 데요?”
- 반예린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 윤찬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실망이 역력한 눈빛으로 말했다.
- “예린이 넌 아직도 날 잘 몰라. 너랑 결혼한 4년 동안 난 단 한 번도 너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수백억 원의 선물이 다 뭐야? 하늘의 별을 따오라고 해도 언제든지 해줄 수 있어 난!”
- ‘드디어 미쳤네, 윤찬우 제대로 미쳤나 봐.’
- 장내에 있는 모든 이가 다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정신이 잘못된 나머지 백일몽에 푹 빠져 버렸다.
- 하늘의 별도 따준다니, 어떻게 저런 말까지 입밖에 내뱉을 수가...
- 데릴사위로 들어온 주제에 대체 무슨 용기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낯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찬우 씨, 제발 가요. 나 당신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 반예린은 파리 내쫓듯이 그를 몰아붙였다.
- “당신이랑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아. 당신이랑 대화하는 것조차 역겨워요 이젠.”
- “아직도 날 못 믿나 보네.”
- 윤찬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비닐봉지로 감싼 목걸이를 그녀에게 건넸다.
- “이 목걸이도 안 가질 거야?”
- “싫어요!”
- 반예린은 탁하는 소리와 함께 목걸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목걸이가 가차 없이 바닥에 버려졌다.
- “찬우 씨 얼른 돌아가요. 예린이가 당장 꺼지라잖아요.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뭐 있어요?”
- 유정아도 이때다 싶어 한마디 덧붙였다.
- “그래요, 당장 꺼져요. 사람들 앞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 “뭐야 진짜. 예린이는 대체 왜 저런 인간을 좋아하게 된 거야?”
- 비난 섞인 목소리가 차 넘쳤지만 윤찬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파리 새끼 몇 마리일 뿐이니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는가.
- 이때 레스토랑 문밖에서 갑자기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저거 퍼플 데이즐 마노야?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정말 퍼플 데이즐 마노였어?”
- “에이 설마요. 퍼플 데이즐 마노는 2년 전에 이미 서역 최고 대가문에서 실종됐는데 어떻게 강화시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
- “아니야, 저건 퍼플 데이즐 마노가 틀림없어!”
- 곧이어 레스토랑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정장 차림에 머리도 단정하게 빗은 노인 한 분이 안으로 걸어왔다. 그의 뒤엔 금테 안경을 낀 중년 한 분도 따라왔다.
- “저기 실례지만 이 목걸이의 주인이 누구시죠?”
- 노인은 목걸이를 주워 올리며 물었다.
- “제 겁니다.”
- 윤찬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 “그래요?”
- 노인은 살짝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윤찬우에게 다가왔다.
- “이 목걸이를 어디서 구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안에 담긴 퍼플 데이즐 마노는 또 어디서 구했는지요?”
- “퍼플 데이즐 마노를 아세요?”
- 윤찬우는 살짝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 “당연히 알죠.”
- 노인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몇 년 전에 퍼플 데이즐 마노를 직접 보았어요. 하지만 서역 최고 대가문이 멸망된 후로 그 마노도 감쪽같이 사라졌죠. 암시장에서 진작 누군가 사백억 원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살 수 없었어요. 대체 이 마노가 어떻게 당신 손에 있는 거죠?”
- 사백억 원이라니?
- 입이 쩍 벌어지는 금액에 모든 이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 고작 이따위 목걸이가 사백억 원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우연히 얻게 되었어요.”
- 윤찬우는 길게 말을 늘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해 서역 최고 대가문을 멸족시킨 건 다름 아닌 그의 소행이었으니까!
- 대가문을 약탈할 때 어디 이 퍼플 데이즐 마노 하나 뿐이었던가...
- “사백억 원에 이 노인네한테 팔 의향이 있어요?”
- 노인은 윤찬우가 말을 줄이자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가 퍼플 데이즐 마노를 자신에게 팔 의향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 “안 팔아요.”
- 윤찬우는 바로 거절했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 “오백억 원이면요!”
- 노인은 거침없이 가격을 높였다.
- 퍼플 데이즐 마노는 2년 전 실종된 이후로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보물이 되어버렸다. 사백억 원이 아니라 육백억 원이라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다.
- “안 판다고 분명히 말했는데요.”
- 윤찬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이건 제 아내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에요.”
- “육백억 원이요!”
- 노인이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 “안 팝니다. 이천억 원이라 해도 안 팔아요.”
- 윤찬우는 노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고작 육백억 원에 그가 일 년 동안 공들여 만든 퍼플 데이즐 마노를 사려 하다니?!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