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 직원인 미연이 막 단톡방에 신 대표의 애인으로 의심되는 여자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곧바로 회사에 난데없이 총괄 매니저가 한 명 온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다들 그 총괄 매니저와 신 대표의 애인이 동일 인물이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회사의 주인이 아예 바뀌었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가은은 이 일을 미복잠행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이제껏 엔터 업계의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터라 신도윤이 그런 그녀를 도와 명목상의 인수인계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로는 회사 직원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그녀가 몰래 직원들 내부로 잠입해 들어가 그들의 동료가 된다면 더 빨리 직원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이후 직원들을 한 번 정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
그렇게 사람들의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던 그때, angle 아래층 프런트에 있던 미연은 멍하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비서 임창민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임 비서님 너무 잘생긴 것 같아. 날 보고 웃고 있잖아?’
미연은 흥분되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고는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굉장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임창민은 차갑게 표정을 굳히며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당신은 해고입니다. 짐 챙겨서 나가세요.”
“네?”
미연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중에 붕 떠있던 심장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만 같았다.
‘망했어. 회사에서 잘렸다니! 대체 누구의 눈밖에 난 거지?’
하지만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눈물로 얼룩진 미연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
‘설마 아까 그 여자인 건가?’
그녀의 표정에 순간 독기와 불만이 가득 차오르더니 그녀는 재빨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가은은 신도윤의 성화에 못 이겨 치장을 했다. 오늘 밤 상업계 유명인사들과 고위층 인사들이 오는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저녁 무렵, 인천의 이스트 칠성 프리미엄 호텔에서는 최고급 파티가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호텔 문 앞에서는 명문가의 규수들과 기업 오너들이 한창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람보르기니 우라칸 한 대가 갑자기 호텔 문 앞에 멈춰 서더니 한지혁이 파트너인 민소율과 함께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온몸에서 귀티가 흐르고 있었고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 두 사람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서히 웅성거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 한 대표님 진짜 너무 잘생겼어. 옆에 있는 파트너는 누구지? 너무 우아하다!”
“두 사람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질투 나 죽겠어.”
“저 사람이 한 대표님이 3년간 꽁꽁 숨겨두었던 와이프인 건가? 너무 달달하잖아!”
명문가 규수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느낀 민소율은 오만하게 턱을 추켜들었다. 민 씨 가문에서 부끄럽게 여기는 사생아였던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이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재벌가 여자애들의 업신여김을 당해왔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한지혁은 분명 그녀를 아내로 맞을 것이고 그녀 역시 이런 상류층 파티에서 타인의 추종의 상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장차 인천의 제일가는 규수가 될 것이었다.
“와! angle 그룹 신 대표님이야!”
그렇게 민소율이 한창 뜻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순간 소란이 일었다.
곧이어 전 세계 한정판 롤스로이스 던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서더니 신도윤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188cm의 키에 우월한 긴 다리는 엄청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명문가 규수들의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사람들은 그가 미소 지은 채 돌아서더니 허리를 굽히며 손을 뻗어 차 안의 사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단 한 번도 여자를 가까이한 적이 없다던 신 대표가 이번에는 파트너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하나 둘 차 안으로 쏠렸다.
가장 먼저 차에서 빠져나온 것은 새하얗고 늘씬한 두 다리였다. 두 발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고가의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그 위로는 맞춤제작한 한정판 검은색 머메이드 드레스가 여자의 여리여리한 몸매를 타이트하게 감싸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자가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백조같이 고귀했고 도도했으며 금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