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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서프라이즈

하룻밤의 서프라이즈

Moon Su-jin

Last update: 2022-07-24

제1화 뭐, 임신?

  • 더워, 너무 더워...
  •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채윤아는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다. 억지로 눈을 뜨고 불빛이 들어오는 곳을 보니 몇몇 사람이 문 앞에 공손히 서서 레드 카펫을 밟고 들어오는 거대한 그림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남자의 기다란 다리가 멈춰 서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깨끗한 거 확실해?”
  • “네, 도련님.”
  • 저들이 대체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남자는 누구지? 이훈인가? 채윤아는 눈을 크게 뜨고 더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문이 닫혔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 소리가 점점 침대 쪽으로 가까워지는 게 들렸다.
  • 갑자기 차가운 피부가 닿아왔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끌어안았다. 남자는 욕망에 젖은 눈으로 암흑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몸을 돌려 그녀를 바닥에 깔아눕혔다.
  • “아파.”
  • 채윤아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활처럼 들어 올렸다.
  • “훈아, 아파. 훈아... 걔랑 안 만나면 안 돼?”
  • 남자는 멈칫했다. 여자가 침대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 “움직이지 마. 힘 빼.”
  • 남자의 낯선 소리에 채윤아가 이성을 되찾았다. 이훈이 아니었다! 이훈은 이미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이 났기에 그녀의 침대에 있을 수가 없었다.
  • “당... 당신 누구야?! 나 건드리지 마...”
  • 채윤아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손톱으로 남자의 목을 할퀴었다. 남자는 낮게 신음을 뱉었고 그녀는 남자의 목에서 뭔가를 끌어당겼다.
  • 쾌감과 함께 고통도 서서히 사라지고 두 남녀의 신음소리가 럭셔리 룸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문 앞에는 보디가드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서있었다.
  • ...
  • “아!”
  • 채윤아는 갑자기 잠에서 깼고 그녀의 몸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낡이 밝았고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다. 또 그날 밤 꿈을 꾼 것이다. 채윤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얼굴의 땀을 닦고서는 그 남자의 낮은 목소리, 차가운 가슴, 그녀를 바라보던 깊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 2개월 전의 그날 밤은 그녀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밤이었다. 채윤아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친구의 불륜을 목격하고 술집에서 누군가와 합석을 했는데 술에는 약이 타져 있었다. 그녀는 몽롱한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 럭셔리 룸에 옮겨졌고 자신의 첫 경험을 그렇게 잃었다. 채윤아는 얼굴이 뜨거워졌고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기에 급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 실험실에서 채윤아는 급하게 보고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후배가 점심을 가지고 왔고 비릿한 생선 냄새가 욕지기를 일으켰다.
  • “우욱!”
  • 채윤아는 실험을 뒤로한 채 화장실로 달려가 반나절이나 토했다.
  • “선배, 혹시 임신한 거 아니죠?”
  • 그 말에 채윤아는 화들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임신이라니... 설마 한 번에 바로 임신이 가능하겠어?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 병원에서 여자 의사가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 태아의 위치를 짚으며 말했다.
  • “사모님, 축하해요. 임신이에요! 임신 70일 정도 되고 아기는 건강해 보여요.”
  • 채윤아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녀는 충격에 몸을 휘청거렸고 간신히 벽을 잡고 지탱했다. 임신... 정말 임신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날 밤 잠자리를 함께한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채윤아는 병원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다시 의사의 사무실로 들어가 말했다.
  • “저, 선생님. 저 이 아이 안 가질래요. 수술 일정 잡아주세요.”
  • “네?”
  • 의사는 얼굴이 굳어진 채 젊은 여자가 참 독하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 “사모님, 아이가 생겼는데 수술이라니요...”
  • “저... 이 아이 싫어요!”
  • 채윤아는 의사의 팔을 세게 잡고 빌듯이 말했다.
  • “저 이 아이 지울 거예요!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