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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분명 클럽 죽돌이야!

  •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 물었다.
  • “당신 누군데 감히 간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요?”
  • “죄송합니다. 면접을 보러 왔는데 시간이 급해서요.”
  • 채윤아는 말하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너무 급한 나머지 머리가 상대방의 단추에 걸렸다. 그녀는 걸린 머리카락이 너무 아팠기에 다시 넘어졌고 양손은 남자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채윤아는 감전된 것 같았다.
  • “죄...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어요!”
  • 엘리베이터에 정적이 2초 흘렀다.
  • “... 풋!”
  •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몇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큰 인물의 차가운 얼굴이 그들의 웃음을 제지했다. 웃던 사람들은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유재원은 몸이 굳어지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저...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 채윤아는 급하게 머리카락을 빼내려고 했지만 움직일수록 더 아팠다. 그녀는 손에 땀이 났다.
  • 분명 만난 적이 없었지만 유재원은 여자가 익숙했다. 그녀의 작고 가녀린 손은 아직도 그를 붙잡고 있었다. 결벽증 환자인 유재원은 그것에 반감이 들지 않았다. 그는 1초 동안 침묵하더니 그녀의 요구대로 머리를 숙이고 길고 잘 빠진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오른쪽으로 돌렸다.
  • “움직이지 마. 힘 빼.”
  • 차갑게 내뱉는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 채윤아는 멈칫했다. 5년 전 호텔에서 있었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어두운 조명 아래 그녀는 몽롱했고 남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붉은 입술은 보았었다. 그는 힘 빼라고 한 뒤 더욱 힘차게 몰아붙였다. 그때의 화면이 너무 생생하게 채윤아의 머릿속에서 재생되었고 그녀는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세상에. 발정이라도 난 것인가? 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 “감사합니다.”
  • 대답이 없었기에 호기심에 찬 채윤아는 살며시 머리를 들어 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수제 슈트를 입은 남자는 기다란 다리에 차갑고 도도했으며 굳게 닫친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 “아가씨.”
  • 비서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채윤아가 유 사장의 품에 안긴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 “급하다면서요. 꼬실 시간은 있나 봐요?”
  • 꼬신다고?
  • 채윤아는 얼떨떨했다. 옆에 있던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녀를 흘겼다. 몇 년 동안 그녀의 주위에는 여자가 많았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접근하려고 온갖 수를 다 썼지만 5년 전 그 일이 발생하고 나서 지금까지 여자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여자가 바로 그 해에 그가 사람을 잘못 보고 잔 그 여자였다. 아들의 친엄마.
  • 여자의 의도가 분명한 행동은 자신에게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행한 행동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유재원의 눈빛에는 혐오가 조금 섞여 있었다. 그는 하마터면 진짜로 눈앞의 여자에게 속을뻔했다. 채윤아는 발끈해서 말했다.
  • “제가 급하다는데 그게 무슨 눈빛에요?”
  •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한 게 후회되었다.
  • “임 비서.”
  • 남자는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층수 눌러.”
  • 임 비서는 가장 가까운 층수를 누르고 문이 열리자 채윤아를 내보냈다.
  • “아가씨. 내리세요. 다음에는 이런 수를 쓰지 마시고요.”
  • “저기요, 저 진짜 아니...”
  • 채윤아는 설명하고 싶었지만 비서의 태도는 강경했다. 채윤아는 이를 악물고 유재원을 쏘아보고는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작게 욕했다.
  • “자기가 뭐라도 되나 봐. 웃겨. 내가 꼬신다고? 기생오라비처럼 생겨 가지고, 분명 클럽 죽돌이일 거야!”
  • 그녀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기 때문에 임 비서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렸다.
  • ‘이 여자가 죽고 싶은 건가? 감히 유 사장님을 죽돌이라고?’
  • 남자의 몸에서는 살기가 흘렀고 임 비서는 손발이 떨려왔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제가 경비실에 연락해서 처리하겠습니다!”
  • “귀찮아!”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유재원도 시선을 거두었다. 여자의 말이 아직도 귀에서 맴돌았다. 그는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 ‘일부러 머리를 단추에 걸리게 하고서는 클럽 죽돌이라고 욕까지 한다고? 너무 재밌군!’
  •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를 더 내리깔고는 그 여자가 과연 면접에서 두각을 나타낼지 궁금해하며 말했다.
  • “이 매니저에게 연락해. 열시의 면접에 나도 간다고.”
  • “네, 사장님.”
  • 접대실로 도착한 채윤아는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부담을 느꼈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자리를 찾아 섰고 옆에서는 몇몇 여자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 “그 소식 들었어요? 오늘 면접에 유 사장님도 오신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