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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물들이다

  • 채윤아는 신발을 벗고 수술대에 누웠다. 심리 준비는 충분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아직은 학생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할게 분명했다.
  • “아가야, 미안해...”
  • 배를 만지며 채윤아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수술을 시작하려고 할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열렸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들이닥쳐 수술실을 에워쌌다.
  • “당, 당신들 누구야?”
  • 너무 갑자기 발생한 일이었기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놀랐고 메스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채윤아도 놀라서 일어났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 남자가 그녀를 속박한 채 마취제를 투입했다.
  • 의사와 간호사는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해서 서있는 와중에 한 남자가 주머니에서 두툼한 돈 봉투를 꺼내 의사에게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 “이 여자는 당신을 찾아온 적이 없는 거야. 알겠어?”
  • “알... 알겠어요.”
  • 의사와 간호사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 마취가 깨고 나서 채윤아는 몽롱하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호화스러운 실내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채윤아 씨, 깨어나셨어요?”
  • 중년 남성이 요리를 들고 자신을 경계하는 채윤아를 보며 미소 짓고 말했다.
  • “당, 당신이 어떻게 내 이름을?”
  • 채윤아는 더욱 경계심을 높였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사실이 께름칙해서 물었다.
  • “당신들은 왜 저를 이곳으로 데려온 거죠?”
  • “채윤아 씨, 그날 밤은... 사고였어요.”
  • 그들은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다! 집사는 송구스럽다는 듯 말했다.
  • “도련님은 더 이상 추궁하려 하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채윤아 씨가 임신을 하셨으니 아이는 저희 도련님이 가져야겠어요.”
  • 채윤아는 집사가 말하는 도련님이 그날 밤 그 역겨운 남자라는 걸 알았다.
  • “그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의 도련님께 전해요. 제 아이고 제가 지우고 싶으면 지우는 거라고!”
  • 집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신문을 채윤아에게 건넸다.
  • “이걸 먼저 보시겠어요?”
  • 채윤아는 받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무의식중에 뉴스에 실린 타이틀을 보았다.
  • -CS 기업이 가짜 연료를 사용, 주가 폭락. CS 기업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채윤아는 신문을 받아 보고 나서 안색이 창백해져 분노에 찬 눈으로 집사에게 물었다.
  • “당신 도련님이 한 짓이죠! 당신, 당신 도련님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 집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 “채윤아 씨, 아이를 낳기만 하면 CS 기업은 무사할 겁니다. 아가씨도 40억을 받을 수 있죠. CS 기업을 망하게 할 생각은 없으시죠?”
  • 채윤아는 망연자실하게 신문을 보았다. 집사는 묵묵히 문서를 그녀에게 건넸다. 채윤아는 그 문서를 한참을 바라보다 결심을 했다는 듯 말했다.
  • “할게요!”
  • 사인을 마친 문서를 받아 들고 집사는 만족한다는 듯이 말했다.
  • “채윤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무사히 출산되면 저희 도련님께서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겁니다.”
  • 8개월 뒤.
  • “우르릉.”
  • 밖에서 들리는 천둥소리에 채윤아가 놀라서 깼다. 엄청난 고통이 배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작은 종을 울렸다. 눈앞이 희미해지고 곧 정신을 잃었다.
  • “나왔어요! 아이가 나왔어요!”
  • 채윤아는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아이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나갔다.
  • 몇 분 뒤, 채윤아는 병실로 옮겨졌고 집사가 들어왔다. 채윤아는 너무 아픈 나머지 침대 시트를 비틀어 쥐며 물었다.
  • “아이는요?”
  • “아기는 이미 도련님께 전달드렸습니다. 건강한 남자아이예요.”
  • 집사는 말하면서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 “이건 40억의 수표예요. 수고하셨습니다, 채윤아 씨.”
  • 말을 마치고 집사는 자리를 떠났다.
  • “아니, 아기를 보여줘요...”
  • 채윤아는 급해났다. 이불을 걷고 기어서 침대에서 내려갔다. 어찌 됐든 그녀의 아이였다. 다만 채윤아가 너무 허약했기에 바로 바닥에 고꾸라졌고 배에서 고통이 몰려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집사가 떠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제발요. 아이를 보여줘요...”
  • 몇 분 뒤, 간호사가 채윤아한테 약을 전달했고 바닥에 있는 그녀를 급히 부축했다. 간호사의 손에는 피가 흥건히 묻었다. 간호사는 얼굴이 창백하여 급하게 뛰어나갔다. 채윤아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간호사가 급하게 의사한테 하는 말을 들었다.
  • “이 선생님, 산모의 배 안에 아이가 하나 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