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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내기

  • 유재원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
  • “아직 더 볼일이 남았나요?”
  • “졸업장 하나가 사람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 우리 내기 하나 하죠.”
  • 채윤아는 웃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 “받아들일 건가요?”
  • 옆에서 지루한 면접에 졸고 있던 고경빈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처음 누군가 이렇게 당당하게 유재원과 내기를 하는 사람을 보았다.
  • “아가씨, 무엇을 내기한다는 말이죠?”
  • 유재원은 언짢은 표정으로 옆에 있던 고경빈을 보았다. 채윤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 “제가 TS 산하의 호텔에서 3개월간 일할게요. 월 매출액이 30% 상승하게 할 거예요. 만약 제가 해낸다면 저를 정규직으로 채택하고 월급을 세배로 올려줘요. 그리고.”
  • 그녀는 잠시 멈추고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내뱉었다.
  • “나. 한. 테. 사. 과. 해. 요.”
  •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 독일 마레드 호텔에서 1년 동안 일할 때 호텔에 벌어다 들인 수익이 10%도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유재원은 자료를 덮어 한쪽에 두고는 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몸을 숙여 물었다.
  • “만약 당신이 못 하면요?”
  • 채윤아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 “만약 내가 못하면 TS 그룹의 노예로 3년을 살죠. 처분은 좋으실 대로. 어때요? 내기할래요?”
  • “해!”
  • 고경빈이 옆에서 몰아갔다.
  • “형이 안 하면 진짜 겁쟁이인 거야!”
  • 유재원의 차가운 시선에 고경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 “돌아가서 출근 통지 기다리세요.”
  • 말을 마치고 유재원은 몸을 일으켜 걸어나갔다. 그가 채윤아의 어깨를 스칠 때 기다란 다리가 멈춰서 옆으로 본 건 여인의 작은 입술과 오똑 솟은 코였다. 그녀의 체향은 향기로웠다. 진한 향수 냄새가 아니었기에 그는 조금 설렜다. 재밌었다. 그런 여자들보다는 재밌었다.
  • “이 내기. 받아들이죠.”
  • 말을 끝내고 그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 “재원 형, 이따가 밥 어디서 먹어?”
  • 유재원이 떠나는 것을 본 고경빈이 급하게 따라갔다. 떠날 때 유재원은 몸을 틀어 채윤아에게 웃으며 말했다.
  • “아가씨 너무 재밌네요. 이 내기 꼭 이겨보도록 해요.”
  • 채윤아는 너무 어이없었다. 그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기회는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 ...
  • 채윤아는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점심이었다.
  • “엄마, 오셨어요!”
  • 한별이는 마중을 나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 “저 공부 다 했어요. 밥도 다 해놓고 엄마 오기를 기다렸어요!”
  • “우리 아기 진짜 착해!”
  • 채윤아는 한별의 볼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씻고 반찬을 만들어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었다.
  • 그날, 깨어났을 때 의사가 딸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소리에 채윤아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귀여운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티켓을 부탁하여 도망치듯 출국했고 아이를 위해 채 씨 가문과도 인연을 끊었다.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한별이의 달콤한 미소를 보면 채윤아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물며 아이는 똑똑했고 영어도 잘했으며 세 살부터는 혼자 양치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조금 더 커서는 집안일도 했기 때문에 외출을 해도 전혀 걱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