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지루한 면접에 졸고 있던 고경빈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처음 누군가 이렇게 당당하게 유재원과 내기를 하는 사람을 보았다.
“아가씨, 무엇을 내기한다는 말이죠?”
유재원은 언짢은 표정으로 옆에 있던 고경빈을 보았다. 채윤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TS 산하의 호텔에서 3개월간 일할게요. 월 매출액이 30% 상승하게 할 거예요. 만약 제가 해낸다면 저를 정규직으로 채택하고 월급을 세배로 올려줘요. 그리고.”
그녀는 잠시 멈추고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내뱉었다.
“나. 한. 테. 사. 과. 해. 요.”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독일 마레드 호텔에서 1년 동안 일할 때 호텔에 벌어다 들인 수익이 10%도 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유재원은 자료를 덮어 한쪽에 두고는 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몸을 숙여 물었다.
“만약 당신이 못 하면요?”
채윤아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만약 내가 못하면 TS 그룹의 노예로 3년을 살죠. 처분은 좋으실 대로. 어때요? 내기할래요?”
“해!”
고경빈이 옆에서 몰아갔다.
“형이 안 하면 진짜 겁쟁이인 거야!”
유재원의 차가운 시선에 고경빈은 입을 삐죽거렸다.
“돌아가서 출근 통지 기다리세요.”
말을 마치고 유재원은 몸을 일으켜 걸어나갔다. 그가 채윤아의 어깨를 스칠 때 기다란 다리가 멈춰서 옆으로 본 건 여인의 작은 입술과 오똑 솟은 코였다. 그녀의 체향은 향기로웠다. 진한 향수 냄새가 아니었기에 그는 조금 설렜다. 재밌었다. 그런 여자들보다는 재밌었다.
“이 내기. 받아들이죠.”
말을 끝내고 그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재원 형, 이따가 밥 어디서 먹어?”
유재원이 떠나는 것을 본 고경빈이 급하게 따라갔다. 떠날 때 유재원은 몸을 틀어 채윤아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너무 재밌네요. 이 내기 꼭 이겨보도록 해요.”
채윤아는 너무 어이없었다. 그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기회는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
채윤아는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점심이었다.
“엄마, 오셨어요!”
한별이는 마중을 나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저 공부 다 했어요. 밥도 다 해놓고 엄마 오기를 기다렸어요!”
“우리 아기 진짜 착해!”
채윤아는 한별의 볼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씻고 반찬을 만들어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날, 깨어났을 때 의사가 딸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소리에 채윤아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귀여운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티켓을 부탁하여 도망치듯 출국했고 아이를 위해 채 씨 가문과도 인연을 끊었다.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번 한별이의 달콤한 미소를 보면 채윤아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물며 아이는 똑똑했고 영어도 잘했으며 세 살부터는 혼자 양치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조금 더 커서는 집안일도 했기 때문에 외출을 해도 전혀 걱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