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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면접

  • “아저씨는 안 좋아해. 하지만 아저씨의 아들인 형아는 엄청 좋아하지.”
  • 유재원은 말하면서 쇼핑백에서 같은 브랜드의 초콜릿을 꺼냈다.
  • “아저씨가 형아한테 주려고 많이 샀어. 너한테 하나 줄게.”
  • 와!
  • 채한별은 한 통 가득한 초콜릿을 받아들고는 눈을 빛냈다. 하지만 망설이는 듯 말했다.
  • “하지만, 엄마가 함부로 다른 사람 물건 가지지 말라고 했는데.”
  • “하지만...”
  • 한별이는 검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발꿈치를 들어 유재원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는 초콜릿을 받아 들고 말했다.
  • “이러면 되지롱!”
  • 유재원은 멈칫하다가 입술에 미소가 걸렸다. 비서는 식은땀을 닦고서는 시간을 보며 재촉했다.
  • “유 사장님...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
  • “그래. 그럼 안녕.”
  • 유재원은 몸을 일으키며 비서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 “아저씨 안녕!”
  • 채한별은 차가운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세상에, 잘생긴 아저씨가 마음도 착했다!
  • “채한별!”
  • 뒤에서 들려오는 화난 여자의 목소리에 한별이는 얼굴을 찌푸리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빠르게 다가와 옷소매를 걷고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녀의 얼굴은 화가 나 있었다.
  • “제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왜 아무 데나 가?”
  • “엄마 아파요!”
  • 사실 아프지 않았지만 한별이는 엉덩이를 만지며 불쌍한 듯 말했다.
  • “초콜릿을 떨어트려서 주우러 갔어요.”
  • 아이가 품에 한가득 안고 있는 초콜릿을 보고 채윤아는 받아 들고 물었다.
  • “이건 어디서 났어?”
  • 채한별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 “어떤 잘생긴 아저씨가 나 귀엽다고 선물로 줬어요.”
  • “선물? 왜, 아예 따라가지?”
  • 채윤아는 더욱 화가 났다. 손을 들어 엉덩이를 때리려고 했으나 한별이 아프다고 소리치며 엉덩이를 감쌌다. 아이는 평소에 하던 대로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채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엄마, 한별이 잘못했어요. 돌아가서 벽 보고 삼 분 서 있을게요.”
  • “십 분!”
  • “아앙, 십 분은 너무 길어요. 엄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 “시간 더 늘린다?”
  • 채한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삐죽 내민 채 채윤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
  • ...
  • 5년 뒤에 귀국하자 남부 시티의 변화는 놀라웠다.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섰다.
  • 다음날, 채윤아는 일찍 일어나 채한별을 맡긴 뒤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 중심에 있는 TS 그룹으로 향했다. 오늘은 TS 그룹의 매 시즌마다 열리는 면접날이었다. 회전문 앞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 “잠시만요!”
  •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것을 본 채윤아는 힐을 신은 채 이를 악물고 뛰어가 문이 닫히기 직전 겨우 들어갔다.
  • “죄송합니다. 저는...”
  • 너무 빨리 들어온 나머지 힐이 벗겨지는 바람에 바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채윤아의 두 손은 무의식중에 부드러운 천을 꽉 쥐었으며 얼굴이 그대로 그 사람의 몸에 처박혔다. 아찔한 호르몬의 향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채윤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