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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5년 후

  • 5년 후.
  • 남부 도시의 어느 공항.
  •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는 유독 눈에 띄었다. 블랙 셔츠에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접근 금지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남자가 나오는 걸 보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급히 달려가 캐리어를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 “유 사장님, 작은 도련님께서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우선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 “왜 지금 말해?”
  •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화낼 것 같았기에 비서는 공포에 떨었다. 유가에서 유 사장이 작은 도련님을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부서질세라 애지중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유 사장은 작은 도련님 앞에서 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만... 비서는 우물쭈물 변명했다.
  • “사장님께서 시카고에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러 갔는데 혹여 방해가 될까 봐 전화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음식을 거부할 줄은...”
  • 남자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선글라스를 벗고 비서를 보았다. 남자의 눈은 심해와도 같이 검었지만 어쩐지 조금의 푸른색을 보아낼 수 있었다. 주위의 공기마저 차가워졌다. 비서는 무서운 나머지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유 사장은 화가 나면 동공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는 지금 화가 난 것이다... 망했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비서는 생각했다.
  • “언제 네가 나를 대신해 결정했지? 응?”
  •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차가웠다.
  • “죄, 죄송합니다...”
  • 비서는 머리를 숙이고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였다. 바로 이때, 작은 초콜릿 하나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재원의 구두 옆에 떨어졌다. 초콜릿 위의 포장지를 보고 유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숙여 초콜릿을 집었다.
  • “아저씨, 그거 제거예요!”
  • 말랑말랑한 목소리와 함께 작은 아이가 달려왔다. 아이는 네, 다섯 살 정도 돼 보였다. 키는 작았기에 유재원이 몸을 숙여도 아이는 머리를 들어 올려다보아야 했다. 커다랗고 검은 눈은 진주 같았고 반짝거리는 눈에는 아이 특유의 순진함이 풍겼다. 아이의 천진한 모습에 유재원은 가슴이 뛰었고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이상했다. 분명 처음 보는 아이인데 왜 이렇게 강렬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마치 알던 사이처럼.
  • 채한별은 머리를 흔들며 유재원에게 말랑말랑한 작은 손을 내밀었다.
  • “아저씨, 초콜릿이 먹고 싶으면 사서 드세요. 저는 세 개밖에 없어서 아저씨한테 줄 게 없네요!”
  • 그녀의 귀여운 말에 유재원의 날 선 신경이 누그러졌다.
  • “너 이 브랜드 초콜릿 좋아해?”
  • 유재원은 몸을 숙이고 초콜릿을 돌려줬다.
  • 뭐?
  • 옆에 있던 비서가 놀랐다. 유 사장은 분명 작은 도련님을 제외한 모든 아이를 싫어했다. 그런데 몸까지 숙여서 아이한테 말을 걸다니. 게다가 작은 도련님을 대하던 부드러운 말투로!
  •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 채한별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덧니 두 개를 보이며 물었다.
  • “혹시 아저씨도 이 초콜릿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