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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내 결혼식에 와 줘

  • 여월은 마치 자기 것이라고 도장이라도 찍듯이 이훈을 더 세게 잡으며 채윤아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윤아야, 귀국했으면서 왜 우리한테 말하지도 않았어?”
  • “그럴 필요 없잖아.”
  • “듣기로는 외국에 나가려고 채 씨 가문과 인연도 끊었다며?”
  • 여월은 걱정하는 듯하지만 은근히 비꼬는 듯 말했다.
  • “집에 가보는 건 어때?”
  • 채윤아가 난감해하는 걸 눈치챈 이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 “월아, 가자.”
  • “급하기는! 윤아랑 오랜만에 봤는데 더 얘기하고 싶단 말이야!”
  • 여월은 말하면서 채윤아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억지로 끌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채윤아는 입술이 말랐고 눈을 내리깔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서 여월은 채윤아를 끌고 들어갔다. 채윤아는 눈을 내리깐 채 손님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한쪽으로 비켜섰다.
  • 그녀의 옆을 지나가던 손님의 정장 재킷이 채윤아의 코를 스쳤고 풍겨오는 한기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어쩐지 익숙했다. 채윤아는 살짝 머리를 들어 보려고 했으나 여월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 “윤아야, 혹시 올 수 있어?”
  • “뭐를?”
  • 채윤아는 시선을 회수하며 여월이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기에 물었다.
  • “나와 훈이의 약혼식.”
  • 여월은 가녀린 손을 들어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였다.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 “다음 달 18일이야. 네가 오길 바라.”
  • 익숙하고 값비싼 반지에 채윤아는 눈이 아팠다. 예전에 이훈과 함께 쥬얼리 샵에 갔을 때 한 반지를 가리키며 결혼할 때 무조건 그 반지로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그 반지가 여월의 손에 끼워져 있었다.
  • “일 방금 시작해서 아마 시간 없을 거야.”
  • 채윤아는 더 이상 마음이 불편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보지 않았다.
  • “윤아야, 그냥 와!”
  • 여월은 열정적으로 채윤아의 손을 잡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 “나 예전부터 너무 기대했단 말이야. 내가 결혼할 때 네가 들러리 서주는 모습을.”
  • 채윤아는 어이가 없었다. 여월은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채윤아가 대답이 없자 여월은 눈빛을 번뜩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 “네가 함께 올 파트너가 없어서 망설이는 걸 알아. 괜찮아. 오랜 친구로서 내가 너한테 소개해줄게.”
  • “나 남자친구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뿐이야.”
  • 채윤아는 여월의 손을 내치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전 남자친구와 절친의 약혼식에는 누구라도 가지 않을 거야.”
  • 이훈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여월도 표정을 굳히다가 채윤아의 손을 다시 잡고 말했다.
  • “윤아야, 네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해. 얼굴 보고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지. 널 이렇게 잘 챙겨줬는데.”
  • “그럴 필요 없어. 그는 바빠.”
  • 실랑이를 벌이던 중 채윤아는 발을 삐끗하고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여월은 부축하지 않고 몸을 슬쩍 옆으로 비켰다. 채윤아는 앞으로 넘어지면서 누군가의 단단한 가슴팍에 머리를 박았다.
  • “풋!”
  • 머리 위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