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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엄마 이혼하세요

  • 한별이는 작은 머리를 흔들며 채윤아에게 말했다.
  • “엄마, 그냥 아빠랑 이혼해요.”
  • 채윤아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 “왜 그렇게 말해?”
  • “제 생각에 아빠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 채한별은 배추를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 “다른 아빠들은 매일 엄마한테 뽀뽀하는데 우리 아빠는 일 년에 두 번밖에 못 보고 오면 엄마랑 몇 마디 하지도 않고 가요. 포옹도 안 하고 뽀뽀도 안 하고.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난 이런 아빠 필요 없어요!”
  • 채윤아는 씁쓸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 없는 아이로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람을 불러 매년 와서 아빠 행세를 하게 한 것이다. 아이한테 아빠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아이는 너무 똑똑했고 그녀를 위해 생각하기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채한별은 이어서 말했다.
  • “엄마가 이혼하면 제가 슬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일 년에 한번 보는 남편이나 아빠보다는 재혼하시는 게 더 좋아요. 새아빠가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 새 오빠와 언니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 “바보.”
  • 채윤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 “엄마는 남편 따위 필요 없어. 우리 별이만 있으면 돼.”
  • “하지만 나는 오빠가 갖고 싶은걸요.”
  • 채한별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나를 공주님처럼 예뻐하는 오빠도 갖고 싶어요!”
  • 채윤아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집사가 데려간 아이가 생각나면서 그 애는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꼭 한번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었다.
  • 채윤아가 슬퍼하는 모습을 본 채한별은 속으로 다짐했다.
  • ‘꼭 다정하고 멋진 아빠를 찾아서 엄마를 매일 기쁘게 해드려야지!”
  • 그날 밤, 채윤아는 TS 그룹 인사팀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TS 호텔에 근무하라는 통지서였다. 채윤아는 정리를 마치고 한별이가 패드를 안고 노는 모습에 다가가서 물었다.
  • “우리 공주님, 뭐해?’
  • 채한별은 재빨리 패드를 품속으로 숨기며 말했다.
  • “엄마 보지 마요, 저리 가요!”
  • “그래그래. 엄마 안 볼게.”
  • 채윤아가 가고 나서 채한별은 자료를 마저 작성하였다. 채윤아의 이름과 사진이었다. 결혼 정보 회사 사이트였다. 정보 등록을 마치고 채한별은 기지개를 폈다. 오늘 본 아저씨들은 다 괜찮았지만 비행장에서 본 아저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엄마와 꼭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한별은 아저씨의 정보를 찾지 못했고 다른 아저씨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 채윤아는 이 영리한 아이에 의해 자신이 팔렸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 ...
  • 채윤아가 호텔에 출근한 날, 마침 그날은 TS 호텔의 10주년 파티가 열렸다.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친 후 채윤아는 그 파티로 인해 정신없이 바빴고 홀에서 무전기로 아래위층에 있는 직원들과 소통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 “윤아?”
  • 익숙한 목소리에 채윤아는 몸이 굳어졌다. 카운터를 잡고 있던 손이 떨렸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몸을 돌리자 젊은 남녀가 앞에 서있었다.
  • 훤칠한 남자는 채윤아가 몸을 돌릴 때 화들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고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낀 채 너무 다정해 보였다.
  • 5년 뒤 전 남자친구를 다시 보니 마음이 괴로웠다. 채윤아는 주먹을 세게 쥐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인사했다.
  • “오랜만이야.”
  • 이훈은 채윤아를 보면서 눈에는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