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외모가 준수하고 기품 있어 보였으며 몸에 걸친 정장으로 보았을 때 돈이 많아 보였다. 채윤아가 어떻게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꼬실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월은 웃으며 말했다.
“윤아야, 방금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이 분은 너를 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남자친구야. 연기를 하려면 일단 대본부터 준비해야지!”
채윤아는 불안해하면서 유재원을 슬쩍 보았다. 그녀는 유재원의 속셈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머리를 살짝 들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보기에 이 여자가 나를 사서 연기를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윤아는 놀랐다. 그가 동의를 한 것일까? 임 비서는 눈치가 빨랐기에 문서를 뒤적거리며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로 말했다.
“유 사장님, 이건 20주년 파티에서 하실 축사입니다...”
“유 사장?”
여월은 주체하지 못하고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눈앞의 남자가 유재원이라고? 실물은 못 봤지만 소문은 익히 들었다. 유재원은 여색을 멀리하고 협력 업체가 그에게 여자와의 잠자리를 주선했을 때 그는 모든 협력을 끊어버렸고 그 기업은 바로 파산했다. 몇 년 전 갑자기 아들이 생겼지만 생모를 언급하지 않았고 대리모가 인공 수정을 해서 낳은 아이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접근했지만 모두 내쳐졌는데 지금...
이훈은 채윤아가 다른 남자의 품에 있는 것을 보고 그것도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여자가 된 것을 보고는 안색을 흐렸다.
여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이훈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윤아야, 그럼 유 사장님과 함께 우리 약혼식에 오도록 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채윤아는 한숨 돌렸다. 유재원은 그녀를 흘기며 물었다.
“저번에는 나를 꼬시더니 이번에는 왜 그렇게 겁쟁이가 되었어?”
그의 압도적인 기에 채윤아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벽에 깍지를 끼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가까웠기 때문의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당... 당신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가까이 오지 마요!”
채윤아는 긴장한 나머지 혀가 꼬인 듯 말을 더듬었다. 얇은 셔츠 너머의 그녀의 작은 손은 부드럽고 따스했으며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야릇한 그 느낌에 그의 하반신에 변화가 왔다. 마치 5년 전의 그 여자와 마찬가지로 그가 반응하게 만들었다. 몸이 이상함을 느낀 유재원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통제가 안 되는 기분을 꺼렸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항상 그를 이성을 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