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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일언반구

  • 쇼핑몰은 히터가 충분히 켜졌음에도 채윤아는 손발이 차갑게 느껴졌다. 에스컬레이터로 낯익은 인영이 나타나자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사람 모양의 입간판 뒤에 숨어 유재원의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그녀는 유재원 옆의 여자를 똑똑히 보았다. 나이는 많지 않은 데다 옅은 남색 스웨터에 연청 청바지, 브라운 어그 부츠를 신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중단발에 회색 코트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은 깔끔하고 산뜻해보였다. 도서진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 여자가 그녀가 말한 여자일 것이다.
  • 두 사람은 지하 1층에서 올라왔는데 각자 신생아 용품점의 비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자가 무어라 말하자 유재원이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쇼핑몰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세계무역 쇼핑몰 앞에서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목격했다. 주변 사람들이 오가며 하는 말은 전부 귀를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 집으로 돌아온 후, 채윤아는 늘 그랬듯 샤워 후에 침대로 올라가 기분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유재원이 늦게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쑥 튀어나온 여자는 사기꾼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재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사기꾼이고 절대 아이를 낳았을 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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