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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또 한 명의 단골손님

  • “청아 누님…”
  • 나는 어두운 표정을 한 채 화가 나서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는 청아 누님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무례함 때문에 그녀의 처음을 빼앗아 버려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생각했다.
  •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앞으로 아무도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니까 너한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돼.”
  • 나를 대하는 청아 누님의 태도는 이상할 정도로 차가워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 고분고분 입을 다물고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 “주장성, 내가 전에 서웅은 이제부터 내 사람이라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오늘 보니 넌 내가 그날 한 말을 새겨듣지 않았어.”
  • 위협적인 말투에 주 사장은 갑자기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바들바들 떨며 청아 누님의 곁으로 가서 변명할 예정이었으나 그때 갑자기 뺨 때리는 소리가 났다.
  •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누가 또 감히 서웅을 건드린다면 넌 그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할 거야!”
  • 청아 누님은 쌀쌀맞게 한 마디 던지고 두 명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떠났다.
  • 나는 주 사장이 꽉 잡고 있는 주먹과 얼굴에 있는 손바닥 자국을 바라보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 ‘역시 사람이 착하면 업신여김을 당하는 법이야.’
  • 늘 우리 앞에서 기고만장하던 주 사장도 청아 누님과 같은 이런 큰 인물 앞에서는 꼬리를 사린 개와 마찬가지였다.
  • “서웅아, 방금 일은 정말 미안해. 나도 핍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었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네 손을 망가뜨리지 않으면 전체 클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 그러니까 넓은 아량으로 나 좀 용서해줘.”
  • 정말이지 주 사장의 태도를 바꾸는 속도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 1초 전까지만 해도 폭발하기 바로 직전까지 왔던 사람이 냉큼 이렇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나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 그는 나와 사이가 틀어질 생각이 없으니 그럼 나도 굳이 그와 맞설 필요는 없다.
  • “주 사장님, 저도 사장님의 고충을 알기에 사장님 탓은 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조금 전에도 저의 손을 망가뜨리지 않고 봐주셨잖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이에 주 사장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어색하게 살짝 웃기만 했다. 그러고는 핑계를 대고 잔뜩 주눅이 든 채로 자리를 떴다.
  • 비록 지금은 출근 시간이지만,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 보여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욕실에서 거울에 비친 멍든 자신의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부터 야속한 감정이 솟구쳤다. 목에 남은 자국은 성 국장님이 오늘 정말 나한테 살의가 있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비록 온몸이 상처 자국이었지만, 그저 살갗이 다쳤고 등에 약간 심한 통증을 느꼈을 뿐 큰 문제는 없어 대충 치우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 “서웅아, 손 아가씨가 오늘 직접 가게에 와서 너를 지목했어. 그러니까 빨리 준비해.”
  • 이튿날 나는 다쳤다는 이유로 한 시간 좀 넘게 늦어 출근했다. 마침 옷을 다 갈아입었을 때 뜻밖에도 주 사장이 흥분한 얼굴로 찾아왔다.
  • 손향 누님이 오늘 직접 클럽에 찾아올 줄 몰랐던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얼른 물건을 가지고 VIP룸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손향 누님이 진작에 기다리고 있었다.
  • 아마 만족스러웠는지 오늘 손향의 얼굴이 유독 더 빨개 보였고, 정교하고 작은 얼굴에 약간 분칠을 한 것이 처음에 봤던 손향의 민낯보다 오늘의 그녀가 더욱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했다.
  •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빨리 이쪽으로 와.”
  • 내 눈빛이 너무 뜨거웠는지 손향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수줍은 듯 나를 흘겨보며 언성을 높였다.
  • “미안해요, 향이 누님. 오늘 정말 너무 아름다우셔서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게 되네요.”
  • 나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 “그래? 그럼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는 건가?”
  • 손향은 교활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린 채로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아리따운 눈매를 흘기며 미소를 지으니 백 가지 교태가 생겨난다는 말로 그녀를 형용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다만 이런 담담한 미소에 글쎄 내가 반응해 버렸다.
  • “향이 누님, 놀리지 마세요. 우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오늘 어떤 서비스를 원하세요?”
  • 나는 얼른 눈길을 돌려 손향에게 마사지를 해 줄 준비를 했다.
  • “지난번과 같게 해줘. 너의 마사지 방법은 확실히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 같아.”
  • 손향은 글쎄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내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그런 행동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눈 가리고 마사지해 달라고 하던 그녀가 오늘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 옷이 벗겨지면서 손향의 살결이 조금씩 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록 지난번에 이미 눈 호강을 했지만,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 아랫배 쪽이 불타는 것처럼 너무 뜨거웠다.
  • 곧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내 앞에 선 손향은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내가 쳐놓은 텐트에 눈길을 보내며 요염한 눈웃음을 지었다.
  • “누군가 자기는 프로 직업러의 정신이 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지금 이런 모습을 보니 꼭 그럴 군자는 아닌 것 같네.”
  • 손향의 장난치는 소리에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당황스러워 고개를 떨구었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 “향이 누님, 놀리지 마세요. 누님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으신 분은 그 어떤 남자라도 아마 유혹에 견디지 못할 거예요.”
  • 손향은 내 말에 몸을 흔들며 깔깔거리며 웃는데 마치 꽃가지 흔들리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있는 두 개의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웃음소리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려 나의 눈은 현란하게 했다.
  • ‘안 돼, 이대로라면 전혀 마사지에 집중할 수가 없어.’
  •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신속하게 뜨거운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 “향이 누님, 먼저 씻을래요? 아니면 바로 시작할까요?”
  • 나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씻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손에 기름을 발라 손님한테 마사지를 해줘야 하니 두 손은 반드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 “바로 시작해도 좋아. 지난번에 마사지를 받고 난 뒤 내 편두통이 확실히 많이 없어졌어.”
  • 손향은 내가 이렇게 빨리 마음을 추스르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놀리는 기색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자각적으로 마사지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내가 마사지해 주기를 기다렸다.
  •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방금 처신을 신중히 해서 마음속에서 끓어 번지는 욕망을 내리눌렀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지 모른다.
  • 나는 먼저 작은 상자에서 비싼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꺼내 손가락에 살짝 묻힌 후 손향의 관자놀이 쪽으로부터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 손향은 여러 차례 자신이 편두통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라벤더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편두통에 도움이 된다. 관자놀이에 바른 오일이 거의 흡수되자 손을 비벼 따뜻한 손바닥으로 손향의 머리 부분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 머리에는 워낙 혈이 많아서 부동한 위치를 마사지하면 위치마다 효과가 다르다. 게다가 머리 부분의 혈을 마사지해 주면 사람이 완전히 느슨해져 나중에 손향한테 클라우드 마사지를 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