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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젊은 부인들의 모임

  • 비록 강춘 사부라는 사람은 겉으로 장혁의 편을 들어줬지만, 사실 장학마저 조롱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동안 늘 존경만 받아왔던 장혁은 당연히 이런 수모를 견딜 수 없었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되받아쳤다.
  • “이런, 사리 분별도 못하고! 제자한테 밥그릇까지 빼앗길 판에 뭘 그리 까불어!”
  • 강춘 사부는 장혁의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마디를 남기고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 “사부님...”
  • “사부라고 부르지 마. 나한테 너처럼 여자 덕에 출세해서 여자한테 빌붙어 살아가는 제자란 없다고 했어.”
  • 장혁이 내 편을 들어주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거리고 착각한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는 냉정하게 딱 잘라버렸다.
  • 나는 화를 내며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억울한 감정이 가득했다. 남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나의 사부님마저 나를 이토록 혐오하다니!
  • 손향에게 오랫동안 마사지를 해준 결과 내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고, 게다가 클럽에서 억울한 일까지 당한 나는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서 밤새 깊은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이불 속에서 손을 뻗어 탁자 위를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았고, 잠결에 통화를 연결했다.
  • “여보세요...”
  • “오서웅, 지금 당장 외출 준비하고 있어. 12시 30분에 너희 집 아래로 데리러 갈 테니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 귀에 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고, 잠결에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나는 순간 누구의 목소리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넌...”
  • 내가 실눈을 뜬 채 그녀가 누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휴대폰에서 이미 통화종료 음이 들려왔다.
  • “희한하네. 아침부터 나랑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여자가 있다니.”
  • 나는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침대 위에 던지고는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렸고, 이불을 끌어와 다시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려 했다.
  • “세상에! 청아 누님이 나랑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다니?!”
  • 다시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문득 떠오른 나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 휴대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11시였고, 나는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가 씻기 시작했다.
  • 비록 청아 누님이 왜 나랑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직접 연락한 이상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라주기만 하면 된다.
  • 거울 앞에서 한참 동안 멋을 내고 청아 누님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일부러 패셔너블한 의상도 골랐다.
  • 12시 30분이 되자마자 아래층에서 자동차 클랙슨 소리가 울렸다.
  • “뭐가 그렇게 급해? 헐떡이는 거 좀 봐.”
  • 하지만 나는 평소에 픽업하는 차를 타고 움직이는 청아 누님이 오늘 직접 운전해서 나타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1층까지 헐레벌떡 뛰어온 나를 보고 그런 다정한 어조로 걱정해줘서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청아 누님이 오래 기다릴까 봐 클랙슨 소리가 들리자마자 얼른 내려왔어요.”
  • 그녀가 왜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는지 전혀 모르는 나는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호호호, 자식, 항상 입에 꿀 발린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
  • 청아 누님은 가볍게 웃더니 다시 유유히 입을 열었다.
  • “향이가 어제 네 서비스에 엄청나게 만족했다고 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어. 언제쯤이면 나도 경험하게 해줄 거야?”
  • 청아 누님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도대체 그녀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향이 누님은 청아 누님이 소개해준 손님이죠. 게다가, 누님이 저한테 서비스를 확실하게 해주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대충 때우겠어요! 청아 누님도 그런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을 원한다면 저는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 “자식, 제법 영리하구나. 이 정도 각오라면 너를 발탁하길 잘한 거 같아. 이따가 식사 자리에 나랑 향이와 같은 젊은 부인들이 많이 있을 거야. 너한테 기회는 이미 주어졌으니 알아서 잘 잡아.”
  • 청아 누님은 내 대답에 매우 만족해하며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점심을 같이 먹게 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녀는 나한테 손님을 소개해주려는 것이었다.
  • “청아 누님, 감사합니다.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 나는 확고한 눈빛으로 청아 누님을 바라보면서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
  • 이동하는 내내 청아 누님과 즐겁게 수다를 떨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부자 동네에 있는 5성급 호텔 문 앞에 도착했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이리저리 꺾으면서 거대한 룸으로 들어갔다.
  • 이런 곳을 처음 방문한 나는 자기도 모르게 여러 번 훔쳐보았다. 이는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마치 유럽의 왕궁을 방불케 하는 룸이었다.
  • “청아 언니, 드디어 오셨네요. 언니가 제일 늦게 왔는데 우리한테 보상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 내가 화려한 장식에 정신이 팔려 한창 얼떨떨해하고 있을 때, 감미로운 목소리가 저 멀리서 울려 퍼졌고 뒤를 돌아보니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연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젊은 부인이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의 뒤편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가죽 소파에는 4~5명의 아름답고 우아한 젊은 부인들이 앉아 있었다.
  • “자, 이게 바로 사죄의 선물이야.”
  • 청아 누님은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나를 살짝 밀어내며 그 여자 앞에 세웠다.
  • “언니, 성의가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진짜 남자를 선물로 준다고 해도 한 명만 데려오면 어떡해요? 이 사람이 과연 우리 동생들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까요?”
  • 그녀는 요염한 눈빛으로 내 몸을 쭉 훑어내리더니 이내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깔깔대며 말했다.
  • “대체 나를 무슨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남자를 보내는 그런 저속한 짓을 할 것 같아?”
  • 청아 누님은 화를 내며 그녀를 째려보더니 나를 데리고 천천히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 청아 누님이 다가오는 것을 본 다른 여자들도 하나둘씩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 “네? 그럼 우리한테 이 남자를 준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 뜸을 들이고 있는 청아 누님 때문에 애간장이 탄 노란 원피스 여인은 대뜸 질문을 던졌다.
  • “요즘 나랑 향이가 안색도 좋아지고 몸매도 예뻐진 이유에 대해 네가 항상 궁금하다고 했잖아? 이 사람이 바로 그 이유지.”
  • 청아 누님은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맙소사, 언니! 설마 국장 몰래 진짜 이 남자랑 한 건 아니죠? 혹시라도 국장이 알게 되면 저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요!”
  • 그녀의 말에 청아 누님은 바로 차를 뿜었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흘기면서 손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은 후 비로소 유유하게 입을 열었다.
  • “누가 꼭 그런 짓을 해야만 여자가 혈색이 좋아지고 몸매가 예뻐진다고 그랬어? 나랑 향이는 그에게 단지 마시지를 몇 번 부탁했을 뿐이야.”
  • “청아 언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예전에도 마사지 받으러 자주 클럽에 다녔잖아요. 하지만 그때는 왜 이토록 뛰어난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제가 충고하는데 국장의 눈에 띄어 저놈을 해치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 그녀는 청아 누님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아니꼬운 감정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녀가 보기에도 나는 여자에게 빌붙어서 출세하려는 그런 사람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