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네가 어떻게 서원고에 있어?
- “만약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나를 쫓아다닌다면, 난 오래전에 받아들였을 거야.”
- 그러나 반쯤 눈을 감은 송민주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 민정우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은 학교 전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매일 그녀에게 애정 표시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민정우는 매일 그녀를 찾아오긴 했지만 고백한 적은 없었다. 그는 그저 물건만 건네주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버린다.
- 그런 그에게 그녀가 뭘 허락해야 하는가?
- 예전이었다면 아쉬울 수 있었지만, 파티에서 그 남신을 본 이후로는 또래의 남학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민정우가 민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긴 하지만, 실권은 없었다. 그의 형, 민우진이야말로 실세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 그들 송씨 가문과 민씨 가문은 대대로 가깝게 지내온 사이였다. 만약 그녀가 민우진을 낚을 수만 있다면 민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 행복한 상상에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
- 학교 정문.
- 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롤스로이스가 햇빛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기 바빴다. 좀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 하지만 민씨 가문의 독특한 표식이 담긴 차 번호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 민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는 날에는 서울에서 평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차 안,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창밖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팔목의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 그 모습에 비서 신태일은 코를 만지더니 조용히 말했다.
- “대표님, 둘째 도련님께서 하교하려면 아직 30분 남았습니다. 걱정되시면 제가 도련님께 방과후 바로 나오시라고 문자를 보낼까요?”
- 그러자 민우진이 차갑게 말했다.
- “누가 그 자식을 기다린대?”
- 신태일은 순간 당황했다.
- “네?”
- 가족 중에서 둘째 도련님 말고는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 둘째 도련님이 아니면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 이때,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학교 정문에 멈춰 선 고급 차를 한눈에 알아본 송민주는 머리와 옷을 정돈하며 자신의 상태를 거듭 확인한 후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천천히 고급 차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을 두드렸다.
- “와, 이건 민씨 가문의 차잖아, 잡지에서 봤어. 수십억이야!”
- “저건 송민주잖아?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 “듣기로는 우리 학교의 민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송민주를 쫓아다니고 있다고 했어. 아마 데리러 온 것 같아.”
- “어떻게 저렇게 태어날 수 있지? 짱짱한 집안에, 예쁘기까지 하고, 게다가 잘생긴 남자까지 목매고 있잖아…”
- 부러움의 목소리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그녀가 가진 것은 그들이 바라보지도 못하는 것들이었다.
- 신태일이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 소녀가 있었다.
- 대표님이 기다리는 사람이 이 소녀인가?
- “대표님, 문을 열까요?”
-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가 마주한 대표님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 신태일은 문을 열려던 손을 바로 떼며 몸을 한껏 움츠리고 조용히 있었다.
- 송민주가 한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모습을 본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너무도 창피했던 나머지 그녀의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안 돼, 이렇게 포기할 수 없어!
-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우진 오빠, 안에 계신가요? 저 민주예요. 어젯밤에 송씨 가문에서 뵀었죠.”
- 여전히 침묵만 흘렀다.
- 주위에서 조롱 섞인 수군거림이 점점 커졌다…
- 송민주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한 소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그녀가 뒤돌아보니, 가방을 메고 막 하교한 민정우였다.
- 그를 본 송민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 “정우야, 우리 집 기사 아저씨가 오늘 일이 있어서 데리러 오지 못해서 그러는 데 나 좀 태워줄 수 있어?”
- 민정우는 단번에 거절했다.
- “아니.”
- “……”
-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행동해?
- 연약한 송민주와는 달리 민정우는 차 문을 쾅쾅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 “문 열어, 더워 죽겠어! 빨리 문 열어!”
- 차 안의 신태일은 대표님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
- 하지만 민우진은 여전히 시계만 만지작거리며,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평온함 그 자체였다.
- 하지만 그때, 그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다. 그의 눈은 생명을 부여한 듯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단단히 다문 입꼬리도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 서둘러 넥타이를 정돈하고 소매도 정리한 그가 입을 열었다.
- “문 열어.”
- 깜짝 놀란 신태일이 급히 대답했다.
- “네, 대표님.”
- 문이 열리자 커다란 손이 날아들었다. 신태일은 그만 머리를 세게 얻어맞았다…
- “도련님, 이건 너무 아프잖아요!”
- 민정우는 손목을 주무르며 불평했다.
- “안에 있네요? 오래 두드려도 반응이 없길래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 “……”
- ‘아무도 없는 줄 알았으면서 왜 이렇게 오랫동안 두드린 거죠?’
- 차에 올라타려던 그는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의 엄숙한 얼굴에 바로 움츠러들며 다시 내렸다.
- “형, 형도 왔어?”
- 기사만 올 줄 알았는데, 형도 온 것이다.
- 동생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한 이후로 말을 섞지 않던 형이 오늘 이렇게 그를 데리러 온 것을 보니 드디어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 같다.
- 민정우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
- “내 꿈을 응원하기로 한 거지? 그렇지…”
- “꺼져!”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 그는 긴 다리를 움직여 차에서 내린 형이 망설임 없이 그의 옆을 지나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같은 시각, 송다은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송민주를 짜증스럽게 보고 있었다.
- 조금 전 민정우에게 거절당한 송민주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 하지만 그때, 그녀의 시야에 학교에서 가방을 메고 나오는 송다은이 잡혔다.
- 순간, 그녀는 창피함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 그녀는 급히 다가가 송다은의 앞을 가로막았다.
- “언니가 어떻게 서원고에서 나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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