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새봄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다소 혼란스럽고 두려운 상태로 눈을 떴고,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멍하니 굳어버렸다.
방 안의 배치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여기는 스프링 가든에서 지낼 때 있던 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육다빈과 손지후에 의해 옥상에서 밀쳐져 산산조각이 나게 되었는데!
설마… 다시 태어난 걸까?
이 사실을 깨닫자, 하새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재빨리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뛰어내린 그녀는 슬리퍼조차 신을 틈 없이 맨발로 문 밖으로 달려 나갔고, 복도 끝에 있는 문을 힘껏 밀어젖혔다.
문이 열리자마자, 문을 등진 채 상반신이 드러난 남자가 보였다.
공기 중에는 아직도 비릿한 피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길이 공포에 질린 하새봄의 얼굴에 닿자, 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 후 잘생긴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입가에 비웃음이 살짝 번졌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아직도 부족해?”
남자는 차갑고 강한 기운을 풍기며, 깊은 눈빛으로 하새봄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는 강렬한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깊은 눈동자는 마치 어둠과 하나가 된 듯, 그 속에 든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하새봄은 멍하니 자기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때 그녀에게 증오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 남자였다.
전생의 그녀는 육다빈과 손지후에게 속아, 한노엘이 하씨 그룹을 노리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집착적인 방법으로 그녀를 곁에 묶어두었고, 그녀는 그를 마치 악마처럼 무섭고 잔혹하다고 느꼈다. 매 순간 그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서야 이 남자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빛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간단히 붕대를 감았지만, 여전히 피가 붕대를 통해 비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무척 담담했다. 마치 다친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새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녀는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밤, 육다빈의 선동으로 다시 한노엘과 이혼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한노엘이 동의하지 않자, 그녀는 화가 나서 과일 칼을 집어 들고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그 후 두 사람은 반달 동안 냉전 상태에 빠졌고, 그녀는 그가 무슨 행동을 하든 저항했다.
결국, 한노엘은 이혼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한노엘을 찌른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하새봄은 한노엘의 몸에서 번져 나오는 선명한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끊임없이 그날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온몸이 칼에 난도질당해 죽은 큰오빠, 교통사고로 인해 고깃덩이처럼 짓눌린 둘째 오빠, 18층에서 뛰어내린 셋째 오빠, 다리에서 떨어져 익사한 부모님, 그리고… 살아있는 상태로 모욕을 당하고 죽어 시체조차 남지 않았던 한노엘!
모든 비극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가 그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하새봄… 그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었다!
“한노엘…”
하새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오랫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한노엘을 안아보려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의 몸에서 나는 시원한 솔향기를 탐닉하듯 가만히 들이마셨다.
한노엘은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안기자,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하새봄은 떨리는 손으로 한노엘의 왼쪽 어깨를 만지며,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프지?”
한노엘은 그녀를 한참 동안 가만히 응시했다. 깊은 눈동자는 마치 끝없는 심연 같아, 하새봄을 완전히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예전의 그녀라면 한노엘이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새봄은 그의 눈빛을 받으며 마음속 가득한 고통과 죄책감을 느꼈다. 비록 여전히 한노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았다.
한노엘은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죽어.”
“류 집사님을 부르러 갈게.”
하새봄은 벌떡 일어서며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한노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단어 한 단어 또렷하게 말했다.
“당신은 병원에 가야 해.”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노엘은 그녀가 찌른 이 칼로 인해 왼쪽 어깨에 큰 상처를 입고 병을 앓게 되었다. 당시 그녀는 그의 심장을 노리고 찔렀지만, 한노엘은 피하지도 않고, 그저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순간 칼끝을 살짝 비틀어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고, 이후 멘탈이 무너져 내리며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절규하며 한노엘에게 당장 꺼지라고 소리쳤다.
하새봄이 그를 찌른 일에 대해 한노엘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이틀 후, 그는 상처가 감염되어 고열이 나면서 서재에서 쓰러졌고, 그제야 류 집사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노엘은 무려 하루 밤낮 동안 응급 치료를 받으며 가까스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의 왼쪽 팔은 거의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힘도 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그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공격했을 때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생명을 잃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노엘… 그는 지하 세계에서 불법 격투를 하며 맨손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이 아닌가!
그는 지하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전쟁의 신, 번개 같은 날카로운 수단과 살벌한 결단력으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한 사장님이었다. 흑백 양쪽 세계 모두 그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며, 감히 적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 때문에 끔찍한 모욕을 당해 죽임을 당했고, 시신은 황야에 버려졌다.
“허.”
한노엘이 의미심장하게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하새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집착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병원에 가자고? 내가 없을 때 도망치려고?”
하새봄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찔리는 듯 아팠다. 한노엘의 얼굴에 떠오른 조롱의 기색을 보고 다급하게 해명했다.
“그런 거 아니야…”
손목에서 전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하새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지만, 갑자기 멈추고는 고통을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노엘, 나 이혼하고 싶지 않아.”
한노엘의 눈빛이 순간 깊어지며, 숨조차 멈춘 듯했다. 눈에는 격렬한 감정의 파동이 일었다.
그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피하지 않고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바라보는 하새봄을 보며,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다음 순간, 한노엘은 오른손으로 강하게 하새봄을 품에 끌어안았다.
“으…”
한노엘의 기운이 순식간에 하새봄을 휘감았다. 겨우 가벼운 신음을 내뱉을 틈도 없이, 다음 순간 한노엘의 뜨겁고 강렬한 입맞춤에 사로잡혔다.
그는 강한 힘으로 매우 강압적으로 하새봄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짓밟듯 밀어붙였고, 혀가 얽히며 뜨겁고 강렬한 기운이 그녀를 산산이 부수고 삼켜버릴 듯했다.
하새봄은 마치 광풍과 거대한 파도 속에 떠 있는 한 조각의 작은 배처럼, 언제든지 완전히 찢겨지고 뒤집힐 것 같았고, 숨조차 점점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질식할 것 같다고 느낀 순간, 한노엘은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욕망의 빛이 깃들었다. 숨을 가쁘게 쉬며 입술이 약간 부어오른 채 눈물이 맺힌 하새봄을 바라보며, 그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봄아, 오늘 네가 한 말을 기억해.”
낮고 거친 목소리가, 마치 천둥 소리처럼 하새봄의 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물기 어린 두 눈으로 한노엘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다가가, 그의 입술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