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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도망가면 다시 잡아와라

  • “아닙니다.”
  • 류온은 고개를 저으며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 하새봄은 웃으며 한노엘이 죽을 다 마시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닭고기 수프를 한 그릇 떠서 건넸다.
  • “노엘, 지금 몸이 약하니 잘 보양해야 해. 죽만 먹어서야 영양이 충분하지 않을 테니, 이 닭고기 수프를 좀 마셔.”
  • 한노엘은 그녀의 하얀 손에 들린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그릇 안에는 금빛이 도는 닭고기 수프가 담겨 있었고, 위에는 몇 방울의 기름이 떠 있었다.
  • 그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하새봄의 기대 어린 눈을 마주하고는 결국 손을 들어 그릇을 받았고, 얼굴을 찡그린 채 냉정한 표정으로 로봇처럼 닭고기 수프를 마셨다. 마치 죽을 각오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하새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 “노엘…”
  •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하새봄의 핸드폰이 “윙”하며 진동했다. 하새봄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했고,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뒤집어 놓고, 무심결에 한노엘을 한 번 쳐다보았다.
  • 한노엘은 막 그릇을 내려놓았고, 차가운 시선이 하새봄의 핸드폰에 머물렀다. 그의 눈에는 약간의 파문이 일었다.
  • “무슨 일 있어?”
  • 하새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스팸 문자일 뿐이야. 여보, 먼저 좀 쉬고 있어.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 한노엘은 깊은 눈길로 하새봄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한참 후에야 가볍게 “응” 하고 대답했다.
  • 한노엘의 허락을 받자, 하새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 한노엘은 병원복의 단추를 풀며, 눈에 분노를 띠고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들어 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 안에는 한 메시지가 있었다.
  • “새봄아, 네가 한노엘을 찔러서 지금 중앙 병원에 있다면서? 그 미친놈이 널 다치게 하진 않았어? 기다려, 내가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갈게!”
  • ‘새봄아’, ‘미친놈’이라는 단어가 한노엘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
  • 그는 입술을 꽉 물고, 눈 속에 억눌린 감정이 일렁이며, 보이지 않는 폭풍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 한노엘은 하새봄의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그녀의 문자와 통화 기록을 감시하고 있었다.
  • 그리고 이 메시지는 바로 손지후가 보낸 것이었다.
  • 하지만 하새봄은… 거짓말을 하고, 손지후를 만나러 가려고 서둘렀던 것이다!
  • 마음속에서 폭발하듯 치솟는 분노와 살의가 그를 뒤덮었다.
  • 한노엘은 힘껏 미간을 누르며, 극도로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 “류온, 따라가.”
  • 류온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새봄에 대한 반감이 겨우 가라앉은 듯했는데, 다시금 치솟기 시작했다.
  • 이 아가씨는 정말 가만히 있질 못하는 걸까? 막 한 사장님과의 관계가 좀 나아졌는데,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려고?
  • 류온은 하새봄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 하새봄은 빠르게 병실을 나와 손지후가 보낸 메시지를 내려다보았다. 위장이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끓어오르는 혐오감과 분노에, 하마터면 한노엘 앞에서 자제력을 잃을 뻔했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괜히 한노엘을 놀라게 할까 봐, 핑계를 대고 급히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 하새봄은 손지후와의 모든 원한을 하나하나 직접 청산하려고 마음먹었다.
  • 손지후 같은 사람은 한노엘의 손을 더럽힐 가치가 없고, 그런 하찮은 인물로 인해 한노엘의 휴식을 방해할 필요도 없었다.
  • 하새봄은 바로 1층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갔다. 그녀는 당직 간호사와 몇 마디 나눈 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 모퉁이에 숨어있던 류온은 하새봄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새봄이 신경 쓰지 않는 순간, 류온은 빠르게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다가가서 얼굴을 찌푸린 채 물었다.
  • “방금 그 여자가 뭐라고 했습니까?”
  • 당직 간호사는 류온의 냉랭한 표정에 놀라 움찔했다. 그의 기세에 눌려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 “잠시 후에 회색 정장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찾아오면 1층 측문 비상구로 오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 류온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 하새봄을 만나러 오는 남자라면? 손지후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 참 대단한 아가씨다. 한 사장님이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또다시 손지후와 얽히려 하다니.
  • 한 사장님은 도대체 이 여자의 어디에 반했길래, 그렇게 당하고도 내버려 두는 걸까?
  • 류온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살기등등한 상태로 한노엘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 “한 사장님, 사모님이 지금 1층에서 손지후와 만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한노엘의 지시 없이는 류온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지후는 이미 열 번도 더 죽었을 것이다.
  • “콰직!”
  • 한노엘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힘주어 부서뜨렸다.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고, 마음속의 분노가 이성을 거의 집어삼킬 듯했다. 그러나 그는 겨우 한 가닥의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 “계속 지켜봐라. 만약 도망치려고 하면, 잡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