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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아

  • 한밤중.
  • 하새봄은 몸을 부르르 떨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다소 혼란스럽고 두려운 상태로 눈을 떴고,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멍하니 굳어버렸다.
  • 방 안의 배치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여기는 스프링 가든에서 지낼 때 있던 방이었다!
  • 하지만 그녀는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 육다빈과 손지후에 의해 옥상에서 밀쳐져 산산조각이 나게 되었는데!
  • 설마… 다시 태어난 걸까?
  • 이 사실을 깨닫자, 하새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재빨리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뛰어내린 그녀는 슬리퍼조차 신을 틈 없이 맨발로 문 밖으로 달려 나갔고, 복도 끝에 있는 문을 힘껏 밀어젖혔다.
  • 문이 열리자마자, 문을 등진 채 상반신이 드러난 남자가 보였다.
  • 공기 중에는 아직도 비릿한 피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소리를 들은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 깊은 눈길이 공포에 질린 하새봄의 얼굴에 닿자, 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 후 잘생긴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입가에 비웃음이 살짝 번졌다.
  • “또 뭘 하려는 거야? 아직도 부족해?”
  • 남자는 차갑고 강한 기운을 풍기며, 깊은 눈빛으로 하새봄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는 강렬한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깊은 눈동자는 마치 어둠과 하나가 된 듯, 그 속에 든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 하새봄은 멍하니 자기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때 그녀에게 증오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 남자였다.
  • 전생의 그녀는 육다빈과 손지후에게 속아, 한노엘이 하씨 그룹을 노리고 있다고 믿었다.
  • 그는 집착적인 방법으로 그녀를 곁에 묶어두었고, 그녀는 그를 마치 악마처럼 무섭고 잔혹하다고 느꼈다. 매 순간 그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 그러나 죽기 직전에서야 이 남자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알게 되었다.
  • 그는 심지어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았다.
  • 그리고 지금, 그는 빛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왼쪽 어깨에는 간단히 붕대를 감았지만, 여전히 피가 붕대를 통해 비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무척 담담했다. 마치 다친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 하새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 그녀는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 그날 밤, 육다빈의 선동으로 다시 한노엘과 이혼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다.
  • 무슨 말을 해도 한노엘이 동의하지 않자, 그녀는 화가 나서 과일 칼을 집어 들고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그 후 두 사람은 반달 동안 냉전 상태에 빠졌고, 그녀는 그가 무슨 행동을 하든 저항했다.
  • 결국, 한노엘은 이혼을 받아들였다.
  •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한노엘을 찌른 그날 밤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 하새봄은 한노엘의 몸에서 번져 나오는 선명한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끊임없이 그날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 온몸이 칼에 난도질당해 죽은 큰오빠, 교통사고로 인해 고깃덩이처럼 짓눌린 둘째 오빠, 18층에서 뛰어내린 셋째 오빠, 다리에서 떨어져 익사한 부모님, 그리고… 살아있는 상태로 모욕을 당하고 죽어 시체조차 남지 않았던 한노엘!
  • 모든 비극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가 그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 하새봄… 그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었다!
  • “한노엘…”
  • 하새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오랫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한노엘을 안아보려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의 몸에서 나는 시원한 솔향기를 탐닉하듯 가만히 들이마셨다.
  • 한노엘은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안기자,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 하새봄은 떨리는 손으로 한노엘의 왼쪽 어깨를 만지며,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 “아프지?”
  • 한노엘은 그녀를 한참 동안 가만히 응시했다. 깊은 눈동자는 마치 끝없는 심연 같아, 하새봄을 완전히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
  • 예전의 그녀라면 한노엘이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새봄은 그의 눈빛을 받으며 마음속 가득한 고통과 죄책감을 느꼈다. 비록 여전히 한노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았다.
  • 한노엘은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피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안 죽어.”
  • “류 집사님을 부르러 갈게.”
  • 하새봄은 벌떡 일어서며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한노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단어 한 단어 또렷하게 말했다.
  • “당신은 병원에 가야 해.”
  •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한노엘은 그녀가 찌른 이 칼로 인해 왼쪽 어깨에 큰 상처를 입고 병을 앓게 되었다. 당시 그녀는 그의 심장을 노리고 찔렀지만, 한노엘은 피하지도 않고, 그저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순간 칼끝을 살짝 비틀어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고, 이후 멘탈이 무너져 내리며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절규하며 한노엘에게 당장 꺼지라고 소리쳤다.
  • 하새봄이 그를 찌른 일에 대해 한노엘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이틀 후, 그는 상처가 감염되어 고열이 나면서 서재에서 쓰러졌고, 그제야 류 집사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노엘은 무려 하루 밤낮 동안 응급 치료를 받으며 가까스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 하지만 그 이후로 그의 왼쪽 팔은 거의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힘도 쓸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중에 그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공격했을 때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생명을 잃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한노엘… 그는 지하 세계에서 불법 격투를 하며 맨손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이 아닌가!
  • 그는 지하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전쟁의 신, 번개 같은 날카로운 수단과 살벌한 결단력으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한 사장님이었다. 흑백 양쪽 세계 모두 그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며, 감히 적으로 삼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 하지만 그는 그녀 때문에 끔찍한 모욕을 당해 죽임을 당했고, 시신은 황야에 버려졌다.
  • “허.”
  • 한노엘이 의미심장하게 냉소를 지으며, 갑자기 하새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집착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 “병원에 가자고? 내가 없을 때 도망치려고?”
  • 하새봄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찔리는 듯 아팠다. 한노엘의 얼굴에 떠오른 조롱의 기색을 보고 다급하게 해명했다.
  • “그런 거 아니야…”
  • 손목에서 전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하새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지만, 갑자기 멈추고는 고통을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 “노엘, 나 이혼하고 싶지 않아.”
  • 한노엘의 눈빛이 순간 깊어지며, 숨조차 멈춘 듯했다. 눈에는 격렬한 감정의 파동이 일었다.
  • 그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피하지 않고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바라보는 하새봄을 보며,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 다음 순간, 한노엘은 오른손으로 강하게 하새봄을 품에 끌어안았다.
  • “으…”
  • 한노엘의 기운이 순식간에 하새봄을 휘감았다. 겨우 가벼운 신음을 내뱉을 틈도 없이, 다음 순간 한노엘의 뜨겁고 강렬한 입맞춤에 사로잡혔다.
  • 그는 강한 힘으로 매우 강압적으로 하새봄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짓밟듯 밀어붙였고, 혀가 얽히며 뜨겁고 강렬한 기운이 그녀를 산산이 부수고 삼켜버릴 듯했다.
  • 하새봄은 마치 광풍과 거대한 파도 속에 떠 있는 한 조각의 작은 배처럼, 언제든지 완전히 찢겨지고 뒤집힐 것 같았고, 숨조차 점점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질식할 것 같다고 느낀 순간, 한노엘은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욕망의 빛이 깃들었다. 숨을 가쁘게 쉬며 입술이 약간 부어오른 채 눈물이 맺힌 하새봄을 바라보며, 그는 경고의 의미를 담아 말했다.
  • “봄아, 오늘 네가 한 말을 기억해.”
  • 낮고 거친 목소리가, 마치 천둥 소리처럼 하새봄의 귀에 울려 퍼졌다.
  •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물기 어린 두 눈으로 한노엘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 다가가, 그의 입술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 “나, 하새봄은 절대 한노엘과 이혼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