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아내는 남편이 필요해
맛탱구리
Last update: 2025-02-25
제1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 스타 빌딩 꼭대기, 옥상.
- 어둡고 허름한 창고 안에서 하새봄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손과 발은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옷은 낡고 너덜너덜했다.
- 한여름의 더위 때문에 몸의 상처는 염증이 생겨 곪아 터지고 있었고,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파리와 모기들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밖으로 드러난 썩어가는 살점을 서슴없이 빨아먹고 있었다.
- 눈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고, 연일 계속된 고통에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 “끼익-”
- 갑자기 창고 문이 열렸다.
-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자, 하새봄은 본능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오랫동안 강한 빛을 보지 못했던 눈이 자극을 받아 눈물이 흘러내렸다.
- “어머, 지후야, 이년 목숨 진짜 질기다. 사흘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안 죽었네.”
- 여자의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끝없는 악의와 조롱이 묻어 있었다.
- 하새봄은 순간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고, 눈부신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충격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 창고 문 앞에는 역광 속에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화려한 빨간 원피스를 입고,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세련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롱과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하새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 남자는 몸에 딱 맞는 진회색 수트를 입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똑같이 차갑고 혐오스러운 표정이 떠올랐고,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죽든 살든 상관없어.”
- “죽으면 오히려 편했을 텐데, 이번엔 이년도 산산조각 나는 맛을 느끼게 해줘야지, 허.”
- 여자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하이힐을 신고 거만하게 다가왔다. 구석에서 겁에 질린 채 초라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하새봄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새봄아, 너 이게 무슨 꼴이니, 하 씨 가문 아가씨의 고귀함과 우아함은 다 어디 갔어?”
- “아, 깜빡하고 말 안 해줬네, 하 씨 가문은 이제 끝장났어.”
- 그녀는 악랄하게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하새봄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 “새봄아, 봐봐, 이거 네 큰오빠야. 거리에서 난도질 당해서 죽었더라.”
- 화면 속 사람은 온몸에 칼자국이 가득하고, 난도질당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피는 몇 미터나 뻗어나가 있었고, 잘생긴 얼굴 역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져 있었다. 다만 눈만은 죽을 때까지도 감지 않은 채 있었다.
- 그녀는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가락으로 화면을 살짝 밀었다.
- “그리고 너희 둘째 오빠는 말이지, 널 찾느라 급하게 차를 몰다가 트럭에 깔려버렸어. 음… 이 고깃덩어리들이 아마 너희 둘째 오빠일 거야, 맞지?”
- 그녀는 화면 속의 끔찍한 교통사고 현장을 가리키며 웃었다. 승용차는 흙더미 차에 짓밟혀 마치 종이처럼 짓눌려 있었고, 그 아래엔 피로 붉게 물든 살점이 널브러져 있었다.
- “그리고 너희 셋째 오빠는 널 구하려고 18층에서 뛰어내렸어. 산산조각이 나버렸지.”
- 하새봄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뇌가 멈춰버린 듯한 상태였다. 눈앞에는 그저 눈을 찌르는 검붉은 핏자국만 어른거렸고,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 “네 부모님도 차를 몰고 다리 아래로 떨어져서 익사하셨어. 오늘 아침에야 시신을 건졌더라고.”
- “새봄아, 너희 가족 전부가 너 때문에 지옥으로 갔는데, 넌 언제 죽을 거야?”
- 여자는 입을 가린 채, 구석에서 사시나무 떨듯 몸을 와들와들 떨며 피눈물을 흘리는 하새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여자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
- “결국 네가 죽지 않으면 나랑 지후가 하 씨 그룹 전체를 가질 수 없잖아?”
- “아아아악!”
- 하새봄은 절규하며 비명을 질렀다. 피눈물이 눈에서 주르르 흘러내렸고, 쇠사슬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자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쇠사슬은 그녀의 살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 지금 이 순간, 손지후와 육다빈이 동시에 나타나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가족의 죽음을 알렸을 때, 하새봄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 이 모든 것이 손지후와 육다빈이 하 씨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다!
- 가련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던 첫사랑 같은 남자친구와 절친이라 생각했던 친구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속아왔고, 심지어 늑대를 집 안으로 들여 하 씨 그룹을 완전히 파멸로 이끌었다.
- “아, 맞다. 더 재미있는 영상이 하나 있어.”
- 육다빈은 울부짖고 있는 하새봄을 보며 더욱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 복수의 쾌감이 가득 서린 얼굴로, 하새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육다빈은 하새봄을 묶고, 반쯤 죽을 때까지 구타하고 고문했다. 그녀의 혀를 잘라내고 스타 빌딩 꼭대기 층의 창고에 가둬둔 채 겨우 목숨만 붙여두었다.
- 오직 그녀의 눈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새봄이 직접 두 눈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며 보호해준 사람들이 어떻게 비참하게 죽어가는지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 그곳은 버려진 공장 안이었다.
- 검은 정장을 입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사악한 기운을 풍기는 잘생긴 남자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입술을 꽉 물고 있었다. 남자는 눈 속에 깃든 분노와 살의를 억누르려 애쓰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봄이는 어디 있지?”
- 손지후는 건너편에 대범하게 앉아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큰 소리로 웃어댔고, 얼굴에는 복수의 쾌감이 가득했다. 그는 건너편 남자를 상당히 거만하게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
- “한노엘, 나한테 무릎 꿇고 빌어봐.”
- “무릎 꿇으면, 내가 하새봄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도 있지.”
- “쿵!”
- 품격 있는 남자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어 손지후 앞에 엎드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고통이 가득했다.
- “제발, 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
- 손지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이어 더 크게 미친 듯이 웃어댔다.
- 봐라, 봐!
- 서울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한노엘이 지금 나, 손지후 앞에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다.
- 온몸의 모든 세포가 기쁨에 차올라서 아우성을 쳐댔다. 손지후의 얼굴에는 변태적인 쾌감이 떠올랐고, 그는 냉소를 지으며 일부러 음성을 길게 늘였다.
- “하새봄이 그러더라—네가 미워 죽겠대. 네가 자기 오빠와 부모를 죽게 만든 사람이라면서, 평생 너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
- “그리고 네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차라리 네가 직접 그 얼굴을 망가뜨리는 게 어때? 그러면 내가 하새봄에게 부탁해서, 너를 한 번 만나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 손지후는 한노엘 앞에 칼을 던졌다. 칼날이 차가운 빛을 내며 번쩍였다.
- 한노엘은 망설임 없이 칼을 집어 들고, 칼끝으로 자신의 잘생긴 얼굴에 깊게 몇 줄을 그었다.
- 순식간에 피가 솟구쳤고, 사악한 매력을 뿜던 그 얼굴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토록 고통스러웠음에도 한노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집착과 광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손지후를 응시하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나는 봄이를 만나야겠어.”
- 한노엘의 행동에 손지후는 놀라움에 휩싸였고, 얼굴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혐오가 스쳤다. 손지후는 냉소를 지으며 옆의 은폐된 문을 가리켰다.
- “하새봄은 저 안에 있어. 가서 찾아봐.”
- 한노엘은 망설임 없이 그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새봄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 은폐된 문 안에는 손지후가 고용한 킬러들이 매복해 있었다. 한노엘이 방심한 사이, 그들은 치명적인 칼날을 휘둘렀다.
- 하새봄은 여러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점점 밀려나고 있는 한노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마음속에서 증오와 죄책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마치 누군가가 칼로 그녀의 심장을 찌르고 마구 휘젓는 것 같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 한노엘은 죽었다.
- 하새봄은 그 신과도 같은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그는 끝내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고, 시체는 황야에 버려져 들개들에게 뜯어먹히고 있었다.
- “이제 네 차례야, 하새봄.”
- 육다빈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악의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웅크리고 생기가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더 이상 생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하새봄을 보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
- 그녀는 죄인이었다.
-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늑대를 집 안에 들였으며,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그녀를 뼛속 깊이 사랑했던 한노엘을 죽게 만들었다!
- 그녀는 죄를 지었다. 지옥에 떨어져야 할 사람은 그녀, 하새봄이어야 했다!
- 아니, 지옥에 떨어져야 할 사람은 육다빈과 손지후였다!
- 하새봄의 눈에는 강렬한 증오가 번뜩였다. 손지후가 사슬을 풀고 그녀를 끌어내려고 하자, 하새봄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손지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목을 죽기 살기로 물어뜯었다.
- “아!”
- 손지후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면서 욕을 퍼부었다.
- “이 개 같은 년아!”
- 손지후는 팔꿈치로 하새봄의 머리를 연거푸 내리쳤고, 하새봄은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삶의 비극적인 장면들이 끊임없이 눈앞에 떠올랐다.
- 다음 생이 있다면…
- 다음 생이 있다면!!
- 그녀는 절대로 육다빈과 손지후 같은 인간쓰레기들을 가만두지 않으리라! 또한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사랑하는 이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지 않으리라!
-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은 더 이상 육다빈과 손지후의 힘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새봄은 옥상 가장자리로 끌려갔고, 다음 순간 거칠게 옥상 아래로 밀쳐졌다.
- “쿵!”
- 새빨간 피가 서서히 바닥에 번지며, 눈이 시릴 정도로 붉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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