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다 내가 무능한 탓이야

  • “자세히 찾아보아라. 송호연이 반란을 꾀했다는 증거를 반드시 찾아내고 재물을 모조리 몰수하라!”
  • 근위군은 우르르 몰려와 앞을 막는 사동을 두들겨 팼다. 강슬기는 구석 쪽에 침착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이때야 책 속의 줄거리를 다시 더듬어 볼 여유가 있었다.
  • 원주가 온갖 잔꾀를 부려 군신부로 시집간 이튿날에 군신부가 가산을 몰수당했다. 결국 원주의 군신 부인 삶은 하루 만에 끝났다.
  • 그러나… 원주의 성격은 유배를 가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길에서 줄곧 못된 짓만 꾸미다가 악역들의 미움을 사고 끝내 유배길에서 죽었다.
  • ‘휴! 어쩌다가 이렇게 멍청한 여인의 몸을 가지게 된 거야?’
  • 하지만 그녀는 절대 남에게 지지 않는 성격이었다. 아무리 나쁜 여인의 몸을 가졌다고 해도 멋지게 살고 싶었다.
  • 강슬기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까 그녀의 발에 차인 심계향이 갑자기 불행의 화살을 그녀에게 돌렸다.
  • “저년입니다. 틀림없이 저년입니다!”
  • 심계향은 화가 나서 강슬기를 손가락질했다.
  • “너 재수 없는 년이 시집오자마자 사람을 해치다니!”
  • 심계향은 강슬기가 미워 이가 근질근질했다. 그녀는 강슬기를 화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군신부로 시집왔다. 그렇지 않으면 유배 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심계향의 말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노부인은 지팡이를 꼭 쥐고 매서운 눈빛으로 강슬기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 “맞습니다. 분명히 강슬기 이 재수 없는 년이 우리를 해쳤습니다.”
  • “예전에 우리 가문이 얼마나 빛났습니까? 그런데 강슬기가 시집오자마자 저택을 몰수당했습니다!”
  • “저는 유배 가고 싶지 않습니다. 엉엉…”
  • “…”
  • 모든 사람이 화풀이할 곳을 찾은 듯 강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다. 강슬기는 싸늘한 눈빛으로 심계향을 바라보았다.
  • “너와 나는 같은 날에 같이 시집왔어. 굳이 그렇게 말하자면 도대체 누가 재수 없는 년인지 아직 모르잖아!”
  •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생각하지 않고 나를 물고 늘어지다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는 여인이야.’
  • “바로 너야!”
  • 심계향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빛으로 새된 소리를 질렀다. 방금 근위군과 승강이하던 송호진도 강슬기를 노려보았다.
  • 이때 갑자기 노부인이 호통쳤다.
  • “모두 입 닥치거라!”
  • 세상일을 겪을 대로 겪은 노부인은 전하가 이미 군신부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아무리 소란을 피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이 강슬기는 어쨌든 상서부의 적녀이니 유배 갈 때 얼마간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
  • 심계향은 노부인의 꾸중이 불만스러워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때 송호진이 궁에서 돌아왔다.
  •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들것에 실려 왔다!
  • 그의 하반신은 완전히 피투성이였다. 겨우 마음을 안정시킨 큰 부인은 아들의 이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혀 눈을 뒤집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 “형님!”
  • 송호진이 얼른 마주 달려갔다. 평소에 용맹하기 그지없던 장군이 지금 너무 맞아서 얼굴이 창백하고 숨이 간들간들했다. 죽을지 살지도 알 수 없었다.
  • 원주의 신랑인 이 사내는 책 속에서 악역이었다!
  • 강슬기도 급히 앞으로 나아가 송호연의 맥을 슬쩍 짚어 보고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불렀다.
  • “군신!”
  • 세상에!
  • 이 몹쓸 전하는 너무나도 잔인했다!
  • 원주의 기억 속에서 아침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반죽음이 되게 맞고 돌아왔다. 지금 송호연은 날숨이 많고 들숨이 적었다. 이것은 분명히 죽으라고 때린 것이었다. 설령 죽지 않는다고 해도 병신이 될 것이다!
  • 원래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던 저택의 여인들은 송호연의 이 모습을 보고 완전히 절망했다.
  • ‘끝장이야. 끝장이야. 우리는 인제 끝장이야!’
  • 송호연은 힘겹게 눈을 뜨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순간 슬픔이 솟구쳤다.
  • ‘다 내가 무능한 탓이야. 내가 무능해서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야.’
  • 잘생긴 사내는 정신이 혼미하고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강슬기는 뜬금없이 그의 이 모습이 아주 아름답게 보였다.
  • “장군!”
  • 저택을 뒤지던 근위군들이 여 부장의 앞으로 하나둘 달려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곳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부엌간도 텅 비었습니다.”
  • “본채도 비었습니다!”
  • “…”
  • 근위군들은 어리둥절했다. 전하는 송호연을 궁으로 불러들일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리고 근위군이 먼저 군신부에 도착했다. 설령 재물을 옮긴다고 해도 속도가 이렇게 빠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