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지금이 우리끼리 싸울 때냐?
- 그러나 참 잘 욕했다!
- 그는 고통스럽게 눈썹을 찡그렸다. 하반신이 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가 잘될 때 너도나도 달려와 빌붙던 사람들이 지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 사람의 마음이 무섭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 “호연아!”
- 큰 부인은 허약한 몸을 비틀거리며 몇 걸음에 송호연의 곁으로 달려와 눈물을 줄줄 흘렸다.
- 강슬기는 그냥 울 줄밖에 모르는 시어머니 때문에 약간 짜증이 났다. 그리고 이쪽의 심계향은 강슬기의 말에 이미 화가 치밀어 올랐다.
- 그런데 그녀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여태껏 구경만 하던 나장이 갑자기 사납게 호통쳤다.
- “모두 입 다물고 길을 재촉하시오!”
- 나장들의 임무는 정해진 기한 내에 범인을 유배지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러지 못하면 그들도 벌을 받아야 했다.
- 나장들은 더 이상 배웅하러 올 가족이 없음을 확인하고 채찍을 휘둘러 사람들을 몰기 시작했다.
- 큰댁 사람들은 맨 뒤에서 걸었다. 특히 평소에 호강만 누리던 열다섯 살 소년 송호진은 송호연을 업고 힘에 부쳐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송호진, 잠깐만 기다려요.”
- 강슬기는 나장들이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송호진을 불렀다. 그러나 원래 강슬기에게 불만이 많은 송호진은 무의식중에 더 빨리 걸으며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그의 쌍둥이 누이인 송호숙도 큰 부인을 부축하며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 ‘관두자. 송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원주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
- 하지만 강슬기는 원주의 목숨을 살려 준 생명의 은인이 피를 너무 흘려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곧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송호진을 쫓아가 재빨리 금창약 한 병을 꺼내어 그의 손에 쥐여 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이따가 쉴 때 슬그머니 이 약을 발라 주세요.”
- 더 이상 미루면 송호연은 피를 너무 흘려 죽을 것이다.
- “이 약이 무슨 속셈으로 주는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 송호진은 다짜고짜 한마디 쏘아붙였다.
- ‘어쩌면 이 여인이 사랑 때문에 원한을 품고 우리 형님을 죽이려 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 송호숙도 차갑게 비아냥거렸다.
- “맞습니다. 이 화근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유배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 “입 닥치거라!”
- 줄곧 눈물을 머금고 잠자코 있던 큰 부인이 갑자기 자기 아들딸을 꾸짖었다. 그리고 지금 반쯤 의식을 잃은 송호연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했다.
- “너희는 아직도 우리 집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느냐? 지금이 우리끼리 싸울 때냐?”
- 비록 큰 부인도 잔꾀를 부려 시집온 이 며느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기꺼이 유배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약간 고마웠다.
- 설령 강슬기가 따라오기 싫다고 해도 나장들이 그녀를 붙잡아 끌고 올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강슬기와 송호연이 아직 합궁하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혹시라도 강슬기의 배 속에 송씨 가문의 핏줄이 들어 있으면 어찌할 것인가?
- “어머니, 어머니도 강슬기를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 송호숙은 입을 삐죽거렸다. 멋지고 잘생긴 그녀의 큰 오라버니는 어쩔 수 없이 강슬기라는 이 여우 같은 여인과 혼인했다. 정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였다.
- “그러나 슬기는 네 오라버니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느냐?”
- 큰 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집은 인제 예전과 다르다. 강슬기가 비록 고약하기는 해도 송호연에게만큼은 진심이니 그녀도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었다.
- 송호숙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어머니의 말을 찬성할 수 없었다. 강슬기가 예전에 송호연의 신분을 좋아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 나장들은 그녀들이 수다에 짜증이 나서 곧장 채찍으로 땅바닥을 내리쳤다. 송호숙은 깜짝 놀라 새된 비명을 지르며 더 이상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했다.
- 그러나 곧이어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앞에서 가던 한 소년이 못 걷겠다고 떼를 쓰다가 나장의 채찍에 몇 대 호되게 얻어맞았다.
- “인제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쉬고 싶은 것이냐?!”
- 그 나장은 주저 없이 또 채찍을 휘둘렀다. 분명히 다른 사람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경고였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다시는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 “아아.”
-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 소년은 무서워 입을 꾹 다물고 아픔을 참으며 계속 걸었다.
- 강슬기는 아무 말 없이 맨 뒤에서 걸었다. 송호진은 한 시진 남짓이 걷고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장들에게 맞을까 봐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버텼다.
- 다행히 이때 나장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나장들의 도사령은 성이 임씨였다. 임 도사는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 “여기서 쉬며 점심을 먹을 것이오!”
-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걸음이 무겁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풀썩풀썩 주저앉았다. 수백 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주저앉는 장면은 꽤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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