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사람이 성문을 나가 곧 장정에 도착했다. 장정 밖에는 배웅하러 나온 가족이 가득했다. 이것은 유배 가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장들도 이런 상황을 막지 않았다. 죄인들이 가족에게서 은자라도 받으면 결국 자기들의 주머니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 그래서 오히려 시간을 더 끌었다.
사람들은 기대를 품고 자기 가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많은 여인이 친정 식구들에게서 여비를 받았다.
심씨 가문의 사람들도 왔다. 심씨 가문은 여전히 심계향을 아주 중히 여기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큼직한 보따리를 보내왔다.
송 노부인은 그제야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 줄곧 우거지상이던 심계향은 이 보따리를 받고 마침내 약간의 존재감을 찾았다. 그녀는 일부러 강슬기를 힐끗 보았다.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걱정하시네. 어떤 사람과는 다르지. 인제 곧 떠날 텐데 아직도 친정 식구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으니.”
이것은 분명히 강슬기를 비웃는 소리였다. 그러나 강슬기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그냥 의식을 잃은 송호연의 얼굴만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상서부의 사람이야.”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 멀리서 상서부의 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노부인마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지경까지 몰릴 줄은 몰랐구나.’
곧 마차가 앞에 와서 멈춰 섰다. 그러나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계집애 한 명뿐이었다. 이 계집애는 완전히 낯설었다. 강슬기의 기억 속에는 이런 사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계집애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소매 속에서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큰아가씨, 그날 아가씨께서 굳이 군신부로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재난을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나리께서는 비록 이러고 싶지 않지만, 다른 도련님과 아가씨들을 위해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단친서입니다. 나리께서는 이제부터 큰아가씨가 상서부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었다. 만약 원주가 그대로 살아 있다면 아마도 화가 나서 미쳤을 것이다. 역시 책 속의 원주만 나쁘다고 탓할 수는 없었다.
군신부의 사람들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오만한 계집애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가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이 강 상서는 정말 매정한 사람이구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지만, 당사자인 강슬기는 오히려 담담하게 단친서를 받아 들고 계집애를 바라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서 대감에게 전해. 나 강슬기는 앞으로 죽든 살든, 가난하든 잘살든 상서부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강슬기는 당당한 현대 한의학의 후계자인 자기가 앞으로 그렇게 못살지는 않을 거로 믿었다.
‘언젠가 상서부의 사람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빌 때가 있을 거야!’
“그리하기를 바랍니다!”
계집애는 거만하게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사람들은 그 마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야 정신이 들었다.
심계향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강슬기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충동질했다.
“난 또 큰 성님의 친정 식구들이 돈이라도 보낸 줄로 알았는데 관계를 끊다니.”
이 말은 대뜸 사람들의 비웃음을 부추겼다.
여태껏 꾹 참고 있던 노부인마저도 오만상을 찡그리며 강슬기를 바라보았다.
둘째 댁과 셋째 댁 식구들은 더더욱 강슬기를 경멸했다. 둘째 부인 왕씨는 자기 며느리 심계향의 말에 맞장구치며 비아냥거렸다.
“내 며느리 말이 맞는 것 같다. 넌 원래 재수 없는 사람이야. 네가 시집오자마자 우리 저택을 몰수당하지 않느냐? 인제 네 친정 식구들까지 너와 관계를 끊었으니 네가 화근이 아니면 누가 화근이겠느냐?”
“너 강슬기뿐만 아니라 너희 큰댁 모두가 우리 둘째 댁과 셋째 댁을 끌어들인 것이야. 너희가 다 책임져야 할 것이다.”
셋째 부인 허씨는 의식을 잃은 송호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송호연이 아니면 우리 집도 말려들지 않았을 것이야.’
“우리 어머니 말씀이 맞아. 큰형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유배 가지 않았을 것이야.”
“난 유배 가고 싶지 않아. 다 큰형님과 형수님 탓이야. 다 큰형님과 형수님 때문이야!”
“…”
둘째 댁과 셋째 댁 아이들도 큰댁 사람들을 비난하고 노부인은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편심이 너무 심했다.
원래 정신이 좋지 않은 큰 부인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송호진도 송호연을 업고 있지 않았다면 그 불같은 성격에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강슬기는 몇 사람의 뻔뻔한 얼굴을 차갑게 스쳐보았다.
“예전에 제 서방님이 군신일 때는 모두 아무 말도 없다가 지금 재수 없는 일이 생기니 모든 탓을 우리 큰댁으로 돌리네요. 그것도 협박까지 하면서. 방귀나 한 방씩 드세요!”
이때 마침 정신을 차린 송호연은 이 속된 말을 듣고 눈꺼풀이 풀떡 뛰었다. 그는 잔꾀를 잘 부리는 이 색시가 이렇게 혀끝이 날카로울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