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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어찌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것이오?

  • 그녀는 상서부의 부엌간 곡식과 채소도 모조리 쓸어 담았다. 그리고 큰 부엌간으로 가는 길에서 마침 쓰레기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 “군신도 정말 재수가 없구나. 난 그래도 그 사람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니 큰 상이라도 받을 줄로 알고 급히 딸을 시집보냈는데 정말 알 수 없는 게 임금의 마음이로다.”
  • “나리, 그럼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식구가 이렇게 많은 상서부가 그쪽의 일에 말려들면 아니 되지 않겠습니까?”
  • “관계를 끊을 것이야. 반드시 관계를 끊어야 할 것이야!”
  • 사내의 목소리는 아주 확고했다. 강슬기는 발걸음을 주춤했다.
  • ‘그렇다면 나도 사정을 봐줄 수 없지!’
  • 그녀는 곧장 상서부의 큰 곳간으로 다시 들어가 그들에게 조금 남겼던 금은보석과 곡식을 모조리 거두었다.
  • 심지어 몇몇 서제와 서매의 방에 있는 사재 곳간까지 쌀 한 톨도 남겨두지 않고 다 털었다.
  • 강슬기는 또 소설 속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들을 음해한 사람은 책 속의 남주인공인 여섯째 왕자와 주상이었다.
  • 공신은 어쨌든 공신이다. 강슬기는 신하의 공이 커서 임금의 지위가 흔들릴까 봐 사람을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이들 부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 곧 그녀는 순간 이동으로 여섯째 왕자의 저택에 이르렀다. 이 여섯째 왕자의 저택은 정말 화려했다.
  • 강슬기는 손을 비볐다. 좋은 물건을 쓸어 담는 기분은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섯째 왕자의 진귀한 보물에 비교하면 상서부의 보통 금은보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거두었다.
  • 강슬기는 내친김에 여섯째 왕자의 여러 곳간을 다 털었다. 그리고 돌아서다가 우연히 지하실을 발견했다.
  • 지하실에는 금은보석과 식량뿐만 아니라 좋은 무기도 적지 않았다.
  • ‘반란을 일으키려는 사람은 분명히 이 여섯째 왕자구나. 모조리 가져가자. 적에게 남겨 줄 수는 없잖아!’
  • 강슬기는 손을 한번 크게 흔들었다. 순간 지하실이 텅 비었다. 그녀는 재빨리 왕궁으로 순간 이동했다.
  • 왕궁은 경비가 꽤 삼엄했다. 강슬기는 천하의 백성을 생각해 국고는 건드리지 않고 전하와 중전의 사재 곳간만 털었다.
  • 애초에 중전은 원주를 심하게 업신여겼다!
  • 강슬기는 예전에 왕궁의 요리 솜씨가 최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곧장 수라간의 물건도 거두었다.
  •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군신부로 돌아왔을 때 마침 관군도 도착했다. 강슬기는 물을 마실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책 속에서 어느 곳간의 식량이 쉽게 몰수되지 않았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몹쓸 주상이 득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 곧 그녀는 모든 일을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그녀가 자리를 비운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원주는 정말 사랑을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 강슬기는 자리에 앉아 물을 마셨다. 이때 그녀의 의식은 수납공간으로 들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 다만 아쉽게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성의 음식 가게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준비했을 것이다. 밖에서 물건을 부수는 소리와 사람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슬기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 왔다!
  • 가산을 몰수하러 왔다!
  • 그녀는 재빨리 수납공간에서 간식을 꺼내어 배불리 먹고 손을 툭툭 털며 천천히 앞뜰로 갔다.
  • 앞뜰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각 뜰의 안식구들은 무릎을 꿇고 목 놓아 울부짖고 있었다.
  • “여 부장, 우리 호연이를 봐서라도 사정 좀 봐주면 안 되겠나?”
  • 노부인은 근위군의 손에서 난장판이 된 저택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 “노 부인.”
  • 근위군을 이끌고 온 장군은 한때 군신 송호연의 휘하에 있던 여 부장이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여인들을 스쳐보았다.
  • “송호연은 반란을 꾀했고 그 증거가 충분합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송호연이 그동안 세운 공을 갸륵히 여겨 참수하지 않고 그냥 병권만 삭탈해 폐서인으로 유배를 보낸다고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이것은 이미 전하께서 성은을 베푸신 것입니다.”
  • 군신부의 여인들은 여 부장의 말을 듣고 더더욱 구슬프게 울었다. 그녀들은 더 이상 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너무 슬퍼 인제 엉망진창이 된 저택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 “우리 형님이 장군을 푸대접한 적이 없는데 어찌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것이오?”
  • 송호연의 친동생 송호진은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약간 우쭐거리는 여 부장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 만약 송호연이 중히 써 주지 않았다면 이 여 부장은 아직도 성문을 지키는 나졸일 것이다!
  • 그런 사람이 지금 직접 군사를 끌고 와서 군신부의 가산을 몰수하고 있다.
  • 송호진이 어찌 이렇게 잇속에만 밝고 은혜도 모르는 사람을 고운 눈길로 볼 수 있겠는가?
  • 이 사람은 분명히 여섯째 왕자의 끄나풀이었다!
  • 여 부장은 송호진의 원망스러운 눈빛을 아랑곳없이 가볍게 코웃음 치며 군사들에게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