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9화 새로운 애인이 생겼어?

  • 정희민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은 후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두 번째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다행히 그녀는 한 회사만 고집하지 않았고 이력서를 쓸 때 여러 회사에 지원했는데, 두 번째 회사도 첫 번째 회사 못지않았다.
  • 면접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 “여기서 마주칠 줄 몰랐네.”
  • 온유아는 고고하게 정희민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 “넌 이 면접에서 합격할 수 없을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 “너야?”
  • 정희민은 가방을 들고 일어나 온유아와 중년 남자 면접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 “당신들…”
  • 온유아가 웃었다.
  • “소개하는 걸 잊었네, 우리 삼촌이야.”
  • 정희민은 뺨을 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긴 시간 동안 열심히 면접을 봤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자기소개를 우스갯소리로 여기고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온유아는 그녀에게 다가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 “정말 미안해, 네가 시욱 씨의 전처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너를 여기에 머물게 할 수 없어.”
  • “알았어.”
  • 정희민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그녀의 말을 끊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뺏었네요.”
  • 정희민은 온유아와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아 그녀를 바로 스쳐 지나갔다.
  • 온유아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옷을 얇게 입고 있던 정희민은 빌딩 입구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었는데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오가는 직원들은 모두 곁눈질로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 “정희민.”
  • 이때 온유아도 건물에서 나와 정희민을 불렀다.
  • 정희민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고 붉은 입술을 활짝 펼쳤다.
  • “정말 직장을 구할 수 없다면 여기에 가 봐. 여기보다 더 잘 어울리는 직장이 있을까?”
  • 정희민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명함을 받았는데 명함에는 ‘명진당’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 그녀는 이 세 글자를 보고 자신이 대담하게 난입했던 그날 밤을 떠올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온유아의 표정을 보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정희민은 명함을 꾸겨버렸다. 그녀는 이젠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이 습관 됐는지 아예 빙긋 웃으며 말했다.
  • “고마워.”
  • ‘고맙다고?’
  • 온유아는 하마터면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를 비꼴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희민 씨!”
  • 스포츠카 한 대가 빌딩 입구에 멈춰 섰고 육성우는 차창을 내려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하루 종일 레이싱 경주를 한 그는 첫 쉬는 시간에 이곳에 와서 정희민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시간을 딱 맞춰 도착했다.
  • “미안한데 누가 날 데리러 와서 먼저 가봐야겠어.”
  • 정희민은 온유아를 향해 말을 건넸고 그녀의 의심과 질투 가득한 눈초리를 뒤로하고 육성우의 스포츠카 조수석에 올라탔다.
  • “어디 갈까요?”
  • 육성우가 그녀에게 물었다.
  • “아무 곳이나요. 이 지긋지긋한 곳만 떠나면 돼요.”
  • 정희민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약간 미소를 지었다.
  • “네! 안전벨트 잘 매세요.”
  • 육성우가 시동을 거니 스포츠카의 굉음이 크게 들렸고 주변 여자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온유아는 이 모습을 보며 주먹을 쥔 채 이를 악물었다.
  • “정희민, 이렇게 빨리 새 애인을 찾을 줄은 몰랐네?”
  • 게다가 이 남자의 조건은 박시욱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