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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넌 나한테 차였어, 박시욱

  •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 “정희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주 집안이 망했다고 이렇게 발가벗고 싸구려 짓까지 하는 거야? 너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어?”
  • 정희민은 박시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가볍게 웃었다.
  • “이게 당신이 원하던 거 아니었어? 당신을 만족시켜주겠다는데, 싫어?”
  • 그녀는 박시욱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무대에 오르려고 했다.
  •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한 감히 춤을 출 수 있나 한번 보자.”
  • 박시욱은 온몸에 싸늘한 냉기가 돌았고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 음악이 멈추자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벌벌 떨며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 “저, 저 여자는 리나가 아니야!”
  • 한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떻게 정 씨 가문의 딸이 이 여자들 속에 섞여 메인 댄서 리나가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진짜 리나는 지금 알레르기로 얼굴에 붉은 반점이 가득했는데, 그녀는 마담과 경호원을 데리고 룸으로 들이닥쳤다.
  • “이 여자가 저를 라커룸에 가뒀어요!”
  • 화가 난 마담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경호원에게 정희민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 미간을 찌푸린 정희민에게 고귀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와 모든 사람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 “맞아요, 저는 리나가 아니라 여기 계신 박 대표의 아내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이제 이 사람의 아내가 아니죠. 저는 여기에서 박시욱과 이혼할 것을 선언합니다! 내가 너를 버린 거야, 박시욱.”
  • 이혼을 하더라도 그녀는 결코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박시욱이 그녀에게 준 고통은 모두 갚아야 한다. 이런 사람이 바로 정희민이다.
  • 우민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 “업계를 주름잡던 박시욱이 이, 이혼을 당했다고?”
  • “야, 입 다물어.”
  • 백성민이 그를 한 번 윽박질렀다.
  • 정희민의 손목을 잡은 박시욱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고 그의 낯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죽고 싶은 거야?”
  • 정희민은 노발대발하는 박시욱을 피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 “박시욱, 지금 내가 죽는 게 두려울 것 같아? 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강요한 사람은 당신이잖아. 그러니까 난 이런 식으로 당신 만날 수밖에 없어.”
  • 정희민은 사람을 괴롭히는 쾌감을 느껴 씩 웃었다.
  • “이건 내가 2년 동안 늘 하고 싶었던 일이야. 박시욱, 난 당신이랑 이혼하고 다시 모든 걸 되돌릴 거야. 내가 옷을 벗고 웃음을 팔든 춤을 추며 노래하든 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 서류는 정희민의 차가운 말과 함께 카펫 위에 떨어졌다.
  • “오늘부터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든 자식을 낳든 부자가 되든 모두 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오래 살길 바라지만 영원히 고독했으면 좋겠어.”
  •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흠잡을 데 없는 몸매를 가진 이 여자가 이렇게 독한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 “정희민, 입으로 나불대봤자 소용없어.”
  • 룸 안에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시욱은 눈앞의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 “네가 믿든 안 믿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 ‘정희민’이라는 이름을 서울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어.”
  • “믿어, 내가 어떻게 당신을 못 믿겠어?”
  • 정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입술을 움직였다.
  • “근데? 내가 지금 당신이 하는 말들을 신경 쓸 것 같아?”
  • 그녀는 힘껏 손을 비틀었다. 처음에는 박시욱이 손을 놓지 않자 다시 힘을 주었더니 마침내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탈골된 것처럼 팔에 통증이 몰려왔다.
  •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난 후 박시욱의 존재를 무시한 채 룸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 “여러분의 즐거운 밤을 방해해서 죄송해요, 그럼.”
  • 정희민은 말을 마치고 헝클어진 머리와 옷가지를 정리한 후 문을 박차고 나갔고 룸에는 모두 놀란 사람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