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면접 실패

  • 정희민은 며칠 동안 이 400평 남짓한 아파트에 살았고 육성우는 그녀에게 안방을 내주었다. 그는 낮에는 레이싱 경주를 하고 밤에는 그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 정희민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을 때마다 박시욱의 매서운 눈빛과 말투가 떠올라 가슴이 아팠지만 애써 침착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 항상 스스로 강해지고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이 정 씨 가문의 가훈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무너지도록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이날 정희민은 세수를 마치고 가볍게 화장을 한 후 정장을 입어 몸매를 드러냈다. 그녀는 집을 나서다가 방금 아침을 사들고 돌아온 육성우와 마주쳤다.
  • “어디 가요?”
  • 육성우가 그녀를 막아섰다.
  • “면접이 있어서요.”
  • 정희민은 하이힐을 갈아 신으면서 그에게 손키스를 날렸다.
  • “행운을 빌어줘요, 성우 씨.”
  • “아니, 아침은 먹고 가세요.”
  • “늦었어요.”
  • 정희민은 머리를 쓸어넘기고 하이힐을 신은 채 밖으로 나갔다.
  • 육성우는 정희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릴 수도 없었다. 그녀는 승부욕이 강하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는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 면접을 보러 가는 회사는 대기업이며 그녀는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다. 정희민은 자신의 외모와 몸매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직군은 최고의 선택이었고 돈도 빨리 모을 수 있었다.
  • 면접을 본 인사부 담당자도 그녀를 보고 매우 만족했다. 정국영이 이전에 그녀를 각종 사업장에 데리고 다녔고 그녀 또한 비즈니스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 “정희민 씨, 이력서를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저희도 이전에 정희민 씨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정 씨 가문의 딸은 틀림없이 유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인사부 담당자는 펜을 돌리며 친근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다만 이 작은 회사에서 재능을 썩힐까 봐 걱정되네요.”
  • 정희민은 담당자의 말을 이해했다.
  • “마케팅 부서 기본급이 낮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 인사부 담당자는 그녀의 태도를 보고 나무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즉시 업무를 배치하려고 했다.
  • 그런데 바로 이때 옆에 있던 직원이 그에게 귀띔을 했다.
  • “팀장님, 전화가 왔습니다.”
  • “그래요? 정희민 씨, 전화 좀 받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정희민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담당자도 일어나 면접실을 나섰다.
  • 하지만 몇 분 후 그가 황급히 들어오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정희민 씨,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정희민 씨를 채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정희민은 생각도 못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 “왜죠?”
  • “그건… 저희 회사 문제라서요. 정희민 씨 같은 유능한 인재를 여기에 묶어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희민 씨는 다른 곳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 담당자는 누군가 지시한 것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고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첫 번째 면접은 곧 실패로 돌아갔다.
  • 정희민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빌딩 아래층 의자에 앉았다.
  • 그녀는 박시욱 말고 또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일부러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
  • 이때 하진 빌딩 대표 집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박시욱은 가죽 의자에 앉아 민 비서의 보고를 듣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 “정희민이 신일 그룹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거절당했다고?”
  • “네, 대표님. 제가 알아보니 온유아 씨가 시켰다고 합니다.”
  • 민 비서는 정희민과 박시욱의 부부 사이는 이미 틀어졌는데도 왜 그가 항상 정희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대담하게 물었다.
  • “대표님, 제가 정희민 씨를 도와줄 사람을 알아…”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시욱은 눈을 치켜떴고, 그 눈빛을 마주한 그는 조마조마 해져 얼른 입을 다물었다.
  • 박시욱은 의자를 돌려 복도 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 사이로 명진당에서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정희민의 고집스러운 표정이 왠지 그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 “다 자업자득인 거야.”
  • 그는 속으로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계속 지켜보고 다른 소식 있으면 즉시 보고해.”
  • “네,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