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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네가 한 짓이야?

  • 카페 안.
  • “6억, 현금입니다. 돈이 부족한 거 잘 알고 있어요. 이 6억을 가져가시고 앞으로 우리 성우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아가씨는 성우랑 어울리지 않아요.”
  • 이 여자는 다름 아닌 육성우의 엄마 김미연이었다. 그녀는 명문가 출신으로 온화하고 품격 있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 현금 6억이 쇼핑백 여러개에 담겨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 정희민은 커피잔을 휘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랑 육성우는 사모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 “돈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요?”
  • 김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 “성우랑 같이 살고 있는데 제가 무슨 오해를 했다는 거죠? 이 돈은 희민 씨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받으세요. 성우를 계속 꼬시려고 한다면 나중에 제가 너무 한다고 원망하지 말고요.”
  • 김미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커피값도 함께 지불했다.
  • 그녀가 카페에서 나올 때 정희민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돈 때문에 이런 굴욕을 당하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 정희민은 갑자기 온 힘을 다해 돈이 든 쇼핑백을 하늘로 던졌고 순식간에 돈다발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 “누가 돈다발을 뿌렸어!”
  • “얼른 돈 주워! 비에 젖으면 안 돼!”
  • 누군가 돈을 주우며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 “미친 사람인가 봐! 돈도 필요 없는 거야?”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 하진그룹 대표한테 버림받은 전처 아니야? 아빠 죽고 나서 회사 망한 그 사람이잖아!”
  • “신경 쓰지 말고 돈부터 주워. 저 여자는 이 돈이 필요 없나 본데 우린 정말 필요하잖아! 어차피 저렇게 예쁜 여자는 어딜 가도 돈을 벌 수 있어.”
  •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정희민의 귀에도 들려왔고 그녀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 그녀는 명진당에서 사람들 앞에서 박시욱에게 망신을 줬지만 자신의 체면도 많이 잃었다.
  • 면접에서 거절당하자 온유아는 도발적으로 그녀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불과 한 달 만에 그녀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소리에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행인들은 서로 부딪치며 지폐를 한 장이라도 더 주우려고 난리를 쳤다.
  •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정희민은 차 한 대가 자신의 곁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았고 차창 속으로 뒷좌석에 냉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앉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시욱이었다.
  • 문이 열리고 박시욱은 느긋한 걸음으로 정희민 앞으로 다가왔고, 옆에는 운전기사가 우산을 받쳐 들고 있었다.
  • “당신이 꾸민 일이지?”
  • 김미연은 일 년 내내 집에만 있고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그녀를 찾아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 그녀는 박시욱 말고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없었다.
  • “정희민, 난 이미 충분히 너를 봐주고 있어.”
  • 폭우 속에서 박시욱은 차가운 시선으로 정희민의 얼굴을 훑어보았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 “너를 놓아주고 싶었는데 네가 너무 빨리 웃으면서 다른 남자한테 갔잖아. 그럼 안 되지.”
  • 정희민은 이 말을 듣고 그의 질투를 느꼈다. 비에 젖은 얼굴이 살짝씩 움직였다. 그러나 싸늘한 기운이 곧 그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라 그녀의 온몸으로 퍼졌다.
  • 박시욱은 침울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 “난 정 씨 가문 사람들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