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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명진당에서 망신을 주다

  • 명진당은 가장 북쪽에 있는 유명한 카지노이다. 택시에서 내린 정희민은 하늘 높이 솟은 카지노의 간판을 보았다.
  • 그녀가 겨우 몇 계단 올라갔을 때 누군가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 “안녕하세요, 예약하셨습니까?”
  • 보안요원은 고귀해 보이는 그녀의 행색을 살피며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녀의 안색은 너무 어두워 부잣집 딸 같은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 정희민은 손에 든 디너백을 꽉 쥐었다. 아마도 지금 그녀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비싼 물건일 것이다. 이건 그녀의 어머니가 예전에 그녀에게 남겨준 가방이다.
  • “하진그룹 대표 박시욱 씨를 찾고 있습니다.”
  • 그녀는 숨을 한 번 내뱉고 마치 늘상 있던 일인 것처럼 말했다.
  • 박시욱 이름은 서울시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웨이터는 그녀가 박시욱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10분 후.
  •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명진당에 들어오시기 전에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그는 말을 전한 후 정희민을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추운 날에 옷을 얇게 입은 채 박시욱을 찾아온 것을 보고는 오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정희민은 명진당 입구에서 가로막혔다. 그녀의 앙상한 쇄골은 뚜렷하게 솟아 있었고 늘씬한 다리에는 닭살이 돋은 채 덜덜 떨리고 있었다.
  • 정희민은 이 모든 것을 예상했다. 그녀는 박시욱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시욱은 그녀를 압박해 그녀가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순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그녀는 정산그룹의 딸이다. 한때 수많은 총애와 선망을 한몸에 받았던 정희민은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실례지만 화장실 좀 이용할 수 있을까요? 속이 조금 안 좋네요.”
  • 그녀는 두 발짝 다가갔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아래 아름다운 눈동자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 “뒷문 쪽에 직원 화장실이 있으니 그쪽을 이용하세요.”
  • 보안요원은 그녀를 동정했지만 그렇다고 직무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 “네, 감사합니다.”
  • 명진당의 뒷문으로 바로 통하는 골목이 있다. 정희민은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 바깥에 있던 두 여자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오늘 모란정에 거물이 왔다던데? 평소 같았으면 리나가 이 사람을 놓치지 않았을 거야. 근데 어제 가재 먹고 온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서 오늘 못 왔잖아. 진짜 아까워!”
  • “그 거물이 하진그룹 사장이잖아! 이번에 이혼했다던데, 정말 매력 있고 잘생겼어. 오늘 밤에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는 이 쩐주한테 달려있다고!”
  • 정희민은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나간 후 흩어진 긴 머리를 높이 올려 묶고 나왔다.
  • 그녀는 수도꼭지를 튼 채 거울 속의 많이 야윈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다가 생각을 다잡았다.
  • 모란정은 모두가 생각하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곳이 아니다.
  •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 미녀를 품에 안고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고 앞에는 카드 테이블이 있었다. 모든 사람의 옆에는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었고 박시욱은 카드 테이블 한가운데에 앉아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옆에 있는 여자 파트너가 건네주는 과일을 받아먹었다.
  • “박 대표님, 방금 예쁜 여자가 찾아왔는데 돌려보냈다면서요?”
  • 박시욱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 “그 여자 누구예요?”
  • 박시욱은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그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 “한 사장님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 “그게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박 대표님 전 부인인가요?”
  • 소파에 앉아 신나게 즐기고 있던 백성민과 우민철은 이 질문을 듣고 동시에 넋이 나갔고 이 PM 건설 사장 때문에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 아니나 다를까, 박시욱의 눈빛은 이미 어두워졌다.
  • 박시욱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안색이 어두워지면 상황이 나쁘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