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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사람을 떠나고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

  • “박, 박 대표님.”
  • 모두 난감한 표정으로 박시욱을 바라보았다.
  • 박시욱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정희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문이 힘껏 닫히자 그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 2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는 이 여자의 성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
  • “계속해.”
  • 한참을 싸늘하게 있던 박시욱은 가만히 앉아서 탁자 위의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그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헤아릴 수 없었다.
  • “콜록, 콜록!”
  • 우민철은 역시 재빠르게 분위기를 살렸다.
  • “다들 멍하니 서서 뭐해? 너희들 서 있으라고 돈 준 줄 알아? 다들 한 명씩 올라가서 춤춰.”
  • 눈치가 빠른 마담은 그 자리에 있던 아가씨들을 올려보냈고, 곧 룸에 다시 분위기가 돌기 시작했다.
  • 백성민과 우민철은 자칫 잘못해서 박시욱을 다시 화나게 할까 봐 서로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 박시욱은 여전히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 ……
  • 정희민이 명진당에서 나왔을 때 붐비는 인파와 도시의 소란스러움이 그녀를 단숨에 현실로 끌어당긴 것 같았다.
  • 그녀가 어떻게 감히 사람들 앞에서 박시욱에게 큰 망신을 준 것일까? 정희민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대담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결정은 정말 자신의 뜻으로 행동한 것이었다.
  • 아마 2년 전에 이 결혼 생활과 박시욱이라는 사람에 대해 똑똑히 알아봤어야 했다. 그렇게 고귀하고 거만한 사람이 어떻게 결혼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제국을 넓히려고 한 것일까? 또 왜 하필 정희민을 선택했을까?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 집과 돈이 모두 없어졌고 친척들은 그녀를 외면했다. 이렇게 큰 도시에 그녀가 기댈 곳은 없었다.
  • 정희민이 무작정 길가에 있는 한 카페 문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 전화를 받은 그녀는 전화 너머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 “희민 씨,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왜 집이 다 비어져 있어요? 박시욱 그 자식이 한 짓이에요?”
  • 육성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 “성우 씨…”
  • 정희민이 붙잡고 있던 강인함은 이 순간 모두 무너져내렸고 그녀는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 울었다.
  • “저 이혼했어요…”
  • “울지 마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 당황한 육성우는 아무도 없는 별장에서 빠져나와 문 앞에 있는 빨간 페라리에 올라타 재빨리 시동을 걸었다.
  • “거기서 기다려요.”
  • 이렇게 한 시간을 기다렸다.
  • 정희민은 속으로 육성우가 너무 늦게 왔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스포츠카에 탔다.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서 육성우는 스포츠카를 몰고 시내에 있는 그의 아파트로 갔다.
  • 차가 너무 빨리 달려서 정희민의 눈이 차가운 바람에 빨갛게 변했다.
  • “박시욱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제가 진작에 말했는데 믿지 않으시더니, 보세요, 망했잖아요.”
  • 육성우는 그녀를 데리고 24층으로 올라갔다. 아파트의 불을 켜니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400평짜리 아파트였다.
  • 넋이 나간 정희민은 신발을 벗고 자신도 모르게 창가로 가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마음도 한층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 “이 집… 100억은 되지 않나요?”
  • “당연하죠. 지금 후회하는 거예요? 저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레이싱 경주에 나가는 거예요. 저희 집에 돈이 많다는 거 잘 알잖아요.”
  • 육성우는 한 손으로 벽을 짚고 건들거리며 정희민을 바라보았다.
  • “저랑 재혼하는 건 어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희민 씨가 저랑 재혼하는 건 괜찮아요.”
  • 하지만 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이 집도 가족기업 소유 부동산이기 때문에 엄마한테 부탁한 것이었다.
  • “그런 말 하지 마요.”
  • 정희민은 돌아서서 휴지 두 장을 뽑고 코를 풀더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 “지금 잠시 갈 곳이 없는데 여기서 며칠 동안 묵을게요. 제가 돈을 벌면 그때 집세를 내도록 하죠.”
  • 육성우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끈질기게 말했다.
  • “희민 씨는 여기서 평생 살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