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민은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고 한영철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 농담을 했다.
“한 사장님, 여기 아주 괜찮은 미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그 여자를 안 부르세요? 얼마나 예쁜지 한 번 보여주세요!”
“그렇죠, 그렇죠!”
한영철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곧 올 거예요.”
그는 직접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리나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어디 뭐 산골짜기에서 데리고 오는 거야?”
사람들은 다시 룸 안에서 웃고 떠들며 생기를 되찾았고 박시욱만이 차가운 표정으로 카드 테이블을 두드렸다.
백성민과 우민철은 십년감수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분 후 룸의 문이 열렸고 20여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들어왔다.
“아이고, 우리 귀한 사장님들, 사업 얘기할 때는 긴장도 풀면서 편하게 대화하세요.”
나이 많은 마담이 여자 몇 명을 데리고 다가왔다. 7, 8 명의 열정적인 아가씨들이 경호원들을 비집고 남자들 옆에 앉았다. 백성민과 우민철은 한 명씩 껴안았다.
싸늘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박시욱은 낯선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여자들의 장난을 무시한 채 담배에 불을 붙였고 차가운 눈매 사이로 연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나머지 여자들은 베일을 쓴 채 무대에 올라 가슴이 파인 짧은 치마를 입고 노골적인 포즈를 취했다.
무대 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음악이 천천히 흐르고 무대 위의 불빛은 음악에 따라 반짝였다. 음악이 흐르고 무대가 밝아지자 무대 위의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박 대표님, 무대에서 제일 빛나는 사람이 리나예요. 정말 아름다운 여자죠.”
한영철은 흉악한 얼굴을 한 채 비위를 맞추는 웃음을 지으며 박시욱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여자들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음악에 맞춰 봉에 올라 물뱀처럼 춤을 췄다. 특히 메인 댄서 리나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 옥같이 흰 피부를 지닌 그녀는 경직되어 있긴 했지만 부드러운 몸놀림을 드러냈다.
박시욱은 무심코 흘겨보았을 뿐이었지만 무대 정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무대의상을 입고 짙은 화장을 했지만 그는 그 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정희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발레로 수년간 유연성을 길러온 정희민에게 이런 평범한 스트립 댄스는 식은 죽 먹기였고 그녀는 서서히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시욱은 어두운 표정으로 메인 댄서를 담당하고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고, 너 이리 와.”
무대 위의 여자들은 동작을 잠시 멈춘 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정희민은 베일을 벗고 경멸하는 웃음을 지으며 어깨의 가느다란 끈을 더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고 특히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이 업계에 있는 남자들은 타락한 곳에서 방탕한 생활을 즐기지만 그들은 재벌들의 우아한 파티에도 참석하기에 자연히 전설적인 박시욱의 전 부인 정희민을 본 적이 있다.
백성민과 우민철도 이곳에서 정희민을 만날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남자들 앞에서 스트립 댄스를 추다니! 그야말로 박시욱의 부인이라는 명성을 짓밟고 박시욱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박시욱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희민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했던 반응을 보이자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흔들며 허리를 드러낸 옷을 천천히 젖히려고 했다.
박시욱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정희민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녀를 무대에서 끌어내린 후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