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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

  • 정희민은 방 안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정국영의 흑백 사진을 보며 방금 박시욱이 내뱉은 독설을 떠올렸다.
  • “너랑 결혼한 건 네 그 역겨운 아버지에 대한 복수일 뿐이야. 이제 정국영은 죽었으니 너는 속죄하며 살아.”
  •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정희민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 “아버지, 죄송해요…”
  • 정 씨 가문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소식이 각종 뉴스 기사의 헤드라인을 휩쓸었고 다음날 또 다른 연예 뉴스가 검색어 1위에 올랐다.
  • 정희민이 아버지를 잃은 절망감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불청객들이 도시 외곽의 별장에 들이닥친 뒤 일사불란하게 가구와 소파를 모두 밖으로 옮겼다.
  • 눈이 퉁퉁 부은 정희민이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내려가려고 할 때 가정부 이순희가 급히 그녀를 막았다.
  • “사모님! 이상한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물건들을 옮기고 있어요. 제가 막느라 했는데도 소용없었어요.”
  • 정신을 차린 정희민은 현관에 있는 고려청자를 옮기고 있는 한 사람을 막아섰다.
  • “지금 다들 무슨 짓이죠? 개인 공간에 무단 침입했다고 고소하겠습니다.”
  • “무단 침입이요? 이 집 주인이 박시욱 씨 아닙니까? 저희는 모두 박시욱 씨 부탁으로 물건을 옮기고 있습니다. 만약 폐를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 정희민은 넋이 나갔다. 정국영이 이 집을 사서 그녀에게 신혼집으로 줬을 때 그녀가 굳이 박시욱 한 사람의 명의로 계약한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지금 이게 뭐 하자는 거야?’
  • 정희민이 박시욱에게 직접 물어보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을 때 휴대폰의 진동이 계속 울렸고 그녀가 실수로 다른 화면을 누르자 화면에 속보 기사가 떴다.
  • “하진그룹 대표 박시욱 씨가 신예 온유아 씨와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에 앞서 박시욱 씨와 전 부인 정희민 씨는 이혼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정희민은 휴대폰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 ‘이혼이라니?’
  • 그녀는 자신이 이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사모님, 어떡하죠?”
  • 이순희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조바심을 냈다.
  • ‘대표님은 사모님에게 모든 걸 남기지 않으려는 거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 “당장 경찰에 신고해요!”
  • 2초간의 침묵 끝에 정희민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것이 박시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