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박 대표님은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

  • 정희민은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후 허탈하게 의자에 앉아 박시욱을 두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박시욱 대신 그의 담당 변호사가 왔다. 변호사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더니 서류 몇 부를 건네주었다.
  • “정희민 씨가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면 대표님께서 청계산 쪽의 아파트를 정희민 씨에게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 그의 태도는 온화했지만 전문가 다운 냉철함도 풍기고 있었다.
  • 정희민은 서류에 적힌 ‘이혼 합의서’ 몇 글자를 보고 두 눈을 꼭 감으며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박시욱이 정말 이혼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 그녀가 펜을 들지 않자 변호사는 서류 가방에서 다른 서류들을 꺼내 정희민에게 건넸다.
  • “이 서류는 대표님과 정희민 씨의 개인 자산에 대한 상세 내역입니다. 두 분에게는 공동 재산이 없으니 청계산 아파트는 전적으로 대표님께서 두 분의 정을 생각해서 정희민 씨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대표님께서 1년 전에 진행하신 주식 분할 내용입니다. 정산그룹의 채무 상황은 부부 양측에 속하지 않으니 모두 정희민 씨가 책임지셔야 합니다.”
  • 그녀가 받은 자료에는 주식, 부동산, 신용카드 등 상세 내역이 명확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 정희민은 이 모든 것이 박시욱의 계획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시려졌다.
  • 박시욱은 모든 계산이 정확하고 분명했고 모든 절차를 빠짐없이 계획했다. 그는 확실히 총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2년 전에 정국영이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정희민과 결혼시킨 것이다.
  • 박시욱은 젊은 나이에 하진그룹을 창업하였고 기업은 서울의 선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는 젊고 잘생겼으며 대담하고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다. 파산한 가문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자신의 비즈니스 제국을 세웠다. 또한 정산그룹이 파산한 후 홀로 능력을 뽐내고 있다.
  • 정국영은 오늘날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 박시욱의 시커먼 속내가 정희민을 두렵게 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혼을 하는데도 직접 나서지 않고 정희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었다.
  • 정희민은 주먹을 쥔 채 냉정함을 되찾고 자료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 “박시욱 씨는요?”
  • “대표님은 요즘 약혼한 분과 웨딩드레스를 고르러 다니느라 바쁘십니다. 대표님께서 이혼과 관련된 일은 모두 저에게 맡기셨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 “저는 박시욱 씨를 만났으면 합니다. 아파트는 필요 없어요.”
  • 정희민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서 거침없이 말하는 젊은 변호사를 쳐다보았다.
  • 하지만 변호사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
  • “죄송합니다, 정희민 씨. 대표님은 정희민 씨와 대면하지 않을 겁니다.”
  • “하하하.”
  • 정희민은 마치 모든 것이 그녀의 예상과 들어맞는 것 같아 허탈하게 웃었고 서류를 덮은 채 주먹을 꼭 쥐었다.
  • “그럼 저는 영원히 이 서류에 사인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이 온유아 씨랑 결혼한다면 저는 그 인간을 고소하겠습니다.”
  • “정희민 씨!”
  • 변호사는 정희민에게 더 권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 밑에 맺혀있는 슬픔과 의연함을 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 “문제가 해결이 안 됐는데 박시욱 씨가 온유아 씨랑 그대로 결혼을 진행하진 않겠죠?”
  • 정희민은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어요?”
  • 변호사는 상황을 따져보고 나서야 사실대로 말했다.
  • “대표님은 오늘 저녁 7시에 명진당에서 PM 건설 사장님과 약속이 있습니다. 대표님 일정이 끝나면 제가 두 분 자리를…”
  • “됐어요.”
  • 정희민은 차갑게 말을 끊었다.
  • “어떤 일은 저희 둘만이 해결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