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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윤혜야 아직도 내가 미워?

  • “너—”
  • 백윤혜가 깜짝 놀라 두 눈을 더 크게 부릅 떴다. 상상조차 못했다. 이 사람이—
  • “상처에 덧나면 안 되니까, 지금 바로 소독해야 돼.”
  • 그녀보다 박형준이 훨씬 침착했다.
  • 그는 베이비 블루 체크 문양의 셔츠를 입고 셔츠 소매를 살짝 거두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가 우아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아들었다.
  • “우와!”
  • 콘서트장에 있던 팬들 전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 기자들도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데뷔하고 나서부터 단 한 번도 스캔들이 없었던 박형준이었다. 지금이 그들에게 절후의 기회였다.
  • 갑자기 이렇게 많은 카메라가 들이닥치니 백윤혜는 몹시 불편했다. 반짝거리는 플래시 조명에 눈이 부셨고, 지금 당장이라도 구멍을 찾아 그 속에 숨고 싶었다.
  • “난 괜찮으니까, 일단 나 내려놔.”
  • 갈 곳 잃은 그녀의 팔은 그의 목을 감싸 안을 수밖에 없었다.
  • “미안해. 그럴 수 없어.”
  • 품에 안은 그녀를 내려놓을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저 큰 걸음으로 그 통로를 따라왔던 길로 다시 저벅저벅 걸어갔다.
  • “헐—뭐야?”
  • 형진의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저 여자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고작 한 번 넘어진 걸로 우리 형진이한테 저런 대접을 받는다고?”
  • “아, 넘어진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네!”
  •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기자들 역시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두 사람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지소영은 충격을 먹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고개를 숙여 드러난 저의 통통한 팔을 내려다본 그녀는 여전히 말을 잇지 못했다.
  • 뭐야, 백윤혜 완전 계 탔잖아?
  • 형준이한테 사인 하나 받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녀였는데, 지금 백윤혜가 형준이 품에 안겨있다고? !
  • 상황이 걷잡을 수없이 심각해지자, 박형준의 매니저 마이크가 붉으락푸르락해져서 욕을 했다.
  • “Shit!”
  • 그리고 빠르게 박형준을 쫓아갔다.
  • “지금 네가 뭐하고 있는 건지 알기나 해?”
  • 이건 전국투어라고! 관심을 쏟아붓는 방송 매체가 얼마인데, 게다가 생방송이라고.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 “마이크, 의료팀 불러.”
  • 박형진이 그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으며 곧게 앞만 바라봤다.
  • 키가 작고 마른 체구인 마이크가 아무리 빠르게 걸어봐야 다리가 긴 박형진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말도 못 했다.
  • “What? 의료팀까지 부르라고?”
  •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박형진과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한 여자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마음 쓰는 건 정말 처음이었다.
  • 형진이 품에 안겨있는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지?
  • 그렇게 그녀를 안은 채로 분장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박형진이 품속에 안은 여자를 소파에 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 두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백윤혜의 상처를 소독하고 드레싱했다.
  • 옆에 서서 그걸 지켜보는 박형진의 눈썹 사이는 짙게 주름 잡혔다.
  • “나 진짜 괜찮아. 이거 오버야.”
  • 백윤혜가 나직이 말했다. 의사가 드레싱을 끝내고 나서야 그녀가 소매를 내렸다.
  • 두 의사도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 구구절절 묻지도 않았고, 그저 박형진과 대충 상황만 설명했다. 박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이 조용히 이곳을 떠났다.
  • 백윤혜가 소파에서 일어나려는데, 긴 팔 하나가 그녀를 막더니 다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 “윤혜야. 아직도 내가 미워?”
  • “뭐… 뭐가?”
  •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한 모양이었다. 백윤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 “그때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떠났던 거 말이야. 아직도… 내가 많이 원망스럽지?”
  • 그 다정한 눈빛은 한 번만 스쳐지나도 그 속에 푹 빠져들 것만 같았다.
  • 백윤혜가 민망함에 시선을 피했다.
  • “다 지난 일이야…”
  • 만약 오늘 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세상 속에서 한 가닥 바람같이 휩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 그때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던 그 고통도 까마득히 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