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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우리 오빠야!

  • 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녀가 백윤혜에게로 다가갔다. 지소영이 그녀의 팔짱을 끼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 “제대로 맞춰 왔네. 가자, 가자! 금방 티켓 받아왔어!”
  • 그러면서 그녀가 킹사이즈 팝콘을 백윤혜에게 안겨줬다.
  • 백윤혜가 그녀에게 붙잡여 사람들 사이를 비집어 지나갔고 하마터면 밀치고 부딪혀서 넘어질 뻔했었다.
  • “소영아, 천천히! 천천히 가!”
  • 그녀가 중얼거렸다.
  • “박형준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너무 오버 아니야?”
  • “오버라니!”
  • 지소영은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팔을 꽉 붙잡고 남문으로부터 관객석까지 줄곧 뛰어갔다.
  • 관객석엔 이미 관객들로 들끓고 있었다. 지소영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신나서 말했다.
  • “박형준은 영원한 우리 오빠야!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데!”
  • 백윤혜가 그녀를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콘서트는 대략 7시에 시작되었다. 날이 저물고 화려한 무대조명이 밝았다. 심장까지 울리는 음악소리에 고막이 깨질 것만 같았다.
  • “Hello.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형준입니다.”
  • 허스키한 매력적인 보이스가 콘서트장에 울려 퍼졌다. 무대 승강기로부터 캐주얼한 슈트 차림의 젊은 남자가 손에 마이크를 쥐고 걸어내려왔다.
  • “아아아아아아! 박형준! 박형준! 박형준!”
  • 팬들의 뜨거운 열광이 쏟아졌다.
  • “사랑해요! 박형준!”
  • 팬클럽에서도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 왠지 익숙한 목소리에 백윤혜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지소영이 그녀의 팔목이 빨개지도록 꽉 잡았다.
  • “오빠! 우리 오빠! 우리 오빠 나왔어! 조금 이따 사인받으러 가야지!”
  • 지소영에게 이런 모습이… 상상조차 어려웠다. 한 남자에게 미쳐있다니…
  • 현란한 조명을 빌어, 백윤혜가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조금 부러웠다.
  • 누군가에게 미쳐있다는 거…
  • 그녀 역시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미쳐있었던 건, 그녀가 공 씨 가문에 들어가기 전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 “오늘 제가 부를 첫 곡은요. 《드림》이라는 곡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가슴속에 꼭 그런 기억이 있으리라 믿어요. 잊히지는 않는데 아무한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그런 기억이요. 그 기억들을 영원한 비밀같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깊이 묻혀있죠.”
  • “그래서 제가 지금 여러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이 그 비밀을 영원한 비밀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드림》이라는 곡을 만들었던 거고요. 여러분들께서 용감하게, 소중했던 그 사람에게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치 자석같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조곤조곤 부드러운 말투가 마치 한 겨울의 따스한 햇빛같이 시려웠던 몸을 사르르 녹였다.
  • 박형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한참 동안의 환호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우아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매력적인 보이스였다. 구슬피 들리는 목소리엔 감화력이 있었다.
  • 그 목소리에 빠져들다 보면 옛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를 정도였다.
  • “엉엉, 목소리 너무 좋아. 진짜 감동적이야.”
  • 지소영이 티슈 한 장을 꺼내 눈물을 슥 닦아냈다.
  • 관객석엔 떼창을 하고 있는 팬들도 많았다.
  • “멈출 줄 모르는 내 사랑, 원망도 이제 멀어져 가네, 언제나 흐르는 강물같이, 제 자리를 지키는 나, 그대, 이런 내 마음을 아나요?”
  • 백윤혜가 그 가사들을 곱씹었다. 그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빠져있다 보니 풋풋했던 그 시절이 다시금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 오래된 기억 속에도 그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이 있었다.
  • 콘서트가 끝났을 땐 이미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 팬들이 뒤질세라 앞으로 뛰쳐가 사인을 받으려 했다.
  • 지소영도 뒤처지지 않았다. 백윤혜의 팔을 확 잡아오더니 사람들 사이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소매를 거둬 흰 팔뚝을 드러냈다.
  • “저도요! 형준아, 나도 사인! 여기다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