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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붉은 수염 존

  • 사실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이들의 관계는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만약 내가 떠나면 즉시 다시 싸울 것이 뻔하다. 이번에는 어느 한쪽이 패하기 전에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를 제압할까 아니면 한쪽을 없애버릴까.
  • 바로 이때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인 여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여자는 비행기 생존자 중 우리를 배반한 자였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녀는 나에게 이곳은 법과 도덕이 없는 섬이며 자기만 잘 살아남으면 된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가 우리를 배신하고 이곳에서 캔 커피와 밝은 불빛을 즐길 때 함께 재난을 당한 동료를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나는 필요한 물건을 찾아 바로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은 될 대로 되라지…
  • 생각을 굳히고 떠나려는 순간 갑자기 발밑의 바닥이 가볍게 흔들렸다. 아주 미약한 흔들림이었지만 불길한 징조가 머리를 스쳤다. 비록 이 크루즈는 절반 몸뚱이만 남았으나 워낙 체중이 크고 밀물 썰물로 모래가 밑바닥을 단단히 에워싸고 있어 쉽게 흔들릴 리가 없었다. 발밑으로 다시 한번 진동이 전달됐고 이번에는 훨씬 더 선명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선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통로에 도착하자 휙휙 하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선체의 정 중앙으로 여기서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바깥 날씨는 얼마나 나쁠지 상상이 되었다! 나는 재빨리 통로 끝까지 달려 계단을 밟고 올라가 판자를 젖혔다. 강한 바람이 입구로 밀려들어 와 하마터면 나를 밀어뜨릴 뻔했다. 하늘은 먹물처럼 물들었고 은빛 뱀 같은 번개가 공중에서 이리저리 날뛰었다. 우중충한 우렛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젠장! 또 폭풍우가 올 것 같았다! 나는 물자를 수탈할 겨를도 없어 몸을 날려 뛰어올랐다. 울부짖는 거센 바람에 하마터면 날려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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